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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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제7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 없어지는 거야.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 거야? - 없어지면 그뿐이야. 그게 다야. 일본 미스터리 마스터피스 시리즈 - J 미스터리 클럽 일본의 미스터리 문학은 20세기 초반 서양에서 미스터리가 태동하던 시절부터 거의 동시대에 번역 소개되며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성장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 서양 미스터리와는 다른 독자적인 색채를 지닌 미스터리를 꾸준히 발전시키며 문화계 전반에 영향력을 과시할 정도로 세계적인 수준의 미스터리 강국이 되었다. 노블마인에서 2008년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J 미스터리 클럽’은 일본 미스터리의 걸작 가운데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최고 작가들의 대표작과 일본 미스터리의 미래를 책임질 신진 작가들의 야심작을 소개할 예정이다. 일본 미스터리계는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 다카무라 가오루, 기리노 나쓰오, 오사와 아리마사, 교코쿠 나츠히코, 시마다 소지 등의 대형 작가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담은 양질의 작품을 연이어 내놓던 8~90년대의 황금기 이후 새로운 거물 작가를 탄생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성장한 라이트노벨 작가군의 다소 가벼워진 미스터리에 독자를 뺏긴 상황에서 좀 더 대중적인 스타일의 이사카 고타로나 가이도 다케루 등의 작가가 선전하고는 있지만, 중량감에 있어 이전 작가들을 따라잡기에는 부족해 보이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색깔을 지닌 신진 작가들의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J 미스터리 클럽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는 <섀도우>는 2004년 호러서스펜스대상 특별상 수상작인 <등의 눈>을 발표하며 데뷔한 미치오 슈스케의 대표작으로, 2007년 제7회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 본격미스터리 베스트 6위, 주간문춘 베스트 미스터리 10위 등 연말의 각종 미스터리 베스트 순위에 빠지지 않고 포함되었을 정도로 독자와 평론가들로부터 인정받은 작품이다. 미치오 슈스케는 <섀도우>의 성공으로 인하여 일약 일본 미스터리를 이끌어갈 차세대 기대주로 떠오른다. <섀도우>는 암으로 부인을 잃은 가모 요이치로와 그의 아들 가모 오스케가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가장 소중한 사람을 잃은 슬픔에 힘들어하던 오스케는 장례식 이후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가끔 이상한 환상에 사로잡힌다. 환상 속에서 오스케는 창문 너머로 두 남녀의 정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고 마치 거울처럼 이 장면을 똑같이 보고 있는 한 남자의 그림자가 등장한다. 오스케는 왜 이런 환상을 보는 것일까 의문에 빠진다. 그런데 오스케의 같은 반 친구인 아키의 엄마가 장례식이 끝난 며칠 후 병원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벌어진 끔찍한 사건에 두 가족 모두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오스케의 아빠 요이치로는 불면증에 시달리다 못해 수면유도제를 복용하기 시작하고, 전에 앓던 병이 재발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어린 시선을 받는다. 아키의 아빠도 수상한 약을 수시로 복용하며 이상한 행동을 일삼고, 아키는 집 앞에서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일들이 발생한다. 두 가족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상한 일들의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파괴된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르러 두 가족을 둘러싼 숨겨진 진실이 드러난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치밀한 구성과 복선으로 이루어진 심리 미스터리 비극에 빠진 두 가족 사이에 숨겨진 비밀과 이들이 가정의 행복을 되찾기 위한 과정을 그리고 있는 <섀도우>는 독자들에게 수수께끼를 풀이할 어떤 단서나 정황을 뚜렷이 제시하지 않고 다소 무리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정신적인 문제를 전면에 드러내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린다. 특히 주인공들의 지속적인 약물복용과 아이의 환상을 병치하며 수수께끼를 해결하려는 독자의 추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사소한 것처럼 툭 던져졌던 것들이 나중에 하나씩 제자리를 맞춰가는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독자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의 구성력을 자랑한다. 평소 어둡고 참혹한 호러 스타일의 소설을 주로 발표했던 작가는 <섀도우> 출간 이후 가졌던 인터뷰에서, 독자들로부터 등장인물을 너무 잔혹하게 다룬다는 비판을 받자 스스로 막혀있다고 생각하던 것을 해소하는 기분으로 이 작품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일체의 감정이입 없이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며 썼던 작품이 독자들에게 올바르게 인정받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할 필요를 느껴 쓴 작품으로 오히려 이전 작품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섀도우>는 미치오 슈스케가 생각하는 미스터리관이 전면적으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기괴한 살인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명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을 기대하는 일반적인 미스터리 팬의 입장에서 보기에 <섀도우>는 다소 의외의 작품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본격미스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고, 본격미스터리를 대표한다는 본격미스터리대상을 수상한 작품치고는 무엇이 수수께끼인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전형적인 미스터리 소설의 틀을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미치오 슈스케가 의도하는 미스터리를 다루는 정공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의 미스터리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으로도 추리와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이 작품에 드러난 미스터리성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은 미치오 슈스케의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것도 그런 이유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진행하면서도 긴장감을 잃지 않고 전개시키는 솜씨가 일품인 <섀도우>는 정통 미스터리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설정과 실험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미스터리 소설이 진화하는 현재진행형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다면 <섀도우>는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