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삼킨 아이
옮긴이의 말
‘선택적 함구증’을 지닌 아이의 힘겨운 성장기 - 한재현(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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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침묵하는 아이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샤허브는 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다. 의사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샤허브는 벙어리라고 놀림을 당한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아직 어리기만 한 샤허브는 자신의 형 아라쉬와 같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 부류만이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는 반면, 서툴고 문제아 취급받는 자신 같은 아이는 ‘엄마의 아들’이라고 믿어버린다. 심지어 샤허브는 아버지에 대한 호칭을 자신의 형 이름을 붙여 ‘아라쉬 형네 아빠’라고 명명하며 오로지 내면의 자아와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샤허브는 가족이나 친척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외할머니만이 샤허브가 필사적으로 갈구하는 이해심과 친절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유대 관계는 샤허브가 점차 어떤 행복감을 맛보고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기까지 깊은 우정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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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목차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란 정부에 의해 강제 추방된
이란 역사상 최고의 현대작가 파리누쉬 사니이가 들려주는
소통,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
스스로 목소리를 숨긴(‘선택적 함구증’) 소년의 이야기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아이의 슬픈 절규!
사촌 형도, 사촌 누나도, 나를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즐겁게 웃었기에 나는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할 때만 웃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떻든 간에, 나는 벙어리였다. (p.10)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로,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몫』에 이어 출간과 동시 이란에서 큰 호평을 얻으며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루마니아, 이탈리아 등 10여 개국 이상에 판권이 팔렸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소설은 일곱 살 때까지 말을 할 수 없었던 소년이 스무 살 청년이 되어 자신의 삶에 일어난 사건들을 묘사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으며 침묵하는 아이와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년 샤허브는 말을 하지 않는다. 언어 능력이나 지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말을 할 수 있음에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소설 속에는 그 원인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샤허브의 침묵은 한편으로는 상처받고 싶지 않은 외로운 아이의 절박한 방어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랑받고자 하는 미숙한 아이의 고집스러운 투정처럼 보이기도 한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에는 부모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는, 보통보다 심한 형태의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아이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개개인의 복잡한 정서들을 따듯한 시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그려낸 작가의 재능에 찬사를 보냅니다. (……) 『목소리를 삼킨 아이』를 읽고 난 후 다른 사람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떠오른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의 이 갈등 속을 통과했고 현재에도 그 갈등을 경험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한재현(소아정신과 전문의)
애들이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고, 물건을 부수거나 누군가에게 화풀이하면서 말썽을 일으켰다. 그러나 벙어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순간부터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벙어리라는 말을 들어도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 대신 무언가가 목구멍에 걸려 있는 것 같은, 누군가가 내 심장을 할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를 둘러싸고 있던 색깔들도 전부 희미해졌고 태양은 더 이상 빛나지 않았다. 나는 구석진 곳에 웅크리고 앉아 양 무릎에 얼굴을 묻고 몸을 한껏 옹송그렸다. 다시는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몸을 작게 만들려고 했다. 더는 놀고 싶지도 않았고, 웃는 법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를 기쁘게 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때로는 하루 이틀 동안 지속되었다. (p.9)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는 아이의 슬픈 외침인 “아라쉬 형네 아빠”
샤허브는 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말을 하지 않는다. 의사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만 주변 사람들로부터 샤허브는 벙어리라고 놀림을 당한다.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은 채 아직 어리기만 한 샤허브는 자신의 형 아라쉬와 같은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 부류만이 ‘아버지의 아들’이 될 수 있는 반면, 서툴고 문제아 취급받는 자신 같은 아이는 ‘엄마의 아들’이라고 믿어버린다. 심지어 샤허브는 아버지에 대한 호칭을 자신의 형 이름을 붙여 ‘아라쉬 형네 아빠’라고 명명하며 오로지 내면의 자아와 마음속 대화를 나눈다.
외할머니를 제외하고 샤허브는 가족이나 친척들 가운데 그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외할머니만이 샤허브가 필사적으로 갈구하는 이해심과 친절함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의 유대 관계는 샤허브가 점차 어떤 행복감을 맛보고 마침내 자신의 목소리를 찾게 되기까지 깊은 우정으로 이어진다.
엄마가 아빠 얘기를 꺼낼 때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아시가 말했다. “엄마는 정말 바보야! 우리 아빠도 아닌데. 아라쉬 형네 아빠잖아. 엄마는 말도 할 수 있고, 우리가 뭘 원하는지 알아차릴 만큼 똑똑하면서, 왜 이렇게 단순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착하고 정상적이고 똑똑하고 귀여운 애들은 아빠 자식이고, 멍청하고 못생기고 병든 애들은 엄마 자식이라는 걸 모르나? 아라쉬 형네 아빠가 형을 부를 때면 항상 ‘아들, 이리 오렴’이라고 말하고, 어딜 가든 다른 사람들한테 형을 자랑스럽게 소개한다는 사실을 엄마는 모르고 있어. 형을 바라보는 아빠의 눈빛에 다정함과 미소가 가득한데도 말이야. 그러면서 우리는 쳐다보고 싶어 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 소개하고 싶어 하지도 않아. 그리고 항상 엄마한테 이렇게 말하지. ‘여보, 당신 애 좀 데리고 와봐.’ 그러니까 우리는 자기 아들이 아니라, 엄마 아들이라는 거잖아. 엄마는 왜 이런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어차피 우리도 그런 아빠는 필요 없어. 우리한테는 엄마만으로도 충분해.” (p. 117)
소설은 샤허브와 샤허브의 엄마 마리얌의 시선을 따라 화자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따라서 독자는 마리얌의 입장에서 서술될 때 샤허브가 처해 있는 곤경을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엄마 마리얌과 아빠 나세르는 학창 시절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는 행복한 연인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십여 년이 지나자 나세르는 매일 일로 지쳐 슬픔과 피로에 찌들어 있고, 마리얌은 직장을 그만두고 집안일에만 얽매이는 현실에 우울해하며 “평범한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원망한다.
요즘 들어 도통 샤허브를 이해할 수 없었다. 조용하기만 하던 아이가 갑자기 까다롭고 예측 불가능한 아이로 변하더니 이상한 행동을 했다. 샤허브를 혼내야 하는 건지, 샤허브가 정말 발달이 늦는 건 지, 우리 부부가 가정교육을 잘못한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나는 가족을 위해 내 삶 전부를 바치며 살아왔다. 밤낮도 없이 몸종처럼 일했다. 그런데 샤허브에게 뭐가 부족했던 걸까? (생략) 나는 모든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남자 형제들보다 공부도 열심히 했고, 회사에서도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어버린 거지? 내가 머릿속에 그려왔던 내 삶의 모습은 이렇지 않았다. 어쩌다가 내 꿈과 희망을 전부 잃어버리게 된 걸까? 대체 무엇 때문에?(p. 59)
소년 샤허브의 자아이자 상상 속의 친구 ‘바비’와 ‘아시’
침묵을 택한 샤허브의 이야기는 잔인할 정도로 억압적인 이란 정권하에 살아가는 삶을 비판적으로 담은 소설로 해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대단히 현실적인 성장 소설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샤허브가 ‘말하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유일한 대상은 내면의 자아이자 상상 속의 친구인 ‘바비’와 ‘아시’다. 샤허브가 친할머니의 머리 위로 벽돌을 던지고, 아라쉬 형이 완성한 작품에 잉크를 부어 망가뜨리고, 가지치기용 가위로 아빠의 차를 긁고, 사촌 형의 침대에 접착제를 부어버리는 등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다소 위험하고 과격한 행동으로 표현할 때 ‘바비’는 샤허브의 마음속에 자리한 외로움과 두려움을 대변하면서 그런 행동을 말리고, ‘아시’는 샤허브의 내면에서 들끓는 분노와 복수심을 자극하면서 계속 부추긴다. 마치 샤허브에게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큰일 날지도 몰라, 위험해, 무서워, 그만해.’라고 말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과 ‘넌 충분히 그렇게 해도 돼. 참을 만큼 참았잖아. 하고 나면 후련해질 거야. 어서 해.’라고 말하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을 모두 대변하기라도 하듯, 바비와 아시는 샤허브가 어떤 결정을 내리려 할 때마다 다급하게 말을 쏟아낸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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