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프리즘오브는 매 호 한 영화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는 계간 영화잡지입니다.
Prism과 Of의 합성어로 영화에 대한 프리즘,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프리즘을 담는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을 여러 각도에서 재조명하여 관객의 영화적 경험을 확장시키며 소장가치 있는 매거진을 지향합니다.
프리즘오브 13호《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실뱅 쇼메 감독의《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연출로 널리 알려진 영화입니다. 감각적인 미장센 안에 담긴 애정 어린 위로는 꾸준히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프리즘오브 13호에서는 실뱅 쇼메 감독만의 독특한 연출, 영화가 보여주는 상처와 치유에 대한 메타포, 그리고 비유 너머의 철학을 함께 조명합니다.
발행인의 말
이번 호의 관객 서베이 중에는 이런 질문이 있습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차를 마시겠다, 혹은 마시지 않겠다'. 저도 매 호 서베이에 참여하는데, 이 질문은 답하기까지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생생하게 보고 싶은 기억들이 떠올라 마시겠다고 답했습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과거와 기억에 관한 영화이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도 현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마담 프루스트는 폴에게 행복한 환상 속에 머물기를 권유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기억을 통해 현실의 문제에 직면하게 합니다. 그렇기에 폴은 악몽에서 보던 그랜드 캐니언에 실제로 오를 수 있었습니다. 폴이 마지막으로 찻잎을 통째로 입에 털어 넣은 후에 그에게 프루스트의 티백이 얼마나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지켜본 바로는 앞으로 폴에게 티백이 그리 많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쉽게도 우리에게 마담 프루스트와 같은 안내자나 특별한 레시피로 만든 허브차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순간을 폴이 허브차를 마시고 본 환상만큼이나 생생히 겪어내는 것입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차가 쓴 이유는 어쩌면 차를 마시는 이가 처음에 그 기억의 맛을 충분히 음미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마담 프루스트는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 아래로 가라앉게 하라'고 말합니다. 나쁜 추억을 씻어내릴 수 있는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것은 바로 지금입니다.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면 힘이 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봅니다.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만들어 두는 게 좋겠습니다. 나중에 슬픔을 낚을지도 모르는 우리 자신들을 위해서 말입니다.
2019년 9월
발행인 유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