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동물원에서 일으킨 기적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 영화 <주키퍼스 와이프> 원작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북, 오리온 북 어워드 수상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정책에 맞서
유대인 3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바르샤바동물원장 부부의 감동 실화
『감각의 박물학』 저자 다이앤 애커먼 화제의 베스트셀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인종정책에 맞서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300명이 넘는 유대인을 숨겨준 바르샤바동물원장 얀 자빈스키와 그의 아내 안토니나의 실화를 다룬 다이앤 애커먼의 걸작 논픽션. 시인이자 에세이스트이며 박물학자인 애커먼은 안토니나의 회고록과 여러 역사 자료를 토대로 동물원장의 아내로서 가족과 동물, 유대인 ‘손님’들을 돌봤던 안토니아의 당시 삶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유대인에게 고의로 은신처를 제공하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목마른 유대인에게 물 한 잔 건네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대에, 대담한 용기와 자기희생으로 위기에 처한 이들을 품어준 안토니나와 얀의 이야기는 실로 경탄과 감동을 자아낸다.
애커먼은 자빈스키 부부의 이야기 한편으로 인종적 순수성과 우생학을 신봉하는 나치의 이데올로기가 특정 민족을 지구상에서 말살하려는 광기로 표출되는 과정 또한 분명하게 담아냈다. 전쟁 기간 내내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포유류.파충류.곤충.조류 등 여러 동물들과 한 지붕 아래 산 안토니나는 자문한다. “동물들은 겨우 몇 달 만에 포식 본능을 억누를 수 있는데, 인간은 수세기 동안 교화 과정을 거침에도 급속히, 어떤 야수보다도 잔인해질 수 있다니 어째서일까?”
『주키퍼스 와이프』는 출간 당시 “특별한 영웅의 놀랍고도 감동적인 삶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낸”(커커스 리뷰) ”위대한 소설과도 같은 실제 이야기“(재레드 다이아몬드)라며 유수 언론과 명사들의 격찬을 받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아마존 베스트북에 올랐으며, 매년 최고의 생태주의 작품에 수여하는 오리온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7년에는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10월 12일 국내 개봉한다.
유럽을 휩쓴 사악한 광풍, 나치의 폴란드 침공
얀과 안토니나 자빈스키 부부는 폴란드인으로 기독교도였으며, 동물들을 보살피는 동물원 사육사였다. 그들이 운영하는 바르샤바동물원은 폴란드에서 처음으로 동물들에게 야생에서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준 동물원으로, 바르샤바 시민에게 빼놓을 수 없는 놀이, 휴식, 교육, 문화 공간이었다. 안토니나는 애정 어린 호기심으로 동물들을 돌봤고, 동물과 교감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읽는 데 신비한 능력을 발휘했다. 다종다양한 동물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소리와 냄새가 있는 곳, 늘 활기 넘치고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동물공화국’도 ‘유럽을 휩쓰는 사악한 광풍’을 비켜갈 수 없었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다. 공습과 폭격으로 동물원 담장이 무너지고 동물들이 다치거나 죽어나갔다. 탈출할 가능성이 있는 맹수들은 사살되었다. 안토니나는 당국의 명령에 따라 어린 아들을 데리고 동물원을 떠나 피난을 가야 했고, 얀은 징집되었다.
9월 27일 폴란드가 독일에 항복하면서 안토니나는 동물원으로 돌아왔다. 부부가 거주하던 빌라를 제외한 동물원의 모든 시설은 점령정부 관할로 넘어갔다. 얀은 런던에 본부를 둔 폴란드 망명정부가 이끄는 폴란드군의 국내 비밀 부대인 국내군 소위로 지하운동 세포조직을 이끌었다. 식민지 총독 한스 프랑크는 “지정된 구역을 떠나는 유대인은 누구든 처형될 것이며, 유대인에게 고의로 은신처를 제공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라는 포고문을 내렸다. 히틀러는 한스 프랑크에게 폴란드의 모든 것을 파괴해도 좋다고 허락했으며, 급기야 바르샤바의 모든 유대인이 게토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유대인 집단 거주지역인 게토는 역사를 통틀어 유럽 전역에서 융성했지만 바르샤바의 게토는 그와는 전혀 다른 “계획적인 죽음의 공간”이었다.
얀은 독일 장교이자 베를린동물원장인 루츠 헤크에게 동물원 건물을 활용해 돼지농장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허락을 받아냈다. 돼지를 길러 독일군을 먹일 고기를 생산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은 돼지에게 먹일 음식물 찌꺼기 수거를 빙자하여 게토의 “친구들에게 돈과 음식을 가져다주고, 이런저런 메시지도 전해줄” 요량이었다. 얀과 안토니나의 입장에서 나치의 인종주의는 상식적으로 설명 불가능하고 악마적인 것이었으며, 온 마음에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부부는 이미 게토에 있는 친구들을 돕고 있었지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더 많은 유대인을 돕기로 결심했다. 돼지농장이 본격화된 1940년 여름, 지하운동 조직에서 보내는 ‘손님’들이 동물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미친 별 아래 집, “자빈스키 부부의 집은 노아의 방주였습니다.”
그들이 ‘손님’이라 부르는 이들은 나치에 항거하는 지하운동 조직원과 유대인 도망자였다. 특히 유대인 중 상당수는 얀이 바르샤바 게토에서 직접 빼내온 사람들이었다. 얄궂게도 전쟁으로 텅 비어버린 동물원 우리가 가혹한 운명에 처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은신처가 되어주었다. 손님들은 어느 동물 우리에 숨었느냐에 따라 다른 암호명이 붙었다. 표범 우리에 숨은 사람은 ‘표범’이라고 불리는 식이었다. 동물 우리뿐 아니라 자빈스키 부부와 가족이 생활하는 빌라에서 숨어 지낸 이들도 많았다. 부부의 어린 아들은 집 안에서 기르는 별난 동물들을 돌보면서 위험을 감수하며 손님들에게 음식을 날랐다. 숨어 지내는 사람들은 멀쩡한 이름 대신 동물 이름으로 불리고 애완동물은 사람 이름으로 불리는 상황이니, 동물원의 암호명이 ‘미친 별 아래 집’이 된 것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사실 동물원은 도망자들을 숨겨주기에 좋은 조건이 아니었다. 빌라는 큰길에서 가까운 데다 유리창이 워낙 크고 길어서 안쪽이 쉽게 노출되었다. 비스와 강을 따라 남북으로 뻗은 철로가 동물원 울타리 바로 너머에 있었고 북쪽은 군사지역으로 독일군이 삼엄하게 경비를 섰다. 동물원 중앙에는 폴란드 군대에서 압수한 무기를 넣어두는 창고도 있었다. 산책을 하려는 군인들도 수시로 드나들었는데, 그나마 근무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는 마음으로 찾아온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얀은 내부가 드러나는 빌라의 약점을 역이용해 ‘공개적일수록 혐의가 줄어든다’는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노출하고 많은 사람이 오가게 하는 전략을 썼다.
처음에 동물원은 임시 은신처를 제공하는 용도였다. 지하운동조직에서 관리하는 최종 목적지로 가기 전에 머무르는 중간 기착지 정도였고, 얀과 안토니나도 친구와 지인 위주로 숨겨주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지하운동조직의 도움을 받으면서 협력의 폭이 훨씬 넓어졌고, 무시무시한 위험까지 감수하게 되었다. 매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긴장과 불안의 연속이었고, 가족과 손님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안토니나와 얀은 모든 일상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부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청산칼리를 늘 몸에 지니고 다녔다. 손님 역시 자신의 실수로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일종의 편집증을 키우며 엄격한 규칙에 따라 생활했다.
그런 절체절명의 시간 속에서도 빌라는 손님들에게 안온한 공간이었다. 동물원 생활은 널찍한 공간에서 즐기는 평화로운 전원생활이라 할 수 있었다. 넓디넓은 녹색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전쟁을 잊고 교외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 있었으므로 게토에서 도망친 손님들은 빌라를 작은 에덴동산으로 생각했다. 또 빌라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향쥐.수탉.토끼.개.햄스터.고양이.새끼여우 같은 천진난만한 생명들은 사람들을 진기한 자연의 세계로 데려다주었다. 서로 다른 종들의 요구와 리듬이 어울린 빌라의 독특한 생태계와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날이 저물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하루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러한 감각의 어우러짐은 나치의 소름끼치는 만행에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손님들에게 더욱 절실한 것이 되었다.
1945년 1월 독일군이 철수하고 소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