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제2, 제3의 봉준호, 박찬욱은 가능한가? 기로에 선 한국영화의 생존 가능성을 묻고 영화산업의 기쁨과 슬픔을 탐색하는 ‘영화 인사이드’ 한국영화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팬데믹 기간에 영화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바뀐 데다 한국영화만의 현실에 대한 주제의식과 고유한 독창성을 담아내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저자 이승연은 한국영화산업의 문제를 낱낱이 들여다보고 진짜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파헤친 후 한국영화의 생존 가능성을 탐색한다. 팬데믹 상황 전인 2019년까지 극장 매출은 전체 한국영화산업 매출의 80% 정도를 책임져왔다. 하지만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로 인해 극장을 찾는 관객은 사라졌고, 대신 OTT가 급성장하며 산업생태계의 지형이 완전히 뒤바뀌고 말았다. 그로 인한 극장의 손실은 관람료 상승으로 고스란히 이어졌고, 영화발전을 위한 기금도 곧 소멸할 위기에 처했다. 극장 매출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영화산업 매출의 80%를 극장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장 외 매출 비중은 20%를 밑돌고, 해외 수출 비중은 3~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구조상 극장이 무너지면 영화산업 자체가 휘청거리게 됩니다. -39쪽 ‘텅 빈 극장의 몸부림’ 중에서 그렇다면 단순히 극장 위기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OTT의 성장 때문만일까. 위기의 진짜 원인을 들여다보자. 묵은 폐단으로 인한 극장의 위기는 그 이전부터 존재했었고 팬데믹으로 문제점이 선명하게 드러났을 뿐이라고 저자는 얘기한다. 한국영화계를 병들게 했던 주체는 다름 아닌 ‘스크린 독과점’과 ‘수직계열화’로 대표되는 멀티플렉스들 때문이라고. 이는 영화 콘텐츠의 다양성을 훼손하고 한국영화산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영화관계자들은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이전부터 [포스트 봉준호법] 제정을 요구해왔다. [포스트 봉준호법]의 골자는 크게 세 가지로 대기업의 영화 배급·상영 겸업 제한, 특정 영화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입니다. CJ, 롯데, 메가박스 등 3사를 배 불리는 데 쓰이는 돈은 ‘미래의 봉준호’를 키우기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2, 제3의 봉준호가 될 수 있는 감독들의 영화가 관객들을 만나고, 그들이 계속해서 영화를 찍을 수 있게 만드는 구조만이 한국영화계를 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52~53쪽 ‘극장 위기의 진짜 원인’ 중에서 결국, 극장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보다는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서 정체성을 찾고 다양성과 연결되는 좋은 영화, 즉 콘텐츠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극장에 걸 영화가 없어지면 진짜 위기에 처할 것이므로. 실제 많은 제작자가 “2025년 이후 한국영화 라인업은 사실상 없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저자는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화제에서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이 수상을 하고, K-콘텐츠의 위상은 더없이 높아졌지만, 한국영화가 계속 우리의 자랑이 되기 위해서는 현재 직면해 있는 여러 어려움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책을 함께 도모하자고 호소한다. OTT의 성장은 한국영화산업의 위기인가 기회인가 한국에게 넷플릭스란, 넷플릭스에게 한국이란? 맹렬한 기세로 성장하던 OTT 역시 벌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팬데믹 기간에 국내의 유명한 영화감독과 영화계 인력들을 영입하고 OTT 사업에 우후죽순 뛰어들었지만 OTT 업계에서도 명암은 확연히 갈린다. 코로나19 특수는 OTT의 절대강자인 넷플릭스에만 해당할 뿐 국내 OTT들은 적자 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OTT 간의 치열한 경쟁과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한 제작비 상승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OTT가 성장하지 못하면 영화산업도, OTT산업도 다 사라질 위기에 처할 텐데 전부 넷플릭스로만 몰리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현재 한국영화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극장이 회복되어야 산업이 살아난다고 하면서도 극장에 영화가 없습니다. 할리우드 대작 몇 편과 일본 애니메이션 몇 편이 그나마 극장을 연명시키고 있는 가운데 창고영화는 그대로 사장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OTT 시리즈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전부 넷플릭스에만 줄을 서고 있습니다. 국내 OTT가 성장하지 못하면 영화산업도, OTT산업도 다 죽는데 말입니다. -129쪽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중에서 그렇다면 한국에게 넷플릭스란, 넷플릭스에게 한국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넷플릭스는 세계 190여 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독자 수 2억 3,000만 명을 보유한 글로벌 OTT의 공룡 기업이다. 넷플릭스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에 가져온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5.6조 원이었고, 약 1.6만 명의 일자리도 창출했다. 적극적인 투자와 국내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는 발판이 되어주었고, 여유 있는 제작 기간과 인력, 노동관계법 준수, 창작의 자유 보장 등 제작환경의 개선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도 많다. 창작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계약방식, 조세 회피, 망 사용료 논란 등이 그것이다. 국회에서 저작권법 개정논의를 막 시작했지만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저자는 아직 넷플릭스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우리가 넷플릭스를 더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영화산업의 침체 속에서 넷플릭스의 대규모 투자는 산소호흡기나 마찬가지이므로 모두가 상생하기 위한 대원칙을 세우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의 중추기관, 이대로 좋은가 영화제의 의미와 과제, 영화제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이 책 《한국영화가 사라진다》는 크게 1,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극장이 처한 현실과 OTT의 상황을 진단했다면, 2부에서는 위기에 처한 한국영화를 살아 숨 쉬게 할 영화산업의 중추기관들과 영화발전기금, 영화제 등의 존재 이유를 묻고 과제를 던진다. 우리나라에는 영화산업의 중추기관으로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이 있다. 한국영화산업을 총괄하며 핵심적인 지원을 도맡는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이후 영화상영관 입장권부과금의 급감과 예산 축소, 정체성과 역할론의 부재로 존재가치마저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저자는 영진위가 다시 살기 위해서는 먼저 원칙과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 시대가 정의하는 영화란 무엇인지, 존속 이유는 또 무엇인지 뼈아픈 질문의 시간이 필요하며, 안정기에 진입할 때까지만이라도 국가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영진위를 존속시키기 위한 현재의 최선은 ‘국고 지원’이라는 점입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산업이 영화·미디어 산업만은 아니지만, 그 사이 산업생태계가 급변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어야 합니다. 기금을 운용한다는 이유로 다른 산업군에 비해서 지원이 적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우선은 시장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산업이 안정기에 진입할 때까지만이라도 국가가 뒷받침할 필요가 있습니다. -163쪽 ‘국회의 법안개정 움직임’ 중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와 영상물의 등급을 분류하여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영등위에 가장 중요하게 요구되는 것은 대중의 신뢰다. <범죄도시> 1편과 2편의 사례를 보면 폭력성의 강도가 비슷한 데도 1편은 ‘청소년불가’이고 2편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하향 조정되었다. 등급심사 및 분류의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 연령별로 등급을 구분하는 이유는 바로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저자는 영화·영상물의 유해성을 판별하는 능력은 어릴 때부터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므로 영등위가 영화교육과 미디어교육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