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의 시의적절, 그 일곱번째 이야기!
시인 황인찬이 매일매일 그러모은
7월의, 7월에 의한, 7월을 위한
단 한 권의 읽을거리
매일 한 편의 글, 매월 한 권의 책. ‘시의적절’ 시리즈 7월 주자는 황인찬 시인입니다. 동시대 가장 아름다운 감각을 가장 고유한 목소리로 써나가는 이라 자부할 이름이지요. 7월, 어쩐지 눅진하면서도 투명한 ‘여름 냄새’를 생각할 적에 가장 먼저 떠올릴 이름이기도 하고요. 헌데 여름의 냄새, 코끝으로 먼저 닿는 여름이란 무엇일까요. 그 질문 앞에서 학교 운동장을 가르는 축구공의 흙 냄새, 이마에 맺힌 땀방울 씻어내는 수돗가에서 물 번지는 냄새를 겹쳐보게 된다면 그 환함과 푸름이 꼭 청춘의 그것과 닮아 있기 때문이려나요. 때로는 그런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더러는 지난여름의 눅눅한 흔적 곁에서, 가끔은 먼 여름의 소식 앞에서 시를 생각하는 시인의 일상들이 담겼습니다. 그리하여 더없이 시의적절한 7월,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입니다.
보라색 꽃이 달리면 비비추
흰 꽃이 달리면 옥잠화
그건 여름날의 풍경이네
아주 차가운 맥주
지금이 이번 여름 가장 즐거운 시간이라고 믿는 사람의 얼굴
그 사람도 아마 무슨 생각이 있었겠지요
돌아오지 않는 여름날을 떠올리며 말하는 사람
─본문 중에서
때로는 이렇게 덧붙일 수도 있겠습니다
같이 읽어요. 소리를 내면서요
7월 1일부터 31일까지, 하루는 시로 하루는 에세이로 매일매일을 채워나갑니다. 헌데 읽어나갈수록 이 책에 가득한 것은 여름의 무성함을 닮은 ‘시’ 그 자체로구나 알게도 됩니다. 시를 쓰는 날이 있고 시를 생각하는 날이 있고, 시의 자취를 좇아보는가 하면 시의 앞날을 고민하곤 합니다. “평소에는 내 시를 전혀 떠올리지 않”는다 말하지만, 빈 골목을 걷다보면 이승훈 시인의 시를, 또 ‘선생’과의 추억을 떠올리고 맙니다. 다시 태어나도 시인을 할 것이냐 물으면 아뇨, 대답하지만 실은 “기꺼이, 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고 피할 도리가 없어서” 시를 쓰고 있을 다음 생의 나를 떠올리고요. 황인숙 시인이 그의 시를 두고 “시들이 전부 미쳤구나 싶게 근사하다” 말한 바 있으니, 이 ‘미친듯이’ 아름다운 시들의 뿌리에 ‘시에 미친 시인’ 황인찬의 일상이 있었겠구나 짐작도 됩니다. 시의적절 안에는 때(時)와 시(詩)가 함께 있건대, 7월은 그야말로 ‘시’로 풍성하다 자부해봅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힌 소회대로, 이 책에는 꼭 시의 적절함만 있지는 않습니다. 시인의 일상이란 ‘시의부적절’한 일들로 가득하지요. 그러나 다시 시인이 고백한대로, 그런 어긋남에서, 그런 틈과 금과 사이에서 시가 탄생합니다. 이 책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을 두고 창밖의 여름에 어울리는 책이라 말해도 좋을 테지만, 손안에서 여름을 시작하는 책이라 불러보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우리가 여름을 생각하는 일이 꼭 여름 가운데서만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지요. 여름의 바깥에서, 오히려 멀찍이서, 여름을 바라보는 일이야말로 진짜 ‘여름’을 시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를 생각하는 일이 꼭 그러하듯이요.
때로 이런 질문을 받기도 한다. 다시 태어나도 시인을 하실 건가요? 그러면 언제나 농담을 섞어 이런 대답을 한다. 아뇨, 한번 해봤으니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요.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아마 시를 쓰겠지. 시쓰기에 매번 절망하고 실망하면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또 쓰고야 말겠지. 기꺼이, 라고까지는 할 수 없겠지만, 어쩔 수 없고 피할 도리가 없어서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그것은 참 끔찍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눈물나게 고마운 일이 될 것이다. 이 말에도 약간의 농담이 섞여 있음. ─본문 중에서
나의 장래 희망은 계속 사랑하기,
그리하여 계속 써나가기
언제나 시를 생각하지만 시가 무엇인지 답하기 직전에 멈추는 사람. 자주 지나간 실패를 뒤적이고 미리 다가올 낙담을 쥐어두는 사람. 시인 스스로는 이를 두고 ‘어중간’과 ‘어정쩡’이라 말하지만요, 중간이란 언제나 길 위에 있음 생각해보게 됩니다. 한 해의 복판, 한창 자라나고 번져가는 계절, 여름이 바로 그러할 테고요. 언제나 길 위에 있는 시, 언제나 시라는 여정 중에 있는 시인. 항상 생각하고 있으니까 문득 멈춰설 때 ‘잠시’라 하겠지요. 그때 혼잣말처럼, 혼잣말이라야 가능할 진심처럼, 조그맣게 하는 말 두고 ‘고백’이라 하겠지요.
이 책에는 시절의 어긋남에 대한 이야기와 시에 대한 이야기가 나란히 묶여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삶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시의부적절’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 바로 시를 이해하는 일이라는 믿음에 기인합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습니다. 시를 통해 저를 이해할 수 있었고, 시를 통해 저를 벗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시를 이해하는 만큼 삶의 부정합성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시를 사랑하는 만큼 저 자신을 미워하는 일을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또한 그러하시리라 믿습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