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세계

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을 통해 사랑의 특수성을 섬세하게 그려낸 장편소설 『환상통』으로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이번에도 그 사랑에 대한 탐구를 이어간다. 그는 전작에서 작중 인물이 한 아이돌 멤버를 볼 때마다 내뱉던 말(“씨발, 죽어도 좋아.”)로 독자들을 놀라게 만든 바 있다. 이는 독자들이 체험한 사랑의 속성을 아주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즉, 왜 내 사랑은 일방향인가? 그는 이 열렬한 욕망과 감정의 세계를 세 편의 연작 소설을 통해 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사랑의 세계』에는 빈말로라도 결코 매력적이라 말할 수 없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거리낌없이 자처하기를 욕 잘하고 뚱뚱해서 예쁜 애들이 친구로 두는 것이라 말하는 여자, 남몰래 쓰레기 수거함에서 쓰레기봉투를 주워다가 방안을 채우는 여자, 호스트와 아이돌은 물론이고 잘생겼다면 그 누구라도 보기 위해 집을 나서는 여자…. 하지만 이를 다른 식으로 말해볼까? 그저 아름다운 것을 사랑해서, 기꺼이 추해진 여자들이라고. 얼핏 이들이 추하기 때문에 일방향의 사랑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실은 아름다운 것을 숭앙하듯 몹시 사랑해서 가진 빛을 전부 잃고 캄캄한 어둠 속에 떨어져도 그 안에 기쁘게 머무를 수 있는 여자들이라고. 덧붙여 이 사랑에 응답이 없는 것은 슬픈 일이나, 이들은 이를 맡겨놓은 것처럼 당연하게 바라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여자들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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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바하
4.0
한국소설도 조금 간만이고 취향인 소설도 조금 간만이라 두 가지 버전의 리뷰를 남긴다. 1. 잠들 수 없는 밤의 계절이 오면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곤 한다. 그때 하는 생각이란 주로 작고 사소한 장면에 관한 것이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 그와 나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그때의 공기와 같은 것들. 너무 선명해서 어쩌면 기억이 아니라 내가 지금 구성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운 얼굴. 목이나 등, 엉덩이에 차는 땀처럼 사소하고 내밀해서 아무 사건이 되지 못하는, 그러나 피할 수도 없고 온통 그것에 집중하게 되는 장면이 반복된다. 축축한 몸에 먼지가 달라붙지만 그런 밤에는 더럽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장면이니까. 사랑의 세계라는 제목은 얼마나 적확한지. 저 말은 이 소설이 사랑의 다양한 국면과 양상을 폭넓게 펼쳐 보임으로써 사랑의 한 세계를 완성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이 세계가 본디 사랑의 세계라는 진실을 보여주는 직관적인 설명에 가깝다. 세계의 성격이 사랑이고, 세계는 사랑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에 몰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장면 속에서 그는 ‘아름다운 사람’(161쪽)이다. 엉망인 방이, 과열된 세계의 일부를 식히려고 제가 과열되는 냉방기가 더 아름답게도 추하게도 만들 수 없는 사람이다. 그가 한 말들을 되뇌다 입 밖으로 꺼내고, 그게 잠꼬대가 아니어서 짐짓 놀란다. 어떻게 그게 잠꼬대겠어. 이렇게 정신이 또렷한데. 마치 장면이 거기에 있는 것처럼 방 한쪽을 가만히 바라보면서. 거기서 이쪽으로 오는 시선이 없음에도. 똑똑. 노크하듯 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으며(217쪽) 어젯밤에는 망가진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마음을 망가졌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랑해. 라는 말을 입에 담을 때, 입에서”(183쪽. 사이하테 타히의 「여름」에서 재인용) 나는 냄새에 대해. 커피와 맥주와 쌀을 삼킨 냄새가 섞여 들어가는, 텅 빔으로써 존재하는 도넛홀 같은 거(144쪽)에 대해. 소설을 읽고 나니 더욱 맑게 들여다보이는, 마음의 가장 마지막에 남아 있는 것 하나, 사랑이 눅진하게 밤을 채우는 것 같아 더욱 잠들 수 없었다. 선풍기 바람세기를 올리고 돌아누웠다가 다시 돌았다. 바라보고 있던 곳을 계속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이 거기에 있어서. 2. 《사랑의 세계》가 좋은 이유는 느슨하기보다는 차라리 긴밀한 연작소설이기 때문이다. 세 개의 이야기가 얽히는 지점에 있어서, <탐정 이야기>와 <또 하나의 신화>가 서로의 문장과 제목을 참조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매료되었다. 그러니까 <탐정 이야기>에 신화가 의문의 대상으로 다뤄진다는 점, <또 하나의 신화>에 탐정의 표상이 하나의 '이야기'로서 다뤄진다는 점이 이 소설을 강하게 매듭짓고 있다. 이 상호 참조(저는 텍스트에서 상호 참조적인 요소를 발견하면 흥분하는 사람인데)는 다 읽은 후에 비로소 예표로 작용하는 바, '또 하나의' 신화는 예언처럼, 그러나 아름다운 것보다는 진실한 것에 가까운 것으로 실현된다. (스포일러가 있음) 그런데 지윤을 찌르고 만, 그걸 찔렀다고 해도 좋은지는 잘 모르겠으나 일단은 찌르고 만 마이의 행동은 '아름다운 것보다 진실한 것'이라는 도식에서 '아름다운 것', 그러니까 징그러운 것이자 내 손에 쥘 수 없는 것보다 결국 진실한 것에 도달한 결과인지 생각해보면 조금 덜걱거리는 느낌이다. 이런 해결 불가능한 덜걱거림을 좋아해서 이 부분을 몇 번 곱씹게 된다. 마이는 손에 쥐는 데에도 실패하지만 없애버리는 데에도 실패한다. 지윤은 거리에서 발견되고, 니카이도와 해안 마을에 있고...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신화는, 예언은 마이에게 어떤 것일까, 마이는 효진이 포기한 글쓰기처럼, 일어나지 않은 사건처럼 포기되고야 만 것일까,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모든 이야기 속의 그 누구도 포기당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한 가지 더 좋은 점은 세 가지 이야기가 각각의 문제의식으로서 내보이는 인종주의(구별짓기가 더 정확할 수도 있겠다), 성폭력, 대지진과 같은 요소들이 중심으로 던져지지 않고 주변화, 전경화되며(더 사소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제시되는데, 이것이 '사랑의 세계'를 말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고 그 세계에 자연스럽게 용해된다는 점이다. 저 요소들은 사랑의 세계를 주장하기 위해 동원되지 않고 사랑의 세계에 처음부터 있다. 이 차이가 사랑을, '아무리 끔찍하다고 해도 끈끈한 먼지를 벗겨내고 맑은 물에 눈을 씻듯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남는 것 하나'로 만든다. 사랑의 세계는 무엇의 것도 아니고 사랑의 것이니까.
ann
4.0
그 여자들 미친 여자 맞습니다 슬픈 여자도? 맞습니다...
알리체
4.0
사랑이라 부르기 꺼려지지만 사랑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것들
autumn
3.5
당신들이 아무리 나를 추하다고, 끔찍하다고 해도 끈끈한 먼지를 벗겨내고 맑 은 물에 눈을 씻듯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남는 것은 하나. 결국에 사랑이라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샤프
5.0
놀랍도록 형형한 소설들. 첫 소설집이 해낼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해낸다.
현희
2.5
이게뭐묘 하면서 읽었던 기억
주영
3.5
엥? 하면서 읽음
kkk
4.0
이런 마음도 사랑인가요? ㄴ 아무래도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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