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나던 그날, 아무래도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강렬한 문제작 [고백]의 저자 미나토 가나에가 던지는 또 하나의 고통스러운 질문
첫 장편 소설 [고백]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큰 화제를 낳으며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미나토 가나에. 이후 [속죄][N을 위해서][야행관람차]등의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불편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가이자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러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인 ‘엄마와 딸’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세대 주택에서 뛰어내린 한 여고생의 기사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서로 교차하며 사건의 진실을 더듬어 가는 방식을 띈다. 산사태와 화재로 인해, 아름다운 집과 함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던 외할머니가 사라져 버리고 난 뒤 많은 것이 달라진다.
자신의 어머니를 지나치게 사랑했지만 딸에게는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딸의 엇갈린 마음을 그린 이번 소설은 수많은 문학, 예술 작품에서 이야기 하는 ‘위대한 모성’, ‘애뜻한 모녀의 정’과는 궤를 달리 한다. 오히려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한 가정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 스스로 “작가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할 정도로 혼신을 다한 장편 소설 [모성]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파헤치는 작가 특유의 집요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의미있는 메시지에 잘 짜여진 드라마와 트릭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웰메이드 미스터리다.
첫 장편 소설 [고백]으로 일본과 한국에서 큰 화제를 낳으며 단번에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오른 미나토 가나에. 이후 [속죄][N을 위해서][야행관람차]등의 작품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불편한 진실을 집요하게 파헤치는 작가이자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러로 인정받고 있는 그가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사이인 ‘엄마와 딸’에 초점을 맞추었다.
다세대 주택에서 뛰어내린 한 여고생의 기사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서로 교차하며 사건의 진실을 더듬어 가는 방식을 띈다. 산사태와 화재로 인해, 아름다운 집과 함께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던 외할머니가 사라져 버리고 난 뒤 많은 것이 달라진다.
자신의 어머니를 지나치게 사랑했지만 딸에게는 애정을 느끼지 못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딸의 엇갈린 마음을 그린 이번 소설은 수많은 문학, 예술 작품에서 이야기 하는 ‘위대한 모성’, ‘애뜻한 모녀의 정’과는 궤를 달리 한다. 오히려 ‘모성은 본능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파국으로 치닫는 한 가정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있다.
미나토 가나에 스스로 “작가를 그만두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할 정도로 혼신을 다한 장편 소설 [모성]은 인간 내면에 도사리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파헤치는 작가 특유의 집요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의미있는 메시지에 잘 짜여진 드라마와 트릭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웰메이드 미스터리다.
“저는 딸을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키웠습니다.”
모성은 본능인가? 고통스러운 질문의 여정
몇 년 전 모성을 소재로 한 화재의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아이만 낳으면 당연히 모성애가 충만해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생각보다 못 생기고 퉁퉁 부은 빨간 핏덩이를 보니 섭섭한 마음이 들고 24시간 말도 안 통하는 아기와 집에만 있어야 할 것이라 생각하니 감옥에 갇힌 것처럼 느껴지며 급기야 아이가 밉고 원망스러웠다는 엄마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3,070명의 엄마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일상 중 가장 큰 행복은 자녀를 돌볼 때이며, 가장 우울하고 피곤한 상황 역시 자녀를 돌볼 때라고 답했다. 하지만 아이를 돌보는 기쁨은 크게 드러내는 반면, 그 스트레스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엄마들은 모성을 강요받고 있다고 이 프로젝트는 밝히고 있다.
수많은 문학, 예술 작품에서는 모성을 소재로 헌신적인 ‘위대한 모성’과 ‘애틋한 모녀의 정’을 그렸다. 하지만 미나토 가나에가 그리는 모성은 우리가 지금껏 알고 있던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다. 그는 모성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에 회의하고 모성이 정말 본능인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문제적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저는 딸을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키웠습니다.” 고해성사를 시작하는 엄마의 고백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 뒤, 왜 소중하게 키웠는가? 하는 질문이 주어지고 엄마는 혼란을 느끼며 내면을 더듬어 나간다. 자신의 어머니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며 사는 모습에서 시작해 결혼할 당시의 상황과 딸을 출산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곧 금지옥엽으로 소중하게 키웠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불편한 진실이 드러난다. 앞에서 언급한 다큐멘터리의 엄마들처럼 주인공 역시 딸에 대해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출산 후 간호사가 "축하드려요. 건강한 여자아이네요"라는 말을 건네도, “그게 어쨌다는 거야, 같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품격 있는 작품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코도 낮고 쪼글쪼글한 무쪽 같은 얼굴에 엄마가 실망하시지는 않을까 눈물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라고 하고, 모유를 잘 먹지 않는 딸을 두고 “어찌 된 영문인지 모유를 싫어했다며 살짝 입에 물리면 토해내곤 가슴에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젖병에 우유를 타주면 꿀맛이라는 듯 삼켰다. 그런 까닭에 추운 겨울날인데도 매일 밤 수시로 부엌에 서서 우유를 타야 했다”며 딸에 대한 원망의 기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리고 남편이 야근 때문에 집에 없는 밤, 무서워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곁에서 평온한 숨소리를 내는 딸을 보자,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자연스레 안심하는 모습이 얄밉게 느껴진 적도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딸을 구박하거나 학대한 것은 아니다. 밥도 꼬박꼬박 주고 학교에서 필요한 것도 부족하지 않게 챙겨주며 소지품에 자수도 놓아주었다. 그리고 일러준 대로 하면 칭찬을 하고 흐뭇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의 고백은 곧바로 이어지는 딸의 회상 속에서 번번이 거짓으로 드러난다. 딸에게 엄마가 해주는 것들이란 형식적이며 온전히 의지할 만한 사랑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결국 뒤로 갈수록 자신이 딸을 소중히 사랑으로 길렀다는 엄마의 독백은 점점 스스로를 방어하는 절박한 변명으로 바뀐다.
각 장마다 등장하는 ‘모성에 대하여’에서는 주택에서 뛰어내린 여고생의 기사를 읽고 목에 잔가시가 걸린 듯한 느낌을 받는 학교 선생님의 독백이 등장한다. 그의 말은 작가의 생각을 일견 대변하고 있다.
“모성은 인간이라면 타고나는 성질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 후천적으로 형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대다수의 사람이 처음부터 타고나는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모성애가 없다고 지탄받으면 그 엄마는 학습 능력이 아니라 인격을 부정당하는 착각에 빠져서, 자기는 그런 불완전한 인간이 아니며 틀림없이 모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말로 위장하려고 한다.”
의미 있는 메시지와 읽는 재미,
어느 것 하나도 놓치지 않은 웰메이드 미스터리
[고백]에서부터 시작된 미나토 가나에의 큰 장기는 독백체다. 독백 속에서 드러나는 섬뜩섬뜩한 사건의 진상은 독자에게 최고의 몰입감을 준다. [모성]에서 역시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엄마와 딸의 엇갈리는 진술과 극의 긴장감이 독백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산사태와 화재로 집이 소실되던 날, 부득이하게 사랑하는 어머니와 어린 딸, 어느 한쪽만 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어머니의 뜻에 따라 딸만 살린 후 마음속의 앙금은 커져만 간다. 그리고 그 파장은 집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시작하게 된 시집 생활을 통해 중첩된 갈등으로 나타난다. 가부장적인 시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