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이탈리아 거장감독
난니 모레티의 영화세계를 돌아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는 이탈리아 거장
난니 모레티의 영화세계를 돌아보다
칸영화제 감독상 <나의 즐거운 일기>, <4월>, 황금종려상 <아들의 방>
이탈리아 영화를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할 수 있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난니 모레티의 영화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번역서이다. 월플라워 출판사(Wallflower press)에서 출간한 ‘디렉터스 컷’(Director's cut) 시리즈인 난니 모레티 감독론으로 개인적, 정치적, 영화적으로 혼합된 모레티의 영화를 분석하는 데 공헌을 한 책이다.
난니 모레티 감독은 네오리얼리즘 이후 현대 이탈리아 영화사에 있어 정점에 선 감독이다. 칸국제영화제에서 <나는 자급자족한다>를 시작으로 <에체 봄보>, <나의 즐거운 일기>, <4월>로 감독상, <아들의 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는 <미사는 끝났다>, <빨간 비둘기>로 은곰상 등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담론의 교차로에서 바라본 모레티의 영화
감독, 배우, 제작사이기도 한 난니 모레티와 그의 영화들은 장르로는 분류하기가 어렵지만, 내용상으로는 현대 이탈리아 사회, 정치적 생활의 복잡한 전통과 관련된 스토리를 풍부하게 보여준다. 그의 영화 속에는 이탈리아 영화의 시대적인 정신이 잘 반영되어 있다. 이러한 그의 영화론을 담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모레티의 영화 제작을 예술 영역 그리고 사회 질서와 관련 있는 연속적·이질적 담론의 교차로와 근원으로서 조명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각각의 영화를 깊이 있게 분석하기보다는 그의 작품에 대한 일관적 관점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의 영화를 투영하는 렌즈를 통해서이긴 하지만 영화의 이러한 담론을 최대한 독립적으로 다루면서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하고자 한다.
이 책은 모레티의 모든 작품에 드러난 네 가지 기본적인 주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첫째는 자서전, 일기,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예술가의 묘사다. 두 번째는 이탈리아 그리고 서양의 가족과 남성성의 위기다. 세 번째는 코미디와 유머, 과격한 풍자, 실존적 아이러니다. 네 번째는 정부와 시민 관계의 변화, 탈근대 정치에서 언어의 중요성이다. 이 네 가지의 주요 주제 아래서 모레티의 영화를 이탈리아와 유럽의 영화산업 그리고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온 이탈리아 영화사의 틀 안에 놓고 탐구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그의 모든 작품을 영화적 급진주의, 현대 유럽에서 제작 및 배급 조직과의 관계에 대한 예로써 다룰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을 사회적·정치적·역사적 맥락에서 들여다보고, 이것을 지난 30년간 이탈리아와 서유럽 사회의 변화에 관한 논평으로써 연구하겠다. -본문에서 -
난니 모레티 감독에게 영화란?
“나는 감독이 아니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영화로 만드는 사람일 뿐이다.” -난니 모레티 -
이처럼 난니 모레티가 말한 것은 그의 영화와 관련된 모든 것을 의미한다. 과거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 반항기 가득한 영화를 제작했던 그의 작품들은, 삶을 바라보는 자전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또한 이탈리아 정치를 향한 냉소적 시각과 지적 시각을 결합하여 동시대의 다른 감독들보다 이탈리아인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서 사실주의 영화 사조(이하 네오리얼리즘)가 추구된 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프란체스코 로시 등의 기성 감독들은 네오리얼리즘영화에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위기에 처한 이탈리아 영화 산업을 구하기 위해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되어 미학적, 경제적 해결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태동했다. 이들은 이탈리아 영화의 전통을 참작하면서도 새로운 영화에 대해 탐구하고자 했다. 이러한 새로운 움직임을 주도한 이탈리아 신세대 영화감독들 가운데 난니 모레티는 과거 이탈리아 영화에 대한 반항에 가까운 영화를 제작해 나갔다.
난니 모레티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영화에 관심이 생겨 카메라를 구입해 직접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기존 시스템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엔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대신 제작비의 30퍼센트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정책이 있었지만, 상영과 배급까지는 해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모레티는 기획부터 배급까지 1인 시스템하에서 처리했다. 1976년 첫 장편영화인 <나는 자급자족한다 Io sono un autartchio>가 그의 영화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낸다. <비앙카Bianca>와 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품에서 정치색을 띠고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공산당 의원 역할을 맡는가 하면 여러 좌익 기관을 상대로 작성한 편지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의견을 진지하게 듣지 말라고 제안한다. 평범한 시민이라면 모를까 영화를 그렇게 많이 만든 감독이 말하니 미디어에서도 그의 발언을 전면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는 ‘1인 제작 시스템’이라는 이탈리아 영화계의 전통적이고도 특정적인 방식을 취한 감독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8밀리 카메라로 촬영한 첫 작품 <나는 자급자족한다>부터 차츰 35밀리 상업영화로 옮겨가면서 영화제작사 ‘사케르’를 직접 설립했으며, 젊은 감독들의 단편영화를 상영하는 ‘사케르영화제’를 운영했다. 난니 모레티는 시나리오, 감독, 배우뿐 아니라 제작과 배급까지 직접 하면서 기존의 상업영화와 이탈리아 영화계에 대항하는 작품들을 내놓고 있다.
난니 모레티의 독특하고 모던한 영화 스타일은, 이탈리아 영화 산업계는 물론이고 젊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을 뿐 아니라, 영화계와 사회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들의 업적은 대부분 유럽과 이탈리아 영화산업에서 그가 차지하는 ‘반 아웃사이더semi outside’적인 위치에서 비롯된 것이다. 감독의 이러한 위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작품들은 국내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게다가 그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제작사와 배급사, 사케르 영화제, 그리고 로마에 있는 극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난니 모레티는 반 아웃사이더라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한 ’자급자족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주제에 대한 시각을 제시한 책
이 책은 주제별 4개의 장으로 나뉜다. 각 장은 자서전, 남성과 가족, 코미디와 아이러니, 정치를 다루고 있다. 각 주제에 부합되는 이론과 역사를 언급하면서 난니 모레티 영화에서 그 사례와 증거를 찾고 있다. 더불어 사회학적 관점으로 영화를 바라보며, 영화의 형식보다는 내용을 고찰한다. 저자들은, 그가 사회학자나 정치학자들이 추구하는 방식으로 남성성, 이탈리아의 가족, 이탈리아의 공적 영역이 변화되는 상황을 제시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포스트모더니즘 정치학을 논의하면서 난니 모레티가 영화에서의 ‘새로운 언어’를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자서전, 가족, 아이러니, 정치 이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 «난니 모레티의 영화»는 지난 30년 동안 이탈리아와 서유럽 사회의 변화에 관한 논평으로서 전개된다. 이 책은 연대기적 접근을 피하고 개별영화들의 주제에 대한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으며, 각 장은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론적 문제에 중점을 두고자 했다. 또한, 영화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탈리아 내 남성성과 권위의 위기, 정치적 좌파의 위기, 국민과 국가의 관계 변화 등의 사건을 고찰하고 논의하고자 했다. 이러한 난니 모레티의 영화들은 ‘대항영화’로 볼 수 있으며, 권력에 맞서는 영화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 옮긴이의 글-
저자들은, 난니 모레티가 정치영화를 추구하고, 영화의 중심에서 자전적 페르소나를 만들어 활용함으로써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주장한다. ‘자전적 효과’는 관객이 감독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