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과 빠른 전개
선과 악의 정의를 향한 집요한 탐구
<반연간 문학수첩 신인작가상> 수상작가의 장편소설, 《검은 옷을 입은 자들》
선과 악을 다룬 이야기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전승됐다. 선악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신화부터 권선징악이 보편적 주제인 고전까지. 하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선악이 이질적인 형과 색으로 바뀌어 갔다. 어느 것이 선인지, 악인지 명확히 구분하기가 점점 모호해져만 가는 것이다. 저자는 ‘밤낮처럼 선명했던 어릴 적의 선악이 왜 지금은 구분하기도 어려울 만큼 흐리멍덩해졌을까’ 하는 의구심에서 집필을 시작했노라 말한다.
철학적 논의의 발전, 윤리적 상대주의, 개인의 주관성, 사회 정의의 복잡함 등 무수한 사유에서 나름의 이유를 찾아낼 수는 있겠지만,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생각되는 분명한 것이 하나 있음을 깨달았다. 지금의 우리는 오롯이 어느 한쪽에서만 살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 말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집필 의도를 더욱 분명케 한다.
언뜻 보기엔 너무나 명확해 보이는 선과 악의 대결
하지만 사건이 전개되며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고…
여기, 살인이나 강간, 강간치사, 특수폭행 등의 강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낮은 형량을 받고 풀려나 ‘난 죗값을 다 치렀다’며 뻔뻔하게 살아가는 파렴치한들로 가득한 범죄조직들이 있다. 그런 그들을 찾아가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참회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최후의 권고를 무시한 범죄자들은 한 명 한 명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고, 경찰과 언론 그리고 피해를 본 범죄조직들도 이 기이한 죽음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죽음에서 벗어나려는 범죄자들, 그들을 단죄하고자 하는 의문의 집단. 그리고 그 전말을 파헤치려는 기자와 사법조직의 숨 막히는 두뇌 대결이 펼쳐진다.
“이런 이야기를 왜 들려주는 건가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을 텐데.”
“아니요. 절대로 그럴 리가 없지요. 우리는 한배를 탔습니다.”
범죄조직원들의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 ‘기요틴 사건’이 있었다. 극악범죄를 저지르고 출소한 자들의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공터에 전시된 일. 당시 기요틴 사건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이기우 기자는 이번 사건과 지난 기요틴 사건 간의 묘한 기시감을 느낀다. 범죄조직원 연쇄살인 사건을 점점 파헤치던 중, 의문의 집단이 그에게 손을 내밀며 속삭인다. ‘너의 숨겨진 과거를 기억하라고, 기억해 내라고. 우린 같은 부류’라고.
마침내 이기우는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을 꿈꾸다 사명에 이끌려 <정의는 강물처럼> 신문사에 입사해 일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린다. 평생 숨기고자 했던 한 사건과 함께.
과연 절대 악과 절대 선은 존재하는가? 사실 선과 악은 모호하게 섞여 공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악인도 때론 선인이, 선인도 때론 악인의 모습을 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 어쩌면 당연한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