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거리의 미술관’에서 ‘이데올로기 선전의 도구’로, 방대한 그물처럼 펼쳐진 포스터의 세계 속에서 세밀하게 훑어본 일제강점기! 이 책은 일제가 포스터를 제작하고 배포했던 1915년부터 일제가 패망하는 1945년 8월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포스터에 담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포스터를 배포하는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맥락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절을 살아 내야 했던 민중의 삶도 포스터로 읽어 내고 싶다. (…) 이 책은 “포스터로 보는 일제강점기 전체사(total history)”를 지향했다. ‘전체사’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사용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와 같은 분리된 틀을 뛰어넘는 역사서술을 뜻한다. ‘전체사’란 개별 사건일지라도 넓은 맥락을 고려하면서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통합적 시각’으로 포스터를 해석하면서 일제강점기의 ‘전체사’를 서술하려고 했다. _ 머리말에서 ◆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료로서 포스터의 재발견!! 역사 연구에서 문자 사료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비문자 사료다. 특히 사진, 만화, 광고, 삽화, 회화 등의 이미지 자료는 ‘역사적 재현’이자 중요한 사료다. 포스터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포스터는 주제어나 텍스트를 덧붙여 써서, 다른 이미지 자료에 비해 ‘객관적’이며 명확하게 의사를 전달한다는 특징이 있다. 포스터를 해석하는 일은 역사를 풍요롭게 이해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 매체와 문헌에 실려 있는 거의 모든 포스터를 새롭게 발굴해 수록!! 요즈음에는 수많은 자료를 쉽게 검색해 찾을 수 있지만, 포스터와 같은 이미지 자료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많은 돌무더기에서 예쁜 돌을 골라내듯이, 신문이나 잡지 등의 자료를 낱낱이 살피면서 발굴해 내야 한다. 저자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제강점기의 매체와 문헌에 실린 거의 모든 포스터를 수집하고 정리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포스터가 많다. 또한, 이미 알려진 포스터라 하더라도 배포된 때를 명확하게 규정하거나, 일본 포스터 또는 서구 포스터와 견주어 보는 비교사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재해석했다. ◆ 일제 지배정책을 촘촘하게 해설하고 포스터의 정치문화적 맥락을 풍요롭게 해석!! 이 책은 수많은 포스터를 다루고 있지만, 그 포스터들을 모아 나열한 자료집이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포스터에 담긴 ‘일본식민주의’ 이데올로기와 민중의 ‘일상생활사’를 풍요롭게 살펴본 흥미로운 역사책이다. 특히 포스터가 갖는 사회적·정치적 맥락을 명확하게 드러내고 미세한 생활사 영역까지 촘촘하게 탐색했다. 그 덕분에 이 책에는 그동안의 국내외 연구 성과를 충실하게 반영하면서도 구체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새롭게 서술한 내용도 적지 않다. 이 책에선 일제강점기 포스터를 몇 개의 범주로 나누어 묶고, 그 안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치하여 해설했다. 1장(깨우쳐라 ‘국민’이여)에서는 ‘계몽’, 2장(널리 알리니)에서는 ‘홍보’라는 범주로 묶었다. 이어지는 3장(황국신민이 되어라)에서는 ‘사상동원’, 4장(동원되는 신체와 물자)에서는 ‘전쟁동원’을 다루었다. 분리된 각 장은 일제의 프로파간다 전략이라는 틀 안에서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또한, 이 책은 때로는 포스터가 아닌 이미지 자료들(잡지 표지, 사진, 삽화, 만화, 광고, 전단 등)도 함께 보여 줌으로써, 포스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당시 거의 모든 매체에서 흑백 사진 형태로 소개된 포스터는 물론, 컬러로 된 ‘현존 자료’도 함께 실었다. 이에 이 책은 유기적으로 얽힌 구성과 방대한 이미지 자료를 활용해 포스터를 입체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지금의 독자들이 옛사람과 시각적 체험을 함께하면서 쉽고 재미있게 ‘일제강점기 전체사’에 다가갈 수 있게 한다. 이데올로기 없는 선전은 없다. 포스터가 ‘계몽’의 옷을 입었더라도 그 안에는 반드시 이데올로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이른바 계몽 프로젝트, 다시 말하면 ‘문명화’ 기획에는 식민지인에게 열등감을 심어 주어 저절로 순종하게 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곤 했다. 결국 계몽의 포스터는 “근대성으로 유혹하는” 장치였다. 그 포스터는 위생, 건강, 친절 등의 보편적 가치를 내세워 피식민자의 저항 에너지를 누그러뜨리고 포섭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식민권력이 위생과 건강을 챙겨 주며 생명을 보호하려 한 것은 식민지인의 생명이 그들에게 쓸모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식민지인의 생명은 필요할 때면 언제나 쉽게 희생될 수 있었다. 말뿐인 ‘사회복지’도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계몽의 포스터가 그려 내는 ‘착한 제국주의’의 본모습은 늘 그러했다. (…) 인간은 꼭두각시가 아니다. 아무리 선전해 댄들 인간의 자의식 모두를 말살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겉으로는 선전을 받아들이는 척했지만 스스로 다른 의미를 찾아내기도 한다. 두꺼운 얼음장 밑에서도 물이 흐르듯, 이름 없는 대중은 때때로 ‘눈에 띄지 않는 저항’으로 체제를 거스른다. “나는 저항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무거운 억압과 거친 탄압 속에서도 저항의 틈새를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에서 희망을 본다. _ 맺음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