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가져야 더 이상 불안하지 않을까?”
부유해도 행복할 줄 모르는 나라의 국민에게 가장 절실한 고전,
마르크스 『자본론』과의 가장 유쾌한 재회
너무나 의아한 조합이 만난다. 자수성가한 자본가와 자발적으로 궤도에서 내려와 30년째 마르크스주의자로 사는 한 작가다. 그들이 때로 악을 쓰고 또 흠뻑 취해가며 이야기하는 주제는 다름 아닌 『자본론』. BBC에서 선정한 ‘역사상 가장 중요한 철학자’ 마르크스가 집필한 세상을 불붙이고 세계의 국경을 다시 그린 고전 중 고전이다. 그러나 이 책이 부르주아를 몰아내고 모두가 함께 가난하자고 말한 적은 없다. 이 책이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해도 당신도 인간이라는 것이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등의 저작을 통해 마르크스주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해온 임승수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치열한 생계 앞에서 한때의 이상과 멀어진 이들을 호명한다. 내 한 몸, 내 가족 지키려 평생을 정신없이 분투해왔다. 최선을 다했으나 사회가 매기는 나의 경제적 가치는 서서히 낮아져만 간다. 도태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사업을 벌일 기회를 기웃거리거나 투자를 알아보지만 이것은 내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는 것을 안다. 살아볼수록 『자본론』이 보이기 시작하는 이유다. 끊임없는 성장과 효율의 쳇바퀴 위에서 이제 그만 내려오고 싶은 그 순간 마르크스를 읽는다면 내 눈에 들어온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오십에 읽는 자본론』을 펼칠 때 지금의 세상을 지배하는 체제를 가장 탁월하게 통찰한 고전의 혜안으로 내 삶과 격변하는 미래를 읽어낼 기회가 시작된다.
출판사 리뷰
세상을 뒤흔들었던 고전에게
인생이 가야 할 길을 다시 묻다
2024년 KDI의 연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민 중 76퍼센트가 그들이 실제보다 가난하다고 믿는다. 어느 때보다 모든 재화가 넘치는 오늘의 한국이지만 정작 오늘의 한국인들이 느끼는 지배적인 감정은 박탈감과 불안감이다. 20년 이상 세계 1위를 달성하고 있는 자살률도, 세계 최저의 출산율도 한국인들의 정신적 피로를 드러내는 단적인 지표다.
우리의 성공은 우리의 불행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만족하고 평안하다면 스스로 갈아 넣으며 자기 자신을 증명할 필요도, 무언가를 소비해 채워야 할 헛헛함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불안을 동력으로 살아가는 삶은 인간을 갉아먹는다. 그 무게를 견뎌내기 위해 자잘한 쾌락에 몰두하기도 하고, 철학이며 마음챙김, 정신과 진료에 기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견디게 할 위로가 아니라 지금과 다른 세상을 상상할 힘 아닐까? 지금이 『자본론』을 만날 적기인 이유다.
한때의 불온서적이자 몰락한 체제의 사상서를 왜 읽어야 하냐고 되물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십 년째 마르크스주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해온 임승수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자본론』은 철 지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불평등한 세계와 그로부터 비롯된 불안과 무력감의 근원에 무엇이 있는지 낱낱이 드러내는 사회 해부학서이자 지금 이 세상을 작동시키는 원리에 대한 독보적이고도 유효한 통찰을 담은 단 한 권의 책이다. 임승수 작가는 이십 년의 공력을 모아 아무리 세상에 냉소하는 사람이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만큼 지극히 유쾌하고 쉽게 『자본론』의 핵심적 통찰들을 한 권의 소설로 펼쳐놓는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고 불붙였던 한 권의 책을 통해 이제 내 삶과 나아가야 할 길을 읽는다.
“내 딸이 맑시스트라니! 당신 책임져!”
이토록 유쾌한 소설 『자본론』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책이라도 그 생각을 접해본 독자들은 많지 않다. 『자본론』 특유의 극악하다고 할 정도로 높은 난도 때문이다. 이에 임승수 작가는 이야기라는 그릇에 『자본론』을 비롯한 마르크스의 핵심적 생각들을 담아 우리 삶에 가장 가깝고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형태로 완성했다. 이따금 강의를 통해 고등학생들을 만나다보면 마르크스의 생각에 깊이 빠져드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 공부부터 열심히 하라고, 천천히 다가가라고 임승수 작가가 불을 꺼야 할 정도로 말이다. 그럴 때면 작가의 마음을 스치는 불안이 있었다.
‘의대를 지망할 정도로 빼어나던 학생들이 갑자기 마르크스주의에 빠져들어 진로라도 바꾸려고 한다면 그 부모들이 당장 내 멱살을 잡으러 오지 않을까?’
이 책의 발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는 의대를 지망할 만큼 공부를 잘하던 딸이 사회학과로 진로를 바꾸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하늘이 무너진 한 자본가와 저자를 매우 닮은 한 작가를 주인공으로 설정한다. 산전수전 겪으며 자수성가했고 그래서 세상을 너무 잘 안다고 확신하는 자본가와 사람의 본성 또한 우리가 살아가는 시스템에 따라 달라진다고 믿는 작가의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옥신각신 주고받는 대화를 관전하다 보면 때로는 자본가에게서, 때로는 작가에게서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할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살아가던 이 세계의 속살이 낱낱이 파헤쳐지고, 우리를 짓누르던 삶의 전제를 되물을 여지가 열린다.
살다 보니 마르크스가 틀렸더라
더 살다 보니 마르크스가 옳았더라
지금의 오십 대는 청년 시절 변화를 꿈꿨던 사람들이다. 세상이 좀 더 풍요롭고도 평등하고 평화로워질 수 있다고 믿었다. 선배들의 권유에 마르크스를 한두 장 펼쳐보기도 하고 진지하게 운동에 참여하지는 않아도 그 이상에 내심 공감의 한 표를 던지곤 했다. 그러나 사회에 나오자마자 IMF를 겪은 그들의 삶은 미처 청년기가 접어들기도 전에 생존에 대한 것이 되었다. 가족을 부양하고 안정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길 이십여 년. 어떤 이들은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어떤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아는 것이 있다면 이 삶에는 끝이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전해지지 않는 세계를 살아가는 지금, 살만큼 살고 겪어볼 만큼 겪어본 지금 그들이 젊은 시절에 덮었던 책장을 다시 펼쳐본다면 어떻게 읽힐까? 그것은 철없는 이상이었을까 아니면 세상이 가야할 길이었을까?
그러나 청년 시절의 이상에 대한 향수나 현실 도피로 『자본론』을 만나라고 권하는 것은 아니다. 임승수 작가는 오히려 인공지능과 로봇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마르크스의 혜안이 절실한 시기라 말한다. 마르크스의 가장 천재적인 통찰 중 하나는 새로운 생산력이 등장할 때마다 낡은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역사가 전진해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세 봉건제가 해체되고 근대 자본주의가 자리 잡은 것도 기계제 대공업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에 더 깊이 엮이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은 바로 오늘날의 새로운 생산력이다. 산업혁명 시기 등장한 기계가 인간의 팔과 다리를 대신했다면,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제 인간 그 자체를 대체한다. 단순노동뿐 아니라 회계, 법률, 글쓰기, 그림 그리기와 같은 전문적·창의적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생산력은 자본주의 사회 질서를 뿌리부터 흔들고 있으며 단순히 일자리의 변화를 넘어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의미를 묻는 상황으로 우리를 끌어가고 있다. 이 거대한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대처하고 싶다면, 우리는 다시 마르크스로 돌아가야 한다.
임승수 작가는 독자를 설득하려 들지 않는다. 그는 수십만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간 인간이 책 한 권으로 마음을 바꿀 만큼 간단한 존재라 믿지 않는다. 그러나 유쾌하게 웃으며 읽다보면 자본주의의 지적 감옥에서 벗어나 조금은 새로운 생각을 고려할 여지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 틈에서 성취와 효율, 성장의 쳇바퀴 속에서 벗어나 마침내 다시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상상력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