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이고 뛰어난 디자인이 어떻게 세계 유수의 기업들의
운명을 바꾸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게 만들었는지를 알려주는
디자인 명가 탠저린의 기념비적인 25주년 특별판!
트렌드를 선도하는 디자인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2015년 1월, 삼성 그룹이 새롭게 영입한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디자인팀장이 재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그는 세계적인 광고 디자이너이자 래미안과 같은 삼성의 굵직한 프로젝트를 협업해온 이돈태 전 탠저린 공동대표였다. 국내외 재계는 삼성의 새로운 시도가 삼성의 핵심사업인 스마트폰 시장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비상한 관심을 내보였다.
삼성의 새로운 시도가 이렇듯 재계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바로 이돈태 글로벌디자인팀장의 독특한 이력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토종한국인지만 애플의 아이폰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수석부사장이 몸을 담았던 곳이자 세계적인 디자인 컨설팅 업체 탠저린에 입사하여 경력을 쌓았고,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공동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디자이너이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서는 이돈태 대표로 인해 대중에게 이름이 알려졌지만 사실 탠저린은 25년의 역사를 지닌 디자인의 명가(名家)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월드와이드웹이 등장한 역사적인 그해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즈 예술대학 출신의 두 디자이너 마틴 다비셔(현 탠저린 대표이자 레드닷 디자인어워드 심사위원)와 클라이브 그리니어가 탠저린을 창업했다. 그들은 절제된 경영과 표준화가 우선시되던 당시의 디자인 업계의 풍토를 거부했으며 ‘사람을 위한, 사용자 경험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내걸었다. 머지않아 그들의 뛰어난 재능과 안목은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2015년 현재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컨설팅 기업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지난 25년 간 탠저린이 산업디자인 전반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영국항공을 불황의 늪에서 건져내고 흑자경영으로 탈바꿈시킨 일등공신인 비즈니스 클래스 좌석 디자인은 탠저린을 최고의 디자인 회사로 끌어올린 상징적 결과물이다.
당시 유가 폭등과 경쟁업계의 난립으로 인해 경영난에 빠져 있던 영국항공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정 하에 탠저린에게 비즈니스 좌석을 새롭게 디자인해달라고 의뢰했다. 탠저린의 디자이너들은 일자로 줄 맞춰 늘어서 있는 일반적인 좌석 형태에 의문을 가지는 것에서부터 영국항공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들은 사무실 여기저기에 비스듬히 기울인 침대, 맞붙인 침대, 나란히 놓은 침대, 포갠 침대 등의 기내 침대 좌석과 비슷한 느낌의 수많은 모형들을 즐비하게 놓고 사용감을 직접 체험했다. 여객기의 제한적인 상황을 이해하고, 승객들의 심리까지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와 동시에 실제 비행기에 탑승하여 비행기 좌석의 상태를 몸소 체험하고 철저하게 분석했다.
마틴 다비셔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단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었습니다. 반드시 실제로 좌석을 이용하는 승객과 디자인 비
용을 지불하는 영국항공이 얻을 혜택 모두를 염두에 둬야 했죠.”
물론 프로젝트에 대한 해답이 한순간에 번뜩 떠오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심 끝에 탠저린은 여객기의 내부 디자인 자체를 바꿀 만한 좌석 형태를 찾아냈다. 모든 승객이 비행기 앞 쪽을 바라보는 것에서 탈피해 한 쌍의 침대가 앞뒤로 마주보는 획기적인 형태였다.
탠저린이 제안한 새로운 좌석 형태는 항공기 좌석의 판도를 완전히 바꾸었으며 음양의 조화에서 착안한 영국항공의 좌석 디자인은 현재 특허를 받았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영국항공은 좌석을 바꾼 이후 매출이 연평균 8000억 원 이상 늘어났다.
수많은 직원이 있는 것도(탠저린의 직원은 고작 20여 명에 불과하다) 거대한 왕국 같은 사옥이 있는 것도 아님에도 탠저린은 토요타, 화웨이, 삼성전자 등등 세계 유수의 기업들뿐만 아니라 시스코와 유엔, 영국조폐국 같은 정부기관과 국제기구와도 협업하면서 보기에도 아름답고 사용자 중심의 편리한 디자인이 적용된 걸출한 결과물들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책은 그러한 결과물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과 디자이너들의 노력,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수많은 아이디어를 집약한 탠저린 25년 경영의 핵심이자 기념물이다. 특히 한국 기업들과도 굵직한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한 탠저린의 특성을 반영하여 삼성의 래미안, LG전자의 휴대전화와 아트쿨 시리즈, 현대중공업의 차세대 지게차와 굴착기,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컨설팅 등등 한국 독자들에게 익숙하고 흥미로운 사례들도 실려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탠저린이 제시하는 7가지 성공 전략은 다음과 같다
올바른 질문 Ask the right questions
위대한 디자인은 겸손에서 비롯된다. 이는 아무리 지혜로운 사람도 정확한 답을 얻으려면
올바른 질문을 해야 한다는 깨달음에서 나오는 자세다. 탠저린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은 열린 사고, 기업과 전략, 제품, 서비스, 소비자, 디자인과 그에 따른 행동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제고하는 능력에 확신이 있다는 방증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 덕분에 탠저린은 디자인 과정을 유동적으로 유지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한다.
주요 사용자에 대한 통찰력 Unlock key customer insights
애플의 설립자 스티브 잡스는 한 인터뷰에서 “포커스 그룹을 활용하여 제품을 디자인하기
란 정말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물건을 보여주기 전까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죠”라고 말한 적이 있다. 탠저린 역시 같은 이유로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내는 통찰력을 상당히 중시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탠저린은 잠재고객의 행동과 태도를 분석해 사용자가 상상한 적 없는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조해낸다.
올바른 디자인 전략 구축 Shape the right design strategy
통찰력을 발휘할 때의 도전과제는 일관성 있고 효율적인 디자인 전략으로 얻은 지식을 통
합하는 것이다. 마케팅, 제조, 디자인, R&D에 걸쳐 시너지 효과를 얻는 것은 상당한 기술을 필요로 한다. 그래도 제대로 해내면 그 결과는 각 요소의 단순한 합보다 훨씬 큰 효과를 낼 뿐 아니라 판도를 완전히 바꾸기도 한다. 탠저린은 스카이플러스의 셋톱박스 디자인에 혁신적인 기술과 뛰어난 디자인을 결합함으로써 산업계 전반을 궁극적으로 바꾸고 그 역량을 증명했다.
아이디어의 잠재성 활용 Harness the potential of ideas
진정한 창의성과 혁신은 참신한 아이디어에 첨단기술과 인간의 욕구를 연결해 획기적인 변
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탠저린은 디자인을 하기에 완벽한 환경을 만들고자 많은 공을 들인다. 예를 들어 블링크 프로젝트에서는 의도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시장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하도록 배려했다. 그 결과 당시에는 몇 년이나 시대를 앞선 LCD 디스플레이와 메모리카드, 디지털 포토 앨범 등을 갖춘 제품이 만들어졌다.
비즈니스 틈새 공략 Find gaps a business can own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에게 대량살상무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를 분명히 확보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도널드 럼스펠트 전 국방부장관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도 있다’이라는 말로 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디자이너가 제품 시장의 필수적인 사항을 분석할 때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디자이너는 바로 이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여 해당 비즈니스에 존재하는 틈을 찾아내야 한다. 영국항공과의 작업에서 탠저린의 디자이너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탑승하는 승객들조차 모르고 있지만 알게 되면 매우 편리해질 수 있는 요소들과 항공기 안에서 디자인으로 변화와 개선이 가능한 공간이 어디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