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봄, 빈의 오래된 스튜디오. 젊은 미국인 피아니스트 스티븐과 나이 든 오스트리아 교수 마슈칸이 만난다. 레슨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공간이지만, 이곳에서 두 사람은 단순한 스승과 제자 관계를 넘어 서로의 상처와 기억, 예술에 대한 관점을 마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단일한 공간을 배경으로 단 두 명의 등장인물을 내세워 말과 음악으로 깊은 감정을 풀어낸다.
《올드 위키드 송》은 피아노 레슨을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이야기가 다루는 것은 음악 그 이상이다. 유대인으로서 정체성, 홀로코스트의 상흔, 예술이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촘촘히 얽혀 있다. 특히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이 극 전반을 이끄는 정서적 모티프로 사용되어 음악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보여 준다.
초반의 갈등과 충돌은 점차 이해와 공감으로 나아간다. 스티븐은 연주를 흉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내면의 억압과 감정을 직면하게 되고, 마슈칸은 잊고자 했던 과거의 진실과 마주한다. 음악은 그 사이를 잇는 다리다.
이 연극은 단순한 음악극이 아니다. 세대, 문화, 역사,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이 어떻게 화해하고 성장하는지 섬세하게 그려 낸다. 그리고 그 여정의 모든 순간을 음악이 함께한다. 마지막 장면이 끝난 뒤에도 관객의 마음에 깊은 여운이 남는다.
《올드 위키드 송》은 잊히지 않는 노래처럼 오래도록 머무는 작품이다. 진심 어린 대사, 감정을 건드리는 선율,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극을 찾는 이에게 꼭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