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꼼수다’의 정봉주가 달린다
더 가벼운 정치를 위해서란다. 그리고 성큼 다가섰다고 한다.
이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를 꼼꼼히 뜯어보고 싶다
▶ 책 소개
2011년 4월, ‘미디어’에는 없던 ‘미디어’가 탄생했다. 이것은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하다. 음원 파일에 불과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가 그것. 가카(대통령 각하) 헌정방송이란 괘씸한 구호 아래 1회 방송부터 빵 터졌다. 기존 정치권과 권력자들에게 ‘빅 엿’을 날렸더니 국민들이 탄식과 환호로 화답했다. 그 거침없음은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을 사정없이 흔들고 있다. 급기야 나꼼수 열풍이 2011년 실시된 10.26 서울시장재보궐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조심스런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꼼수 MC 4인방 중 유일한 정치인 정봉주 17대 국회의원이 책을 썼다. 『달려라 정봉주』다. 장편만화영화 ‘달려라 하니’에서 모티브를 얻은, 단순하다 못해 유치하게 보이는 제목에선, 그러나 더 적절한 표현이 없을 정도로 저자만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엄마를 위해 이 세상 끝까지 달리겠다는 ‘하니’의 의지는 정봉주라는 정치인에게서 더 ‘가벼운 정치’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는 소명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왜 가벼운 정치냐고? 저자는 지금까지 권위로 똘똘 뭉쳐 무거워진, 정치·정치인의 행태가 국민들을 정치 혐오증으로 몰아넣었다고 일갈한다. 특히 대한민국 보수는 정치는 부패하고 무능하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사로잡혀 늘 이해관계로 다투며 싸우는 집단임을 국민에게 부지불식간에 주입한다. 정치 무관심을 유도하고 정치 냉소주의를 팽배하게 만들어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 통로를 아예 차단시키려는 음모다. 권력을 자신들의 전유물로 만들려는 속셈이다. 정치는 보기에도 버거운 그 무엇이 된다.
저자는 나꼼수와 거리낌없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이런 정치를 깨뜨리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가 가볍고 재미있다는 공감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게다가 서울시장 대첩으로 국민은 참여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저자는 나꼼수든 강연이든 그 어떤 형태로든 정치를 즐겁고 재미있는 영역으로 더 끌어내려 누구나 참여의 장으로 만드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여기까지 짚어본 저자의 깊은 속내가 나꼼수에서 보여진 그의 모습과 다소 달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염려 마시라! 지은이 말마따나 원래 천성이 가볍고 경박한 데다 품행이 방자한 ‘인간 정봉주’가 어디 가겠는가? 심각함도 본연의 쉬운 입담과 밉지 않은 깔때기 논리를 들이대 독자들을 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나꼼수 탄생부터 치명적 매력의 정치인 등장까지
더 가벼운 정치를 향해 달리는 저자의 메시지는 전국 방방곡곡 강의를 다니며 청중과 호흡하면서 확인하고 소통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절제된 심정으로 쏟아 부으려 노력했다.
우선 여의도 한 식당에서 한담을 나누다 시작한 해적 음원 파일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디어로 탈바꿈하기까지의 비화가 공개된다. F4의 탄생이다. 나아가 나꼼수가 2011년 최대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한 원인을 분석한다.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언론학, 방송학, 정치학, 사회학을 전공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 피할 수 없는 통쾌한 이론을 만나게 된다. 이미 하버드대학교에서도 나꼼수 신드롬을 연구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던가!
저자의 정치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BBK 사건, 현 정부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비리(제대로 터지면 한 방에 훅 간다)를 비롯해 대학등록금 문제 등을 다뤘다. 몸소 체험하거나 간접 체험한 실화이다. 나꼼수에서 듣지 못했던 내용이거나, 나꼼수에서 다뤘지만 더 상세함이 필요한 꼼수들을 풀어썼다.
BBK는 이제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해진 지 오래다. 저자가 지난 대선, 정치 생명을 걸고 파헤쳤던 BBK를 보다 철저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현재 정치·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쟁점을 중심으로 새롭게 문제점을 제기한다. 그 어디에서도 접할 수 없는 BBK 전문가의 해설은 쾌도난마다.
저축은행비리는 단순히 한두 명의 로비스트가 관여한 불법부정대출 사건인 양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로비스트 박태규의 입을 열지 못해 낱낱이 밝혀지지 않고 얼렁뚱땅 넘어갔지만, 저자는 친박과 친이 세력 간의 권력과 욕망의 사슬이 얽히고설킨 대표적인 정치 금융비리라고 의혹을 제기한다.
교육전문가답게 우리시대 청춘들과 부모들의 근심거리인 대학등록금 문제를 교육 권력의 총체적인 비리와 연결시켜 그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진다. 정봉주 의원의 교육철학을 들여다볼 수 있다. 더불어 이 정권의 치적으로 찬양하는 외교, 특히 자원외교의 허를 낱낱이 고발한다. 향후 청문회감이니 관련자들은 단단히 준비하라고 엄포를 놓기도 한다.
『달려라 정봉주』는 내가 갖고 있는 것 이만큼 얘기할 테니 당신도 이만큼 마음을 열라는 하나의 제안이다. 나꼼수에서의 입담처럼 글쓰기 또한 꾸밈없고 유쾌하다. 독자들의 기대대로 깔때기도 빠지지 않는다. 깔때기 없는 정봉주는 ‘아름다운 영혼’도 아니고 ‘치명적인 매력도 갖고 있지 않다. 그저 내용 없고 지루한 개똥 철학자에 불과할 뿐이니까.
기존 정치인의 꼴을 벗어던진 저자는 책에서 사적이지만 깊은 자기만의 이야기도 털어놓고 있다. ‘인간 정봉주’를 소개하는 첫 시도다. 어떻게 위대한 정치인이자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가 될 수 있었는지 엿볼 수 있다.
파란만장했던 17대 국회의원 생활을 회고한다. 탄돌이로 입성한 국회의원 생활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뽑았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더듬으며 ‘짠’한 회한을 남긴다. 국회의원에서 떨어지고 난 후 사기당하고 가산을 탕진해 어려웠던 과거도 담담히 기록했다.
저자는 학생운동 및 국회의원 시절 무엇이든지 찾아서 열심히 활동하고 참여했지만, 애잔할 정도로 주류세력에게는 철저하게 따돌림당한 인정받지 못한 삶을 살았다. 집사람에게 ‘제발 뒤치다꺼리 그만 하라’는 핀잔을 듣기도 했으나 개의치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정봉주의 메시지가 여타 꼰대의 그것과는 달리 가슴을 울리는 이유이다. 이렇게 묵묵히 달리고 보니 어느덧 주위에 그와 함께 뛰는 사람들을 발견했다. 계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왕따’가 됐는데 이제는 정봉주 계파가 생길 지경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대한민국 2011년 겨울. 한-미 FTA 문제로 추위도 힘을 잃고 있다. ‘뼈속까지 친미’인 정치인들에게 “대한민국의 국익과 미래 앞에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절대로 양보란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시종일관 ‘Great America’라고 찬양하는 사람들을 향해 따끔하게 일침을 가한다.
젊은 그들에게 ‘정치에 무관심하지 말라.’는 당부도 빠뜨리지 않았다. “BBK, 저축은행, 사학비리……. 관심 없고 어렵다고? 이 모든 것이 결국엔 우리 삶의 가장 절실한 문제로 귀결되어 여러분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지금까지 냉소를 입에 문 채 팔짱 끼고 줄기차게 앉아 있던 의자에서 박차고 일어나 이제 주인공 정치의 입장으로 모드 전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