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만화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경지!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만화는 독자들에게 낯설지 않은 형태의 문화 전달이다. 곡의 가사, 혹은 멜로디처럼 특정 부분에서 만화가의 상상력에 기인한 스토리를 뽑아내어 붙이거나, 어떨 때는 곡의 분위기만으로 만화를 창작하는 경우도 있다. 예술가 동지로서 뮤지션과 만화가는 그렇게 서로의 영역을 공유해온 셈이다. 그러나 이 공조는 그렇게 단단하지 않았는지, 독자들은 음악과 만화를 별도의 매체로 받아들여 겉도는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모베러 블루스』는 그 자체가 만화이며, 음악이다. 뮤지션 이승열이 부른 동명의 노래에서 출발한 점은 여느 음악 소재 만화들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이 작품은 컷 사이사이에서 이승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공감각적 체험을 선사한다. 극중 등장인물이 밴드를 이루어 연주하는 블루스는 이승열의 목소리로 들어온 그 노래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며, 이 노래는 곧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들려준다. 삶에 치여 음악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음악의 힘으로 자신들이 놓쳐버렸던 인생을 다시 손에 쥐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그 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을 멜로디와 함께 되찾는 느낌이다. 이것이 음악과 만화가 만났을 때 생겨날 수 있는 가장 큰 힘 아닐까.
●스토리 라인
주인공 구근운은 군시절 군악대에서 연주하다가 4성 장군의 별 개수를 착각했던 아찔한 기억을 갖고 있는 트럼펫 유경험자. 음악에 대한 티끌만한 열정은 ‘숫자’로 가득한 회계사 일을 맡게 되면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사고로 엘리베이터에 갇히게 되면서 그의 모든 숫자가 사라져버린다. 키보드 숫자판, 회계장부, 심지어는 그의 통장 잔고까지 모두 0(제로). 실의에 빠진 구근운은 지하철 출구 계단에서 범상치 않은 거지를 만나는데, 그는 구근운에게 ‘화음’이 세상을 재편할 거라는 조언을 해준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음악을 합주해야 한다는데… 그 곡의 제목은 바로 「Mo’ Better Blues」. 그리고 구근운에게는 인생을 걸고 트럼펫을 불어야 하는 위기이자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급 결성된 밴드 단원들은 구근운의 직장 동료들. 그들 또한 인생의 중요한 한 가지씩을 잃어버린 처지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