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장 익숙한 그것, 사랑을 노래하다.”
<연애가 끝났다>는 작가의 실제 연애담을 듣는 듯한 실감나는 묘사와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뚜렷한 갈등구조 없이도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가 하는 모든 연애가 그렇듯 사소한 일로 사랑이 끝나고 또 시작되는 이 소설의 잔잔함은 내 연애의 한 조각을 꺼내어 보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소설에는 3명의 여자가 등장한다. 몇 번의 연애를 경험하며 연애의 단 물과 쓴 물은 모두 맛보았다고 생각하는 ‘연애 지상주의자’ 담이, 그녀와 반대로 아버지의 간섭으로 인해 남자에 대한 막대한 질색을 가진 ‘연애 혐오주의자’ 여은, 그리고 아직은 사랑이면 그저 좋은 20대 초반의 혜영이다. 이 세 명의 여자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사랑을 하고 또 서로에게 연애상담을 한다. 각자의 연애관이 대립하면서 일어나는 스파크들은 단순히 연애소설이 아니라 마치 연애 철학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게 만든다. 연애라는 것이 이리도 복잡한 행위였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한 번이라도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책 어딘가쯤에 자신이 했던 고민이 그대로 적혀있어 흠칫 놀랄 것이다.
“당신의 연애도 언제나 처음처럼 어렵고, 낯설고 어설프기를.”
이 소설은 사랑이 끝난 후부터 시작되고, 사랑이 시작되면서 끝이 난다. 한 사람을 만나고 지지고볶다가 엔딩을 맞이하는 기존의 소설들과는 분명 다른 부분을 비추고 있다. 5년의 지루한 연애를 끝내고 이벤트처럼 나타난 남자 ‘해영’과의 연애를 고민하는 여자 ‘주담이’의 1인칭 시점으로 연애에 대한 다양한 감정과 고찰, 그리고 짙게 드리운 삶의 배경이 연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치밀하게 다루었다.
연애의 환절기를 다루는 이 소설은 특유의 담담한 문체로 지나간 지호와의 연애에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연애의 권태로움을, 다가오는 해영과의 연애에서는 설렘과 불안이 교차되는 연애의 불완전함을 그려내며. 언제나 처음처럼 낯설고 어설픈 연애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설, 음악을 입다. 오직 소설만을 위한 OST의 탄생”
소설이 발매되고 같은 제목의 음원들이 음원차트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래 제목 옆에 p.23과 같은 암호가 붙어있다.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말이다. 이 암호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암호의 정체는 바로 음악의 주제가 되는 장면이 담긴 소설책의 페이지 번호. 바로 그 음악이 소설 <연애가 끝났다>의 OST라는 코드넘버인 셈이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소설 OST는 작가 전보라와 8팀의 싱어송라이터들이 만들어낸 아주 새로운 공감각적 체험이다. 우주히피, 조태준, 블루파프리카, 윤기타, 고고보이스, 이진호, 블랑, 애리x앰버스, 슈퍼키드의 허첵까지 합류하여 자신만의 음악으로 소설을 해석해냈다.
음악과 소설을 즐기는 방법은 무한하다. 소설을 다 읽고 음악을 들으며 장면을 복기해도 좋고, 음악을 들으며 그 장면이 담긴 소설의 한 부분을 읽어내려가도 좋다.
작가 전보라와 8팀의 아티스트가 만들어낸 소설 OST라는 새로운 시도 덕분에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에 어울리는 BGM이 흘러나올 때의 그 황홀경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