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25권. 198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뒤 다섯 권의 시집을 펴내며 '김언희식'이라는 독자적 시세계를 구축한 김언희 시인의 소시집이다. 데뷔 초기부터 '시단의 메두사'로 불리며 거침없이 구사해온 특유의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시어, 비속어, 성적 묘사는 이번 시집에서도 여전한 강도로 등장한다. 그의 시는 독자를 한없이 불편하게 하지만, 차마 입 밖으로 꺼내놓거나 감히 기록해 드러낼 수 없었던 자신과 그런 스스로를 가둔 무형의 틀을 상기시키며, 다른 차원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쏟아지는 극단과 전복의 언어들은 기존의 윤리와 도덕, 사회적 관습과 권위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미의 표현인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육신과 정신에 가해져온 사회적 억압에 대한 문제 제기로도 읽힌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여느 날 여느 때의 아침을,/죽어서 맞는다”('여느 날 여느 아침에')거나 "이 세상이 (…) 빠개지는"('09:00') 듯한 폭력에 노출되어 시들어가는 여성들은 해피엔딩을 맞지 못한다. "시는 미친년 널뛰듯 쓰는 거"라는 김언희 시인이 스스로를 "증오의 검룡소"를 가진 "생태 교란종"('끝과 시작의 오중주')이라 외치게 만든 건 이 시대의 소수자의 고통에 무관심해온 우리 사회에 혐의가 있을지 모른다. 혐오와 차별 속에서 "딱 한 번 지르고 틀어막히는 짧은 비명"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마침 "그 여자가 / 될지도"('09:00') 모르는 공포는 이제 당신의 것만이 아니므로.
NEW 팝콘 붕어싸만코
문상훈을 울린 달콤한 만남
빙그레 붕어싸만코 · AD
NEW 팝콘 붕어싸만코
문상훈을 울린 달콤한 만남
빙그레 붕어싸만코 ·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