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영원의 얼굴'에서 우리의 얼굴을 찾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우리의 이야기 오늘을 살아 가는 다양한 인물의 초상과 그 표정에 어려 있는 욕망들을 각자의 혼잣말로 재해석한 소윤경 작가의 『영원의 얼굴』이 출간되었다. 『영원의 얼굴』의 모태가 된 소재는 전래 이야기이다. 전래 이야기 속 인물들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갈등하고 번민하고 때로는 순응하며 살아가고, 그들의 화두는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여러 내외적 고민들과도 맞닿아 있다. 여행자의 시선으로 낯설고도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를 펼쳐 보여 주는 『호텔 파라다이스』, 우리와 우리가 먹는 것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에 주목한 『레스토랑 sal』, 인간과 비인간 생명체 간의 연대와 공존을 한껏 표현한 『콤비』에 이어, 작가의 가장 내밀한 기억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린 『수연』까지, 이 작품들은 모두 소윤경 작가가 세상을 향해 던진 각종 물음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 자연과 인공의 세계, 남과 여, 인간과 비인간 등 이 세계를 얽고 있는 경계들에 주목하고, 그 사이에서 외줄타기 하듯 감각을 곧추세운 채 침잠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곧 작가에게 생존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루시안 프로이트의 그림이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따르지 않듯, 발튀스의 그림이 경계에 선 인간의 감정을 매개로 그만의 노스탤지어를 꿈꾸듯, 『영원의 얼굴』에서 작가는 전래 이야기를 소재로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넘나들며 치열하고 내밀한 탐구와 성찰을 시도한다. 이제, 영원의 시간을 거슬러 온 우리의 얼굴들을 만나 보자. "거울에 비치는 당신은 영원의 시간 속을 지켜 온 강인하고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소윤경 작가가 시간의 역동을 읽어 내는 소재로 삼은 것은 바로 '얼굴'이다. 『영원의 얼굴』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성향과 내적 갈등, 오늘날의 외적인 모습을 그린 그림책이자 인물화첩이다. 소망, 슬픔, 경탄, 공포, 절망, 꿈, 기쁨, 희망…….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의 흔적과 현대심리학에서 분류되는 개인의 심리적 성향, 예를 들면 편집성, 자기애성, 회피성, 강박성, 의존성, 연극성 등을 전래 이야기 속 인물에 이입해, 인간을 이해하는 관점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젊음과 미모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춘향, 낙천적이지만 의존적이고 의지박약한 흥부, 부모의 인정을 갈망하는 길동, 묵묵히 소임을 다하고자 한 별주부, 강한 생활력의 표상인 자린고비, 세월이 허망한 노년의 옹고집, 담담하게 최후의 만찬을 준비하는 팥죽 할멈까지,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시간을 거슬러 영원의 시간을 지배한다. 거울에 비친 우리의 얼굴은 어떤 번민을 끌어안고 이 시간을 살아 내고 있는가. 『영원의 얼굴』은 우리의 자화상에 대해 원초적이고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매일같이 얼굴의 기록을 새기고 있는 이들에게, 전래 이야기 속 인물들과 그들의 서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재미와 환기를 안겨 줄 그림책이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들의 다양한 성품과 마음속 고민들은 비슷한가 봅니다. 전래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서 오늘날 우리와 다르지 않은 문제들로 번민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무심한 얼굴들 속에는 옛 선조들의 뜨거웠던 삶의 지층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거울에 비치는 당신은 영원의 시간 속을 지켜 온 강인하고 아름다운 얼굴입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다채로운 색감과 세밀한 표정으로 이뤄낸 초상 서사의 세계 『영원의 얼굴』 속 인물들은 전통적인 인물화와는 달리, 다채롭고 비비드한 색감으로 표현되었다. 어디서 본 듯한 친숙한 외양이지만, 빨간 머리에 파란 눈, 붉거나 푸른 피부 등으로 사실적인 인물화와는 확연히 다른 화법이다. 이는 제각각 다른 색채를 지닌 현대인들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부분이다. 그림 속 인물들의 표정은 색감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토끼는 기회를 잡을 요량으로 용왕의 지병에 토끼 간이 특효라는 소문을 퍼트려 놓은 뒤 흘낏흘낏 눈치를 살핀다. 나름 억울한 것 투성이인 팥쥐는 어떻게 하면 콩쥐를 골탕 먹일까 하는 생각에 눈꼬리를 잔뜩 치켜 올린 모습이다. 이제는 해님이 되어 버린 동생과 함께 떡 팔고 돌아오는 엄마를 기다리던 때를 그리는 달님의 얼굴에는 아득한 심정이 묻어나고, 세상이 만들어 놓은 서열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길동의 표정에는 범접할 수 없는 단호함이 풍긴다. 심청의 모습은 또 어떤가. 아버지를 위해 배에 오른 딸의 어지러운 심경이 휘날리는 머리카락으로 대차게 표현되었다. 뺑덕의 얼굴에서는 30년 거간꾼 노릇에서 얻어진 드센 성미와 뱃사람들에게 청이를 주선한 뒤 밀려온 후회의 소회가 겹겹이 어려 있다. 『영원의 얼굴』이 그려 내는 군상들의 표정과 이야기 속에 투영된 오늘 우리의 초상은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