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르노도 상(에세이부문) 수상작!
20세기 가장 위대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그의 마지막 뮤즈 까롤린
2012년 르노도 상(에세이부문) 수상작!
20세기 가장 위대한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와 그의 마지막 뮤즈 까롤린
인간 존재의 가벼움을 자코메티만큼 잘 표현한 예술가가 또 있을까.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가장 치열하게 파고 든 조각가.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더 이상 줄일 수 없을 정도로 뼈만 앙상하게 남은, 한없이 고독한 인간의 모습을 조각과 스케치로 세상에 남긴 알베르토 자코메티. 이 책은 20세기 최고의 예술가 자코메티가 말년에 사랑했던 여인 까롤린이 ‘그녀의 알베르토’를 회상하는 글이다. 예술가의 삶을 소재로 한, 절제된 형태로 읽는 사람의 마음에 오래가는 울림을 남기는, 2012년 르노도 상 에세이부문 수상작답게 그 자체로 완결된 문학작품이다.
[출판사 서평]
프랑스 소설가이자 현대미술 전문 작가인 프랑크 모베르는 30년 전 우연히 들린 현대미술관에서 여러 초상화 중 유독 눈길을 끄는 한 여인의 초상화를 발견한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자의 초상화, 바로 자코메티의 1965년 작 유화 「까롤린」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가 말년에 사랑했던 모델이자 연인 까롤린.
이 책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은 그로부터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후 저자가 니스에 살고 있는 까롤린을 만나러 가는 데서 시작한다.
“그녀의 얼굴은 어떤가? 삶을 늘 그대로 받아들인 진정한 여인의 얼굴이고, 방황하고 지친 것 같은 무력한 여자의 얼굴이기도 하다. 그녀의 강렬한 눈빛이 우리를 멈추게 하고,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두 눈은 한없이 맑고 밝아서 그윽하기 그지없다. 나는 자코메티가 그린 초상화에서 본 그 눈을 알아보았다. 삼십 년도 더 전에 현대미술관에서 보고 깜짝 놀랐던 그 눈을. 그 눈은 〈까롤린〉의 눈이다. 그녀의 눈빛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 14p.
까롤린, 그녀의 진짜 이름은 이본느 마르그리트 프와로도. 저자는 인터뷰 요청을 위해 까롤린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의 느낌부터 그녀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그 집을 나설 때까지, 한나절 동안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시간 순서대로 들려준다. 마찬가지로 까롤린도 보잘 것 없는 자신을 환하게 빛나게 해주었던 자코메티와의 첫 만남부터 자코메티가 사망한 1966년까지의 일들을 거의 시간 순으로 회상한다.
현대인의 불안과 고독을 가장 치열하게 파고 든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그는 거리의 여자들을 몹시 사랑했다. 자코메티의 작업실은 찾아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는데, 자코메티에게 가난한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몽파르나스의 술집 ‘셰 아드리엥’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질 수 있는 피난처였다. 완전히 평온한 상태에서, 그는 커피나 샴페인을 마시고, 자기가 읽던 신문이나 편지 봉투에 볼펜으로 데생을 그리기도 했다. 그러고는 거기에 있는 여자들과 밤이 늦도록 온갖 이야기를 하곤 했다. 자코메티는 그곳의 여자들이 손님들과 나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재미있게 지켜보고, 지친 그녀들에게 술을 사주고, 밤늦도록 자기와 있느라 시간을 허비한 그녀들에게 보상을 하거나, 택시를 타고 돌아가라고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어느 날 자코메티는 그곳에서 까롤린을 보았다. 갓 스무 살이 될까 말까한 어린 여자였다. 두 사람은 첫눈에 반했다. 자코메티는 까롤린에게 자기를 위해 모델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코메티는 길을 잃고 헤매는 까롤린의 눈빛에서 무한한 고독과 고통을 알아보았다. 그녀의 천사 같은 얼굴이 얼마나 많은 어둠을 숨기고 있는 지도 느꼈다. 까롤린은 자코메티에게 정상에서 벗어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였다. 1958년 11월의 이 만남은 자코메티의 예술혼을 다시 타오르게 했다. 자석에 끌린 것처럼, 그들은 서로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렸고, 두 사람의 여행은 자코메티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녀는 그의 마지막 모델이자 최후의 열정이었다.
까롤린은 자코메티를 ‘나의 그리자유(회색으로만 돋을새김처럼 그리는 장식화법. 까롤린이 늘 회색 먼지 속에서 작업하는 자코메티를 보고 붙인 별명인 듯?옮긴이)‘라고 불렀다. 살아야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술집에서 일하던 어린 여자에게 자코메티는 그 자체로 새로운 세상이었다. 자코메티는 까롤린을 데리고 루브르 박물관에도 가고 자연사 박물관이나 런던 테이트 갤러리에도 갔다. 그리고 영국을 뒤흔들고 있던 아일랜드 태생의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에게도 소개했다. 자코메티에게는 부인 아네트가 있었고 추종자인 동생 디에고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들의 눈치도 보지 않았다. 자코메티와 까롤린이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그들도 알고 있다. 또한 그 이유도 알고 있다. 누가 두 사람을 막을 수 있었겠는가.
이 책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은 자코메티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친절하게 정리해서 들려주거나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전기나 평론과는 거리가 멀다. 유명한 예술가의 흥미진진한 연애담도 작품에 대해 학구적인 분석을 한 책도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코메티의 인간적 면모와 예술적 고뇌가 느껴지는 흥미로운 일화를 통해 예술가의 말년에 대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중요한 일면을 밝히고 있다.
2012년 르노도 상 에세이부문 수상작답게 《자코메티가 사랑한 마지막 모델》은 예술가의 삶을 소재로 한, 상당히 절제된 형태로 읽는 사람의 마음에 오래가는 울림을 남기는, 그 자체로 완결된 문학작품이다. 그래서, 자코메티가 연필로 스케치한 그림에서 느껴지는, 선선한 바람을 등지고 앉아서, 또는 지는 해를 받으며 읽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