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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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한남’의 남성성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이 만연한 사회, 한국 남자의 남성성을 분석하고 공론화하다. 한국 사회는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이 확고한 편이다. ‘남자아이들은 활동적이다’ ‘남자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다’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야’ ‘남자는 울면 안 돼’ 등과 같은 말이 한국 남자의 몸과 마음에 확고하게 자리 잡혀 있다. 이 젠더 규범을 공유하면서 한국 남자들은 한국 사회를 활보하고 지배한다. 남자들만 모여 있는 단체 대화방을 보면 그 젠더 규범이 적나라하게 등장한다. 여성의 외모를 평가하고, 야한 농담을 하고, 심지어는 강간을 모의하기도 한다. 정치인들, 직장인들의 룸살롱문화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상에서 여성을 공개적으로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고서도 “여성이 잘못을 했기 때문에 나는 당당하다”는 태도를 보이는 이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은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의 잘못된 발화이다. 문제는 이 남자다움의 규범이 계속 학습되며 ‘사회화’되어 전승된다는 것이다. 2015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김치녀’ 등 여성 혐오 표현에 공감하는 비율은 청소년이 66.7퍼센트로 여타 세대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여성 혐오를 일삼는 ‘일베’ 이용자나 ‘여자도 군대 가라’고 외치거나 ‘역차별’논란을 일으키며 피해의식을 드러내는 이들이 남성청(소)년인 것을 감안하면 이 ‘남자다움’이란 규범성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 한 여성 혐오와 젠더 갈등은 영원히 되풀이될 것이다. ‘남자들은 다 그래’, 한국 남성들은 이 말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면서 ‘나쁜 남자’가 남자답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쁜 남자’는 판타지이다. 그리고 ‘남자다움’ 자체도 일종의 판타지로 구성된 이데올로기이다. 주디스 버틀러는 성차의 본질화를 경계하며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는 모두 자유롭게 떠다니는 인공물이자 언제나 생성되는 과정 중의 구성물이라고 설명한다. 즉 ‘남자다움’이라는 젠더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내려온 사회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나쁜 남자’도 ‘남자답다’도 모두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 남자는 없다>가 이 책의 제목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 ‘거칠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다정한 남자’ ‘대의를 위해 무엇이든 희생하는 남자’ 등, 남자다움에 대한 여러 규범을 구현한 ‘그런 남자는 없다’는 것이다. 단지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차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렇듯 ‘남자다움’이 허상이라면 ‘한국 남자’들의 ‘남자다움’은 무엇인가? 남성 주체의 욕망,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연구가 절실해 보이는 이 시점에 <그런 남자는 없다>는 한국 남자들의 남성성에 대한 이해의 지표를 제시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에서 진행했던 ‘남성성 콜로키엄’에서 오고간 남성성 이야기를 묶은 이 책은 총 13명의 연구자와 활동가들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남성성, 그중에서도 ‘한국의 남성성’에 대해 질문한다. 대한민국 남성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한국 남자들은 왜 이러는가? ‘한국 남자’는 어쩌다 욕이 되어버렸나? 이 책은 한국의 남성성이 어떻게 구성되고 변화하며 현재 어떤 위치에 서 있는가를 고찰한다. 필자들은 대한민국 남성성에 대해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이며 젠더 수행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고 시도했다. 총 13개의 글은 각각 해방기 국가 재건 과정에서 생겨났던 우익 청년단에서부터 2000년대 이후 K-문학, K-영화와 디지털 미디어 등에 나타나는 다양한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렇게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다보면 ‘한국 남성성’의 위기와 그 변용을 포착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최근 나타나는 여성 혐오 현상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남자는 없다>는 총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대한민국 남자의 탄생>에서는 아주 오래된 옛날이야기(전래동화)부터 일제 식민 시기와 해방 이후 대한민국 건국 초기까지 헤게모니적 남성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2부 는 박정희 체제하에서 국민개병제 실시, 주민등록법 시행 등으로 더욱 공고해지는 대한민국의 남성성을 살펴본다. 이와 함께 헤게모니적 남성성의 주변부로 밀려난 성소수자, 장애 남성을 통해 ‘남성성이란 무엇인가’ 탐구한다. 한편 한국 사회 내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군사주의적 남성성도 고찰한다. 3부 에서는 지금 현재, 각종 소설?영화?웹툰 등 미디어에서 남성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짚어본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에서부터 한국문학계의 대표적 남성 작가인 이기호, 천명관, 김훈의 소설에서 한국 남성성이 문화적으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볼 수 있다. 4부 <디지털 시대의 남자 되기와 여성 혐오>는 인터넷의 등장 이후 디지털 리터러시를 가진 남성 청년을 중심으로 디지털 미디어에서 나타나는 남성성의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나 디지털 미디어에서 격렬하게 벌어지는 젠더 갈등의 전장에서 여성 혐오 문제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남성성의 출발: 서북청년단과 우익 청년단체 전래동화로 이어져온 한국 ‘남성’의 사회화 한국 사회의 젠더 주체로서 ‘남성’을 형성하는 방식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구술서사를 연구해온 김영희의 글 을 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효행담, 전래동화 등의 연행과 전승을 통해 한국 사회 ‘남성’이 젠더 주체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남성 동성 집단 내에서 그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남성성’을 강화해왔다. 특히 <우투리 설화>나 <아기 장수 설화> 등에서 주로 이야기되는, ‘아들(남성)을 죽이는 어머니(여자) 이야기’를 살펴보면 한국 남성성에 잠재된 불안과 희생양 의식이 여성에게로 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오늘날의 여성 혐오와도 궤를 같이한다. 허윤의 은 해방기를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남성성이 재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식민 시기 거세되었던 한국의 남성성은 해방 직후 과잉 폭발한다. 해방기, 남한 사회는 남성 청년들을 통해 민족국가를 재건하려 한다. ‘조선민족청년단’ ‘서북청년단’ 등 청년단체들이 국가를 등에 업고 만들어졌다. 이들은 ‘반공’과 ‘민족’를 내세우며 우익 남성 청년들을 중심으로 헤게모니적 남성성을 형성했다. 그리고 군대가 창설되며 청년들이 유입되고 한국 사회의 과잉 남성성은 자연스레 국가로 귀속되었는데 이렇게 국가화된 남성성은 남한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에서 류진희는 식민 시기 ‘무기 없는 민족’에서 해방 후 ‘맨몸의 아들들’이 국가를 만들어나가는 ‘산업전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성 혐오를 살펴본다. 식민체제하에서도, 해방 후 미군정하에서도 남성들은 오롯한 남성성을 가질 수 없었다. 한국전쟁이 벌어지고 난 후에는 퇴역군인들 다수가 육체적 불구와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성성 자체가 훼손되었다. 이들의 남성성에 대한 욕망은 결국 여성 혐오를 통해서 표출된다. 식민시기 신여성의 표본이었던 ‘모던걸’은 유녀나 기녀, 혹은 카페여급, 매음녀와 더불어 풍기문란의 문제로 치부되었으며 해방 이후 당대 신여성들은 해방과 독립에 이어 건국에서 해가 되는 여성들이라 하여 ‘국치랑’으로 매도됐다. 2017년, 서북청년단은 ‘태극기 집회’와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들의 모습은 과잉 남성성을 드러내며 지금의 남성 청년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베’와 궤를 같이한다. 해방 전후 신여성들에 대한 비난은 요즈음,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간다’고 생각하는 남성 청년들의 여성 혐오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해방기를 전후로 한 1950년대가 2017년과 비교해도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은 현재를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