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도시 밖, 회사 밖 삶을 선택한 두 창작자의 차곡한 소식들 “하고 싶은 것에 더 시간을 내어주고 마음 쓰면서 살고 싶다.” “자주 걷자. 이 시골길을, 이 계절을.” 각자의 자리에서 멀고도 가깝게, 다르고도 같게 나란히 걸음을 맞춰가는 존재가 있다는 건 ‘이런 삶이 괜찮을까’란 불안에 잠시, 쉼표를 붙이는 일 알람 대신 새의 지저귐에 눈을 뜨고, 오늘 먹을 밥상 위 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무가 만든 그늘에서 숨을 돌리는 삶. 이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지만 그럼에도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꿈꾸는 삶의 모양이다. 도시를 벗어나, 회사를 벗어나 살아가면 어떨까? 상상하는 것처럼 달콤한 일상이 펼쳐질까? 자연 곁에서는 ‘오롯한 나’로서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는 도시와 회사 밖 삶을 선택한 김미리, 귀찮 작가가 사계절 동안 서로에게 쓴 교환 편지다. 다르고도 비슷한 삶의 궤적을 그리는 두 작가는 자연 생활자로 지내는 시골에서의 일상과 프리랜서로서의 독립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에는 자신들이 선택한 삶 속에서 많은 일들로 흔들리고 불안하지만, 늘 돌아오는 계절과 언제나 제자리를 찾는 자연처럼 순리에 따라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나’로 살아가고자 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매 순간 서로의 존재에 위안받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이런 삶이 괜찮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든 이들에게 따스한 손을 내민다. 이 책은 자연에서의, 회사 밖에서의 삶이 유토피아가 아니라 또 다른 어느 현실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나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내든 ‘가꾼 만큼 태가 나는 정직한 텃밭’처럼 오늘의 나를 정성스럽게 살아가면 내일 더욱 단단한 나를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기쁘고도 슬픈, 행복하다가도 불행한, 희망과 좌절을 오가는 두 사람의 초록빛 궤적을 따라가다보면 홀로 걸어가는 것만 같던 우리의 삶에 함께하는 존재가 있음을 깨닫는다. 그 사실은 멀리서도 나란히, 조급함 없이 서서히, 맞닿는 시선으로 유유히 나아갈 용기를 주고, 이윽고 우리는 두 사람의 글을 통해 자신만의 궤도를 그려나가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 마음이 키워낸 불안 덩굴 김미리, 귀찮 작가는 공통점이 많다.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회사를 떠나 프리랜서로 살아간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도 비슷하다. 주어진 일들로 점철된 일상, 스스로를 갉아먹는 시간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골살이를 시작한 두 사람은 삶의 주인이 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일주일에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충남 금산 ‘수풀집’에서 지내는 김미리 작가와 일 년 대부분을 경북 문경 ‘그리고다’에서 생활하는 귀찮 작가는 여전히 많은 것들에 불안하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해야 하는 일이 더 많고, 시골에서의 생활은 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힐링이거나 이상적이지 않다. ‘어느 패잔병의 고백’ ‘오후 6시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등의 편지에는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삶에 대한 불안과 어려움이, ‘비하인드’ ‘산산이 부서진 에어비앤비의 꿈’ 등의 편지에는 시골 생활의 불편함과 슬픔이 담겨 있다.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모호한 하루,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만 하는 일의 비중이 높은 일상, 불안정한 수입, 끊임없이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오르는 시험대, 모든 걸 혼자 감당해내야 하는 현실…. 어쩌면 이는 프리랜서일 때만 느끼는 고충이 아니라 먹고 사는 일에 치여 나를 잃어가는 많은 이들이 마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느끼는 불안이 우리에게 결코 멀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퇴사를 한 건 해내야 하는 일로만 점철된 삶을 멈추고 싶어서였어요. 회사원이니까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하는 일이 많은 것은 당연하지만,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의 비중이 1:9인 것은 좀 너무하다 싶었거든요. 5:5까지는 아니더라도 3:7 정도의 비중을 유지하며 살고 싶었어요. ‘조직구성원 김미리’로 부여받은 일 말고 다른 영역의 일을 좀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중략) 작가님께 이 마음을 털어놓는 와중에 무기력의 이유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방금 아! 하고 깨달아졌어요. 지금 제 삶에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일의 비중이 다시 1:9거든요. 회사를 다닐 때와 다르지 않은 거예요. (130~131쪽, 김미리, 어느 패잔병의 고백) 두 작가가 자연 생활자로 지내는 일상은 시골살이에 부푼 꿈을 품은 도시인들에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여준다.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것을 시작으로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예고 없는 단수, 그림 같은 풍경을 거닐며 하천과 들판 곳곳에서 만나는 농약 빈 병과 비료 포대 등의 쓰레기, 좁은 뜬장에 갇혀 사는 강아지들, 폭력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어미 소들…. 이 모든 게 시골 생활에서 마주하는 모습이다. ‘초록빛 나무 사이에 윤슬이 빛나는 곳도 시골이지만 개천 사이로 나부끼는 비료 포대와 반쯤 벗겨진 비닐하우스의 모습 역시 시골(210쪽)’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하는 평온하고 따스한 시골살이는 어쩌면 우리가 만들어낸 환상일지 모른다. 어디나 삶의 터전이 되면 생존을 위한 그 나름의 어려움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물이 안 나올 때면 애써 지은 집업실을 두고 본가에서 지내는데요. 가뭄과 상관없이 콸콸 나오는 깨끗한 물을 보면 기분이 이상해져요. 하천과 계곡은 말라비틀어졌는데, 도시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깨끗한 물이 나오는 걸 보면 비정상이 쏟아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렇다고 정상인 곳에서 살 수 있냐면 그건 또 아니에요. 하ㅤㅇㅒㅆ던 수건과 셔츠가 세탁하고 나면 누래지니까요. 큰맘 먹고 산 비싼 싱크대 수전도 필요 없어졌어요. 세탁기에도, 싱크대에도, 샤워기에도, 세면대에도 정수 필터가 필요해졌거든요.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며 룰루랄라 시골로 놀러 온 손님이 갈색 필터를 보고 맘 놓고 씻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역시 에어비앤비는 무리에요. (161~162쪽, 귀찮, 산산이 부서진 에어비앤비의 꿈) 늘 제 리듬을 찾는 자연을 따라 마음의 틈을 채운 초록빛 나날 그럼에도 김미리, 귀찮 작가는 시골 생활을 통해 자연이 일깨우는 것을 마주한다. 직접 키운 채소로 정성스레 차린 밥상, 반려동물과 걷는 시골길,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마주하는 풍경. 몸을 움직여 얻는 모든 것들은 마음 한 편 스스로에 대한 성의 있는 마음을 피우고, 멀어졌던 삶과 자신으로부터 회귀하게 만든다. ‘재미와 보람’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 ‘소재 줍는 자연 생활자’ ‘그럼에도 계속 머무는 건’ 등의 편지에는 자기 자신에 집중하며 자연처럼 살고픈 마음이 잘 담겨 있다. ‘어딘지 모르는 곳을 흐르게 되겠지만 필요한 곳에 닿았을 때 힘차게 모든 걸 쏟아내(200쪽)’는 폭포와 ‘딱 가꾼 만큼 정직하게 태가 나는 텃밭(305쪽)’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깨닫는다. 자연처럼, 자연스럽게 살아간다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더 많은 시간과 마음을 내어주며 ‘오롯한 나’로 나아가는 일이라는 사실을. 재미와 보람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언갈 하는 과정이 재밌거나 보람차다면, 특별한 보상이 없더라도 시작하고 계속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과정 자체가 보상이니까요. 재미와 보람이 모두 있다면 완벽하지만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충분히 좋더라고요. 이름과 특성을 외우고, 농작물에 발생하는 식물병의 원인을 알아가고, 농약의 잔류독성을 이해하는 과정은 보람찼어요. 내내 수풀집 텃밭을 떠올려서일 거예요. 사진으로만 봤던 문경 그리고다의 텃밭을 상상했기 때문이기도 할 거고요. (86쪽,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