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 커지고, 커지고, 커지더니…… 살아나 버렸다!
사람들은 대개 우연히, 어쩌다가, 그리고 별 생각 없이 거짓말을 합니다. 이런 거짓말은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한 것이지요. 여기 얼떨결에 거짓말을 하게 된 한 소년이 있습니다.
거실 한가운데서 신나게 축구 묘기를 선보이던 클로비. 그러다 그만 엄마가 아끼는 하마 도자기 인형을 깨뜨리고 맙니다. 놀라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클로비는 얼떨결에 손수건에 깨진 조각들을 싸서 주머니 속에 감춰 둡니다. 몇 시간 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깨진 조각들은 사라지고 손수건에는 도자기의 무늬만 남은 것이지요. 그날 저녁, 클로비는 먹기 싫은 껍질콩을 부모님 몰래 손수건에 쌉니다. 이번에도 껍질콩은 사라지고 무늬만 남았지요. 손수건은 조금 커집니다. 클로비는 신이 납니다. 시험지의 나쁜 점수도, 고장 낸 할머니의 선풍기도, 아빠의 서명을 베낀 것도 그저 손수건으로 싸거나 문지르기만 하면 해결! 그러는 사이 손수건은 점점 커지고, 무늬도 점점 복잡해지지요. 그러던 어느 날, 커다란 천이 된 거짓말 손수건은 이상한 괴물이 되어 클로비를 덮쳐 오는데……
내 삶의 주인이 내가 되려면
작가는 재치 있는 비유로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했을 법한 사소한 거짓말 이야기를 들려 주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손수건은 주인공 아이의 마음을 뜻합니다. 희고 깨끗했던 손수건은 거짓말을 하면서 알 수 없는 무늬로 물들여지고, 끝내는 어떤 손수건이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온갖 무늬로 얼룩지고 맙니다. 이는 반복되는 거짓말로 인해 내가 하는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상태, 내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없음을 뜻합니다.
크기도 커집니다. 스카프만큼, 목도리만큼 늘어난 손수건은 마침내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커져서 괴물 포포피포로 변해 버립니다. 괴물은 클로비를 끌어안고 덮쳐서 꼼짝도 못하게 만들지요.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야단만 피하고자 했던 거짓말에 손발이 묶이고 나와 내 삶을 지배해 결국 헤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지요.
클로비는 마지막 순간에 용기 있는 선택을 합니다. 바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자 자신의 거짓말을 솔직히 털어 놓는 것이지요. 거짓말을 하나씩 고백할 때 마다 괴물 포포피포는 커다란 천으로, 목도리로, 스카프로, 손수건으로 변합니다. 무늬도 사라지지요. 그간의 두려움과 불편함은 모두 사라지고 그제야 내 마음의 주인이 된 클로비는 깨진 도자기를 다시 붙여 엄마에게 돌려줍니다.
아이들의 거짓말, 어른들의 몫
‘오늘은 껍질콩 남기지 말고 다 먹으렴.’엄마는 클로비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책의 이 마지막 장면은 어린이 독자에게는 뜨끔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어른 독자에게는 빙그레 웃음을 짓게 합니다. 아이의 거짓말을 모르는 어른이 몇이나 될까요?
작가는 말합니다. ‘거짓말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첫 번째 연습이며, 부모는 아이들의 그런 이야기를 들어 주는 첫 번째 청중이지요. 스스로 시작한 이야기를 잘 끝낼 수 있게 잘 지켜봐 주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리즈 소개
‘철학하는 아이’는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가는 그림동화입니다. 깊이 있는 시선과 폭넓은 안목으로 작품을 해설한 명사의 한마디가 철학하는 아이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