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지난해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방영된 이후 클래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OST가 음반으로 발매되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클래식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한 열풍이었다. <베토벤 바이러스 2>가 제작된다는 소식도 있으니, 클래식 음악의 인기는 앞으로도 당분간 식지 않으리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사실, 클래식은 시대와 지역, 그리고 인종과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에게 수백년 동안 사랑을 받아왔기에 클래식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 심지어 잘난 척하는 호사가들의 고급 취미쯤으로 오해되고 있는 현실이다. 클래식에 쉽게 다가서도록 도와주는 잘 만들어진 입문서가 부족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을 수 있다.
기존의 클래식 입문서는 초보자를 친절하게 안내해주기는커녕 질리게 만드는 측면이 없지 않았다. 알아듣지 못할 난해한 작품 해설, 마치 세계사 공부처럼 골이 지끈거리는 음악사 나열 등이 특히 그러하다. 그와는 반대로 좀더 잘 읽히는 입문서를 만들자는 의도였겠지만, 신변잡기 같은 가벼운 글의 묶음은 모처럼 클래식과 친해지려는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 일쑤였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깊이와 내공이 있는 클래식 입문서는 존재할 수 있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박정준의 <클래식 피크닉>이다. 봄날의 피크닉처럼 가볍고 상쾌하게 즐기는 마음으로 클래식의 깊은 세계로 빠져들 수 있도록 음악의 오솔길로 인도하는, 드물게 만나는 클래식 입문서이다.
<클래식 피크닉>은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형식을 따른 구성 자체가 독특하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도입부에 아리아(Air)가 등장하고 그 뒤로 30개의 변주곡이 이어지다가 맨 마지막에 아리아의 재현으로 끝을 맺는다. <클래식 피크닉>도 에필로그에 이어 30개의 글들이 뒤따르다가 에필로그로 마무리된다. 글 중간에 지휘자, 오케스트라, 연주자 등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소개된다.
<클래식 피크닉>에 등장하는 작곡가나 지휘자, 악곡의 수효는 많지 않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낼 경우 독자가 혼란스러워할 것을 염려한 저자의 배려이다. 대신 선택된 소수의 악곡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설명을 덧붙여 클래식 입문서의 기능에 모자람이 없도록 했다.
<클래식 피크닉>의 특징적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대목은 음악사 해설 부분이다. 지루하고 딱딱해지기 쉬운 음악사 이야기를, 예를 들면 <바로크 타임스> <낭만일보> 등 가상 신문의 기사체로 요약 정리한 뒤 상세한 배경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클래식이 낯선 초보자들도 흥미롭게 음악 상식을 넓힐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