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소금으로만 간을 한 오니기리로 밥 본연의 맛을 느끼고, 어떤 요리든 밥 위에 올려 덮밥을 만든다. 서양에는 없는 일본식 양식을 소울푸드 삼고, 기차역에서 구입하는 에키벤을 최고의 문화 체험으로 만들어낸다. 와쇼쿠, 요쇼쿠, 에키벤 일본의 모든 밥을 즐겨보자! 면 요리가 다양하게 발달하기는 했지만, 일본 음식 문화의 핵심은 밥과 반찬이다. 비슷한 구성으로 식사를 하는 한국인에게는 특별할 것도, 이국적일 것도 없는 음식 문화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밥’의 개성을 한국인이 가장 예민하게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친근함 속에서 느껴지는 ‘다름’ 말이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밥 먹으러 일본 여행―오니기리에서 에키벤까지, 소소하지만 특별해!》는 일본 음식 문화에 관한 탐구이자 가장 일본다운 한 끼를 맛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다. 일본의 밥, 무엇이 다르기에? 때로는 ‘식사’라는 의미로 쓰기도 하지만, 밥은 쌀로 지은 음식으로, 죽과도 떡과도 다르다. 이탈리아의 리소토나 스페인의 파에야처럼 서양에서 먹는 밥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밥은 아시아인의 주식이다. 특별한 날 별식을 먹는 게 아니라면 날마다 삼시세끼 먹는 게 밥이라는 말이다. 일본의 밥이라고 해서 별다를 게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이미 일본 면 요리를 일별해 책을 낸 바 있는 인류학자이자 푸드헌터인 이기중 교수다. 그에게 일본의 밥은 그 맛뿐만 아니라 음식을 다루는 태도와 일본다움이 만들어낸 미식(美食)이자 일본의 정체성과 연결된 탐구 대상이다. 저자는 일본의 밥을 세 가지로 나누어 탐구한다. 일본 전통 음식을 일컫는 와쇼쿠, 일본식 서양 음식인 요쇼쿠, 기차역에서 구입하는 도시락인 에키벤이다. 이 중 저자가 먼저 맛보는 것은 와쇼쿠. 일본의 전통 음식 문화와 다양한 와쇼쿠 한국 전통의 음식을 한식(韓食)이라고 하듯, 일본 전통의 음식은 와쇼쿠(和食)라고 한다. 흔히 일본 음식 문화의 정수라고 여겨지는 화려한 ‘가이세키 료리’ 또한 와쇼쿠이지만, 와쇼쿠의 세계는 훨씬 넓다. 가장 원초적인 밥 ‘오니기리(おにぎり)’, 일본식 백반이라 할 ‘데이쇼쿠(定食)’, 일본 음식의 얼굴인 ‘스시(寿司)’ 등 일일이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저자는 어떤 기준으로 이 다양한 와쇼쿠를 즐기고 소개할까? 한마디로 얘기하면 ‘뿌리’를 찾는 것이다. 밥맛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오니기리를 먹기 위해서는 일본의 대표적인 쌀 품종인 고시히카리(コシヒカリ)의 본고장 아키타현으로 간다. 다마고 가케 고항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일본 전역의 특징적인 달걀을 농장 직송으로 받는 달걀 음식 전문점이다. 이런 경우가 ‘맛의 뿌리’를 찾아 밥을 맛본 것이라면, ‘역사의 뿌리’를 찾아 맛본 밥도 있다. 오시즈시(押し寿司, 눌러 만든 스시)의 원형을 찾아 교토로 가고, 니기리즈시(握り寿司, 손으로 쥐어 만든 스시)의 원형을 찾아 도쿄의 노포로 가는 것이다. 한국인이 밥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국이고, 어떤 국에든 밥을 말아 국밥으로 먹는다면, 일본인은 (최소한 외식에서는) 다양한 반찬보다는 하나의 주 반찬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반찬이든 밥에 얹어 덮밥을 만들어 먹는다. 장어 구이를 올린 우나동, 다양한 해산물을 올린 가이센동, 메이지 정부의 육식 해금과 역사를 같이하는 규동과 오야코동 등 일본 덮밥의 동그란 그릇 안에는 일본의 전통과 근대, 산업화가 담겨 있다. 저자가 최북단 홋카이도에서 최남단 규슈까지 돌며 소개하는 다양한 돈부리(丼)는 일본 음식 문화의 이런 특징과 역사를 잘 보여준다. 일본의 근대가 만든 요쇼쿠와 에키벤 와쇼쿠가 일본 음식 문화의 뿌리와 다양성을 보여준다면, 요쇼쿠는 일본 음식 문화의 유연성을 보여준다. 요쇼쿠(洋食)는 일본 음식을 뜻하는 와쇼쿠에 대비해 서양 음식이라는 의미로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서양 음식 자체가 아니라 서양 음식을 모방해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커틀릿을 변형한 돈가스, 크로켓을 모방한 고로케, 오믈렛을 응용한 오므라이스 등이 바로 일본의 요쇼쿠다. 돈가스와 고로케, 햄버거 패티, 나폴리탄(토마토소스 대신 케첩으로 버무린 일본식 스파게티)까지 밥반찬으로 먹는 것이 또한 일본 음식 문화의 특징인데, 저자는 이 중에서도 돈가스(정식과 돈부리), 카레라이스, 오므라이스, 하야시라이스를 맛본다. 각각의 음식을 처음 선보인 발상점뿐 아니라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프랜차이즈까지 망라하며, 일본에서 탄생한 서양 음식의 원형과 다양성을 즐길 수 있게 안내한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일본의 밥은 에키벤(駅弁)으로, 에키벤은 기차역을 뜻하는 ‘에키(駅)’와 도시락을 뜻하는 벤토의 ‘벤(弁)’이 합쳐진 말이다. 에키벤은 일본의 음식 문화, 여행 문화, 철도 문화, 그리고 일본 특유의 포장 문화가 버무려진 매우 일본적인 음식으로,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먹어보고 싶어할 정도로 일본의 밥을 상징하는 분야다. 에키벤은 기차역에서 판매하는 것이라 그 어떤 음식보다 그 지역의 자연이 담긴 식재료와 조리법을 담고 있다. 저자는 홋카이도에서 호쿠리쿠, 도호쿠, 간토, 주부, 간사이, 주고쿠를 거쳐 규슈까지 기차로 여행하며 에키벤을 먹어보는데, 그저 맛있는 에키벤이 아니라 각 지역을 상징하는 에키벤을 골라서 소개한다. 홋카이도의 해산물, 센다이의 쇠고기, 나고야의 토종닭, 히로시마의 굴, 가고시마의 새우처럼 지역성을 가득 살린 식재료를, 달마 모양이나 샤미센 모양, 다코쓰보를 본뜬 항아리, 장인이 빚은 도자기 등 그 지역의 역사를 담은 개성 있는 도시락통에 담은 에키벤들은 군침을 흘리게 할 뿐 아니라 여행의 욕구를 자극한다. 저자는 일본 음식의 역사와 문화, 음식 용어 등에 관한 상세한 설명은 물론, 각 지역의 음식점 정보, 음식에 대한 평가를 충실하게 담았다. 이 책은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일본 문화가 궁금한 사람들 모두에게 맛깔 나는 읽을거리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