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180여 년 전 어머니와 누이, 남동생을 끔찍하게 살해한 청년 피에르 리비에르.
그는 흉악한 삼중살해범인가 vs 붉은 눈의 살인 편집광인가?
피에르 리비에르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담론들 간의 치열한 전투!
“이 책은 함정이 있는 책이다. 사람들은 수다스럽게 범죄자와 그의 심리, 충동, 무의식, 욕망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범죄 현상에 대한 정신의, 심리학자, 범죄학자의 담론은 끝이 없다. 하지만 이 담론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인 1830년대에 생겨난 것이다. 1836년의 삼중살인이 거기에 대한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사건 개요
1835년 6월 3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농촌 마을의 젊은 농부 피에르 리비에르가 모친과 누이 그리고 남동생을 낫도끼를 사용해 끔찍하게 살해하였다. 범행 직후 리비에르는 도주하여 한 달 동안 도피 생활을 했다. 그리고 7월 2일, 마침내 체포되어 심문을 받고 수감되어 재판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15일간에 걸쳐 전적으로 혼자 힘으로 장문의 '수기'를 집필했다. 11월 11일, 피에르 리비에르는 유죄판결을 받고 자살을 시도하여 독방에 수감된다. 이듬해 광기에 휩싸여 어머니와 여동생을 살해하였다는 피에르 리비에르의 특사 청원이 받아들여졌으며, 국왕은 그에게 선고된 사형을 종신금고형으로 감형하였다. 1836년 3월 보리외 중앙구치소에 수감되었던 리비에르는, 1840년 10월 20일 오전 1시 30분 구치소 내에서 목을 매어 자살했다.
푸코의 경탄
푸코는 정신의학과 형사소송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 역사를 연구하던 중 피에르 리비에르 사건과 만나게 되었다. 1836년《공중보건 및 법의학 연감》에 보고된 이 사건의 소송기록은, 이 잡지에 게재된 다른 소송기록처럼 사건 개요와 법의학 감정 요약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주목할 만한 요소가 많았다. “19세기에 출간된 여러 자료 가운데서도 이 서류 뭉치는 색다르게 느껴졌다.”
1l우선 기록은 일련의 세 보고서로 되어 있는데, 이 세 편의 보고서는 각기 분석의 종류와 그 결론이 달랐을 뿐 아니라 당시의 의료제도 내에서도 상이한 원천 및 위상을 갖고 있었다.
2l이 밖에 중요한 소송서류 한 뭉치도 있었다. 여기에는 노르망디의 작은 읍에 사는 주민들로 된 증인들이 범인의 생활과 생활 방식, 성격, 광기 혹은 백치성에 대해 증언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3l소송기록에는 피고 자신이 쓴 수기, 아니 수기의 발췌가 있었다.
사건은 노르망디의 작은 농촌 마을의 젊은 농부 피에르 리비에르가 모친과 누이 그리고 남동생을 살해하였다는, 당시에는 그다지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한 존속살해 사건이었지만, 그 소송 기록은 양적으로도 이례적으로 많았을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다양했으며 내용적으로도 여러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에도 한 지방의 사정에 따라서 많은 자료를 공표할 수 있었는데, 유독 피에르 리비에르의 수기라는 소송 자료에 대해서는 즉각적이고 전적인 침묵이 지켜졌다. 그렇게 강력하게 의사들의 관심을 끌었던 사건인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솔직해지자. 이런 궁금증 때문에 1년 이상 이 기록에 매달린 것은 아니다. 차라리 리비에르의 수기에 끌렸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모든 것은 경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발단
이 책은 1971년 푸코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1973년까지 약 2년여에 걸쳐 진행된 콜레주 드 프랑스의 비공개 세미나에 참여한, 상이한 지평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의 공동 연구의 결실이다. 이 연구에 참여하여 논평의 일부를 쓴 로베르 카스텔에 의하면, 1971년에 푸코가 세미나에 참석한 10여 명의 연구자들에게, 자신이 파리 국립도서관 서고에서 우연히 발견한 피에르 리비에르의 '수기'로 공동 연구를 제안했는데, 그 연구의 핵심 테마는 정신감정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한다. 이 책이 출간된 1973년 푸코 강의의 제목이 ‘정신의학의 권력’인 것을 보면 이 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책의 구성
이 책 의 제목은, 책에 수록되어 있는 존속살해범 피에르 리비에르의 '수기'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이 책은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19세기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역에서 발생한 존속살해 사건과 관련된 재판서류를 비롯하여, 이 사건을 다룬 당시의 신문기사에 이르기까지 수집 가능한 일체의 소송 기록을 수록하였다. 이와 함께 가까스로 읽고 쓸 줄 아는 문맹에 가까운 노르망디의 농부 피에르 리비에르가 쓴 철자법과 구두점이 엉망인 '수기'를 교정 없이 당시 출간되었던 그대로 수록하였다. 그리고 2부는 편집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이 사건을 분석한 논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록이 흥미를 유발시키는 핵심 요인은 교묘한 구성의 묘미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리비에르의 범행부터 재판, 감형에 이르는 자료를 대부분 시간 순서로 배열하고 있을 뿐이지만 마치 극의 진행을 보는 것처럼 사건의 각 요소가 서로 인과적인 관계를 이루며 전개되고 귀결된다.
푸코 사유의 ‘잃어버린 고리’
는 푸코 사유의 변혁의 연쇄에서 빠져 있었던 중요한 한 고리를 복원해준다. 푸코는 와 <정신의학의 권력>을 통해 왕성한 생산과 재검토의 시기를 맞았으며, 이 단계에서 푸코의 이론과 실천, 철학적인 열정과 정치적 참여의 복잡성을 엿볼 수 있다. 정신의학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푸코가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욕망을 느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광기의 역사>에서 푸코는 폭력 개념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신의학의 권력을 논하기 시작하는 부터 시작해 <정신의학의 권력>을 거쳐 <비정상인들>, <감시와 처벌>, <앎의 의지>에 이르는 저작들에서 ‘폭력’ 개념은 그 유효성을 상실하고 만다. 푸코는 반정신의학 운동 주창자들이 역사의 문제를 소위 폭력 행사의 본거지로 간주되는 제도를 중심으로 한 제도주의적 관점에서만 제기하였다고 비판한다. 푸코는 폭력이 끔찍한 것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푸코에게 폭력의 문제는 중심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정신의학의 폭력을 전면에 내세우면 정신의학 역사의 진정한 문제, 요컨대 정신의학의 시술과 진리의 담론 간의 관계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정신의는 현실에 대한 진리, 아는 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달리 말해서 정신의는 현실을 강화하는 동인, 즉 의학적 진리의 이름으로 광인에게 이 현실을 강제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추가적 권력sur-pouvoir의 사용자이다.
“정신병원은 적나라한 권력 상태에 있는 현실이고 의학적으로 강화된 현실이며 현실 차체의 선동자 이외의 다른 기능을 갖지 않는 의료 행위, 의료 권력-지식이다.”
쟁점1. ‘언어 표현=이성’이라는 도식
언어 표현에 있어서 이성과 광기는 서로를 배제하는 것일까, 아니면 양자는 서로 포괄되는 것일까? 푸코는 에서 특히 그의 수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수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그것을 통해 광기와 언어 표현, 정신의학, 권력의 문제를 탐구한다. 피에르 리비에르의 '수기'는 언어 표현=이성이라는 전통적인 도식을 타파하는 강력한 파괴력을 내포하고 있다.
“이 수기는 피고의 단순한 변명의 글이 아니다. 그것은 결코 거울처럼 해석하거나 투사하는 빛을 반사하고 있지 않으며, 거기에서 우리와 우리 사회의 현실태를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 역할을 한다. 사법부는 거기에서 흉악범의 상을, 의사들은 정신착란자의 상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피에르 리비에르의 언어 표현에 광기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거기서 의사들은 ‘이성과 광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