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을 구하러 가는 선장의 항해 같은 글쓰기”_김멜라, 소설가
“우리에게 해방의 감각을 선물하는 이야기”_장일호, 기자
“내 몸에게 더욱 깊이, 진실하게 귀 기울일 수 있게 도와주는 책”_권오경, 소설가
★ 2021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 부문 수상작
★ 2022 람다문학상 논픽션 부문 최종 후보
★ 전미 베스트셀러
★ 《타임》, 《워싱턴포스트》, 《커커스리뷰》, 《퍼블리셔스위클리》, 《NPR》 선정 ‘올해의 책’
★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핀란드, 아르헨티나 등 출간
“몸에는 진실이 새겨지고 지울 수 없다는 것을 그곳에서 배웠다.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_본문에서
● 진정한 ‘나’의 관점에서 과거를 다시 쓰면서
무한한 감정과 가능성을 품은 ‘몸’을 이야기하다
모든 여자아이가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10대와 20대 시절을 보내는 것은 아니다. 『내 어둠은 지상에서 내 작품이 되었다』는 미디어가 비추는 소녀나 젊은 여성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아, 나야말로 지저분한 아이였다.” “나는 자기혐오로 활활 탔다.” 저자의 몸은 칠칠치 못하고 정리·정돈에 서툰 몸, 타인들에 의해 대상화되는 몸, 자신을 미워하는 몸이었다.
특히 그는 조숙한 몸 때문에 학창 시절 내내 견뎌야 했던 폭력과 지속적으로 느껴왔던 슬픔과 수치심을 털어놓는다. 16세에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보스턴과 뉴욕에서 홀로 살며 마약에 빠져들었고, 20대 초반에 인문대학생이자 도미나트릭스로서 성노동에 종사할 당시 몸이 분리되는 것 같은 해리(解離) 또는 얼어붙는 듯한 경직 상태를 겪었던 경험까지 가감 없이 고백한다. 영문학과 문예창작학으로 유명한 아이오와대학교의 논픽션 글쓰기 교수인 저자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은 채 적정 거리를 두고 복잡한 과거를 관찰하기에, 내밀한 회고에 날카로운 통찰이 뒤따른다.
“그들은 처음부터 나를 잡년이라 불렀다. 그 말을 실제로 입 밖에 내기 전부터. 어느 소년이 내 몸을 만지기 전부터. …부끄러운 건 모욕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욕적인 내용을 포함하도록 우리에 대한 이야기가 수정되는 것이다. 그 이야기가 진실이 아니거나, 적어도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은 내심 그 이야기를 믿어버린다.”_본문에서
저자는 ‘잡년’과 ‘걸레’ 등으로 낙인찍혔던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다시 쓰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가부장제가 어떻게 소녀 시절부터 여성의 자아 형성 과정에서 작용하고 몸에 내면화되는지 지적한다. 그는 또래 아이들에게 괴롭힘당하면서 자신의 몸을 혐오하게 되고, 16세에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의 몸처럼 가녀린 몸을 동경한다. 원치 않는 스킨십을 요청받을 때 단호히 거절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낯선 남자가 자신을 스토킹할 때 습관적으로 자신의 부주의를 자책하며, 불안정한 연애 관계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저자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처음으로 고백하면서 ‘잡년’이라 불린 과거의 이면에 가부장제가 숨어 있었음을 밝힌다.
또한 이 책은 어두운 세계를 수동적으로 겪어낼 뿐만이 아니라 밝은 세계를 능동적으로 감각하는 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0대 시절의 저자는 캠프에서 만난 소녀와의 스킨십을 계기로 레즈비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첫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쾌락과 욕망을 발견한다. 30대 중반에 이르러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며, 반려자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깨우친다. 몸은 취약하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에 성장과 만남의 과정에서 부드럽고 따뜻한 세계를 경험한다.
더 나아가, 저자는 한 개인의 과거를 다시 쓰는 과정에서, 여성을 억압해온 가부장제의 유구한 역사를 톺아보며 대담한 서사를 펼쳐보인다. 그에 의하면 15세기 마녀사냥의 양상은 오늘날의 ‘잡년’ 취급과 겹쳐볼 수 있다. 또한 ‘성적 동의’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여겨지는 섹스와 로맨스는 20세기에야 등장한 개념이며 그전까지는 재생산과 연관되어 여성에게 부과되는 사회적 의무였다. 이렇게 개인과 사회를 아우르며 보편 여성의 몸과 삶을 이야기하는 저자의 깊고 넓은 시각은 우리가 무심코 수용해온 개념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선보인다.
● 현대의 페르세포네들의 집단 초상화를 그려내며
어둠을 딛고 여성 연대와 사회 변화를 향해 나아가다
저자는 ‘나’의 기억에서 ‘우리’의 기록으로 나아가면서 한 여성의 섬세한 내면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의 다채롭고 입체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한편으로 어릴 적 자신을 질투하고 괴롭히던 또래 여자아이들이 등장하고, 다른 한편 10대 시절 처음으로 유대감과 결속감을 알려준 레즈비언 친구 제시카, 동경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던 청소년 캠프 지도자 나디아, 딸이 오랜 방황을 끝내기를 묵묵히 기다렸던 어머니가 있다. 이렇게 저자는 부지불식간에 가부장제의 공모자가 되었던 어린 여성들을 회상하며 제도의 실체를 고발하는 동시에, 이 제도에 굴하지 않았던 주체적인 여성들을 그리며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은 저자가 인터뷰하거나 조사한 여성들의 증언과 폭로이다. 저자는 인터뷰와 연구를 통해 오늘날 여성들이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는 감정 노동, 데이트 폭력, 성추행 등을 철저히 파헤치며 문제를 제기한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귀신”에 들려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욕구보다 남성의 욕구를 우선시했고, 심지어 성폭행을 당할까 두려워서 원치 않는 신체 접촉을 받아들이거나 성폭력 피해자가 된 뒤에도 가해자 남성이 느낄 수치심을 걱정했다. 저자의 회고와 성찰 사이사이에 다른 여성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교차되면서 이야기는 한층 더 확장된다.
“여성 중 대부분은 답변지 마지막에, 이 글 속 사건들을 여태 아무에게도, 때로는 자신에게도 자세히 이야기한 적 없다고 썼다. ‘당신이 만약 이 글을 읽지 않더라도, 전 이 글을 쓸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어요.’ 그들은 누군가가 물어보기 전까지, 자신에게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몰랐다.”_본문에서
저자를 비롯한 이 “평범한” 여성들은 저마다의 어둠을 품고 살아온, 현대의 페르세포네라고 볼 수 있다.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 신화의 서사에 여러 판본이 있듯이, 여성들은 각자의 삶의 서사의 새로운 판본을 쓸 수 있다. 그렇기에 저자도 20여 년에 걸쳐 자신의 어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어머니와의 관계를 차츰 회복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하기”를 통해 전 생애에 걸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냈다. 여성으로 살아가며 “남성들[이 만든] 어둠”을 견뎌낸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발견되고, 이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다.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과거를 회고할 때 저자의 목소리는 종종 불안과 혼란으로 떨리곤 하지만, 동시대 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는 씩씩하다. 흘러온 시간만큼 단단해진 그는 가부장제의 착취 아래 여성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경험에 구체적인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자들의 말하기를 북돋우며, 가부장제의 작동을 저지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지치지 말고 서로의 이야기에 기대며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다. 다양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우리의 이야기가 사회 전체에 가닿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 세계문학부터 넷플릭스까지 경계를 넘나들며
문화 속에 도사린 가부장제와 여성 혐오를 밝혀내다
내면적 상처와 사회적 억압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문화 비평을 경유함으로써 가부장제의 작동 원리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는 문학소녀 시절에 좋아했던 이디스 워튼의 소설 『환락의 집』을 30대 후반에 다시 읽으면서 여성의 자아를 억압하고 이중생활을 강요하는 체제를 발견한다. 한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