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위수정의 「눈과 돌멩이」가 선정되었다. “죽은 자가 산 자의 여행을 기획하고 산 자가 죽은 자와의 약속을 기꺼이 수행”(신수정 문학평론가)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경과 그 속에 감추어진 아득한 진실을 향해 독자를 빠져들게 만드는 수작이다. 고요하고도 집요하게 내려앉는 눈송이와 던지면 무엇이든 파괴할 듯한 돌멩이가 상반되면서도 중첩하며, 어쩌면 같은 얼굴을 지닌 ‘삶과 죽음’에 대해 소설은 위험할 만큼 매혹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다.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무덤이 조금씩」이 당선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한 위수정은, 소설집 『은의 세계』를 통해 안온해 보이는 삶의 그늘을 들추는 용기를 내보였고 『우리에게 없는 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한 고통의 감각을 담담하게 응시하는 세련됨을 드러냈다. 그 문학적 성취는 2022년 김유정작가상과 2024년 한국일보문학상의 수상으로 조명되었고, 2026년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쥐며 동시대 한국문학을 견인하는 작가적 궤적을 분명히 했다.
위수정은 “독자들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써왔고 그것이 작가의 의무이자 예의라고 생각하지만, 이 소설은 나의 필요에 의해서 썼다”며 “그래서 이 작품으로 이상문학상을 받게 되어 더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밝혔다. 기쁘면서도 두려움을 느낀다는 위수정의 마음은 제4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눈과 돌멩이』에 솔직하고도 담백하게,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담아냈다.
지난해, 새로운 전통을 표방하며 재시작을 알린 이상문학상은 올해 역시 ‘공정함’을 기준으로 전 심사를 진행했다. 예심을 맡은 심사위원 6인은 그 어떤 제한 조건 없이,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을 후보작으로 인식하며 심사했으며, 본심 심사위원 5인 역시 오직 작품성을 기준에 둔 심사 방식으로 대상 1편과 우수상 5편을 선정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2025년 계간지 가을호 및 월간지 9월호까지의 발표작을 심사 대상으로 한 것으로, 2025년 계간지 겨울호 및 월간지 10~12월호 발표작은 다음 해 이상문학상의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이러한 제도 정비는, 심사 일정과 발표 시점의 정합성을 높이고 한 해의 문학적 성취를 보다 안정적으로 조망하기 위한 결정이다. 새롭게 조정된 심사 주기는, 모든 작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비평의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보다 공정하고 밀도 있는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의의가 있다.
49년째 전통을 이어오는 이상문학상의 기본 취지, 한 해 동안 국내에 발표된 모든 중·단편소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을 시상한다는 점에는 변함없으며, 중단편 부문 기준 국내 최대 규모의 상금을 수여한다는 점도 여전하다. 대상 수상 작가에게 5천만 원, 우수상 수상 작가에게는 5백만 원씩의 상금을 수여함으로써 그해 ‘최고의’ 작가와 작품에 걸맞은 표창을 진행한다. 1977년부터 현재까지 한국 현대소설의 흐름을 대변해온 국내 대표 문학상의 역사는 앞으로도 이어질 예정이다.
■ 설원에 덮인 비밀, 상실을 애도하는 침묵의 울음소리
제49회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 「눈과 돌멩이」는 이십 년 가까이 느슨하면서도 각별한 우정을 나눈 세 친구의 이야기를 다룬다. 암 투병 중 자살한 ‘수진’의 유골을 들고 ‘유미’와 ‘재한’은 일본으로 떠나는데, 그들이 향하는 나고야는 수진이 생전 그들과 함께 가고 싶어 한 여행지다. 뼛가루같이 새하얗게 눈이 쌓인 겨울을 기다린 그들은, 형체는 다르나 존재는 분명한, 아직 떠나보내지 못한 수진과 어쩌면 진정 이별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 또는 불안을 품고 낯선 타지에 도착한다. 수진을 보내기로 한 도가쿠시 삼나무 숲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정작 수진에 대해 모르는 것투성이인 스스로와 마주하고, 하염없이 내려앉는 눈송이 사이에 수진의 뼛가루를 뿌리며 비참함을 느낀다. “이 모든 게, 거짓말 같”다는 그들의 말은 지독한 농담 같은 현실―그림 같고 영화 같은 풍경 속에서 이해 못 할 친구의 요구를 수행하는, 하나도 낭만적이지 않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운 현실을 대변한다. 춥고 불편한 이별 뒤에는 고립―심정적이거나 문학적인 것이 아닌, 말 그대로의 고립―이 기다리고 있었고, 갈 곳을 잃은 유미와 재한은 근처에 기거하는 한 일본인의 도움을 받는다. 하필이면 그날 낮에 식당에서 보고 수군거린 ‘여장 남자’였다는 건 우연일까, 운명일까. 편견 어린 시선으로 친절을 오해하는 재한과 그런 재한을 보며 한심해하는 유미는 멀리서 보면 코미디, 가까이서 보면 스릴러다. 어긋나는 대화 속에서도 공감이 가능했던 건, 일본인 ‘코요’ 역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뒤 그를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을 지우고 장신구를 뺀 코요의 다른 얼굴을 마주하듯, 그들은 코요를 통해 이별과 애도의 다른 모습을 마주한 뒤 수진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한다. 무엇 하나 분명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유미와 재한은 저마다의 눈을 녹이고 차갑지만 확실하게 만져지는 돌멩이 하나씩을 쥐고 돌아오리라. 그것은 남겨진 자만이 할 수 있는 죽은 자를 위한 마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그리움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 시리도록 아름다운 풍경 속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매혹적 서사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을 “결코 인물과 줄거리로 환원될 수 없는 훌륭한 단편”이라고 평하며, “서사만으로 요약 불가능한 어떤 기미와 이미지들이 폭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풍경처럼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설경 속 고도로 정교하게 감추어진 삶의 모호함”이 바로 작품의 백미이자 대상을 뽑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수정 문학평론가는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오히려 새로운 탄생으로 이어지는 생사관이 빛을 발한다”고 소설을 읽어낸다. 그리고 늘 ‘돌’로 돌변할 수 있는 ‘눈’의 메타포를 짚어내며 “그래서 사는 게 더 매혹적인 것”이고, “이 미치도록 놀라운 유미주의자의 깨달음이 위수정에 의해 우리 문학 속으로 들어왔다”며 기뻐했다. “숨겨둔 비밀이 많아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는 최진영 소설가는 “상반되는 개념과 감정을 세련되게 뒤섞어 제시하는 (작가의) 감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고, “뒤섞인 이미지 속에서 진실을 찾는 과정 또한 흥미로웠다”고 평했다. 은희경 소설가 역시 “읽어가는 동안 계속해서 이야기의 방향이 옮겨가고 해석이 달라지는 듯한 낯선 흐름”을 매력으로 느꼈다며 “진실의 겹 안에서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소설을 분석했다. 「눈과 돌멩이」의 숨겨진 서사에 대해 김경욱 소설가는 “이야기하지 않음으로써 훨씬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소설”이라며 “불안함 속에 불안을 견디는 힘을” 품은 채 불안과 모호함을 견디는 힘으로 쓰인 작품이란 평을 통해 “불안과 싸우는 작업”을 했을 작가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냈다. 이는 수상 소감을 통해 위수정이 드러낸 간절함 어린 소회에 닿아 어쩐지 작가에게 큰 위로가 될 듯하다. “마음도, 기억도, 시간도, 사람도, 하얀 눈도, 그 무엇도 손에 쥘 수 없다는 것이 슬펐다. 내게는 돌멩이가 필요했다. 손에 쥘 수 없는 것들을 쥐어보려는 시도로써의 글쓰기가.”
어쩌면 이번 수상을 통해 작가는, 한 번도 분명하게 잡아본 적 없는 그 무언가를, 진정으로 원했던 돌멩이를 쥐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 한국소설이 지금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질문들
제49회 이상문학상 우수상의 영예는 5인의 작가에게 돌아갔다. 김혜진, 성혜령, 이민진, 정이현, 함윤이(가나다순)가 그 주인공이다. 김혜진의 「관종들」은 “정치적 올바름과 사생활 침해 사이 어디쯤의 경계에서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김형중 문학평론가)을 지닌 작품으로, ‘관종’이 품은 의미와 온도를 곱씹게 한다. 성혜령의 「대부호」는 “이즈음의 정국을 대하는 두 세대 간 갈등과 (몰)이해를 ‘대부호 게임’이라는 절묘한 장치가 매개”(김형중 문학평론가)하는 소설이다. 힘없는 ‘혁명’과 강도 높은 ‘좌절’이 균형을 이
별잉
4.0
44년만에 역대 최초로 수상자 전원이 여성작가라네요! <겨울의 윤리>, <실패담크루> 이 두 단편만으로도 소장욕구 충분히 올라옵니다 특히 <겨울의 윤리>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아마 트라우마와 불안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보편적이지 않은 서술법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끝내 해소되지 않는 혼란이 남아서 더 여운이 길게 남는다. +) 후기 보니까 <눈과돌멩이>(대상작), <겨울의 윤리>, <실패담크루> 이렇게 세 작품이 마지막까지 대상 후보로 오갔다고 하네.. 어쩐지! 그리고 여기서는 예심까지만 오른 임솔아 작가의 <사랑보다 더 짙은 얼굴>은 현대문학상 대상을 수상했고, 외에도 이상문학상에서 우수상을 받은 김혜진 작가의 <관종들>은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으로 수록되어 있었음 신기~
heyyun
4.0
한국 소설에서 부족했던 순전한 재미 요소가 느껴진다.. 장르 소설 순문학 나누는 거 웃긴데 장르 소설 같은 면이 있어서 재밌음. 글고 눈과 돌멩이는 너무 조은 순소설같다. + 뒤에 작가 인터뷰가 있는데 소설가를 하나의 셀럽으로 만들기 위한 혹은 하나의 소설을 진득하게 같은 느낌이었음. 다른 마케팅이 시작된 느낌. 민음사 tv로 촉발된.. 그리고 웃기게도 나는 모든 사람이 책을 중요히 여긴다고 살다가 이게 아주 극소수의 리그라는 걸 확실히 깨닫게 된다.. 대중문학이라는 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길라
4.0
늘 존경하는 선생님 저도 덕분에 돌멩이 하나 쥐었어요
hee
3.5
대부호 같은 소설 또 만나고 싶다
김정민
3.5
눈과 돌멩이👍 오후만 있던 일요일👍 실패담 크루👍
Ciudad1
5.0
어두웠던 새벽길, 하얀 새의 걸음걸이, 눈이 흩날리던 희뿌연 풍경, 희게 반짝이던 나무들, 길 위로 미끄러지던 감각, 눈으로 푹푹 들어가던 발, 꼭대기가 보이지 않던 나무, 그 사이로 내리던 눈송이들, 날이 밝기 전에 눈은 치워질 것이다. 그리워? 그립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위로 눈송이가 하나, 또 하나 내려앉는 것을 둘은 지켜보았다 잠시. 그는 자신을 코요라고 부르라고 했다. 한자로 홍엽. 단풍. 하얗고 작은 새가 도도도도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도오죠. 하이 도오조. 차갑고 단단한 돌멩이. 히쓰, 마부시. 히쓰으 마부시.
뽀에버영
4.0
실패담 크루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족스러운 작품이었고 타당한 심사결과였다고 본다. 이 책을 통해 위수정 작가라는 한국 문학의 미래를 보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본다. 바로 위수정 작가님의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찹쌀두부
4.0
스포일러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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