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문학동네시인선 아흔세번째 시집 김학중 시인의 『창세』를 펴낸다. 이 시집은 2009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시인의 첫 작품집이기도 하다. 꽃처럼 화려한 컬러감을 자랑하기보다 뿌리처럼 흙 아래로 무성히 뻗어나가는 식의 생명력을 자랑해온 시인은 작정하고 편집한 이번 시집의 구성을 통해 특유의 언어적 스케일과 형식에 있어 완성미를 획득하고 있다. 1977년생으로 또래의 시인들이 한창 미래파들로 분류되어 모던한 감각적 취향을 마구 퍼뜨려댈 때 그는 거대한 우주로 비유될 법한 제가 만난 세계를 제 품에 끌어안고 제 심장박동에 타이머를 맞추었다. 그리고 오로지 그 소리에 집중했다. 널찍널찍한 사유의 그물을 쫀쫀히 박음질해나간 시인의 손은 겉으론 투박해 보여도 야물기가 그지없는데 시의 맨 마지막에만 끝끝내 마침표를 박는 그의 고심 속에 장인의 어떤 폼을 읽는다. 그래서 보다 천천히 가능하면 아주 느려터진 박자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겨봐야 할 시집이 『창세』 같다. 자신의 존재값에 대해 심원한 사유를 펼치고 나아가 삶의 의미를 묻고 따지려는 실존적 지향을 첨예하게 보여주는 시집. 김학중 시인만의 ‘궁극적 관심’사에 매료될 가능성이 아주 큰 시집. 무엇보다 시를 읽는 우리에게 한 시인의 첫 시집은 반드시 통과해줘야 할 아름다운 의무 같다. 특히나 2017년에 나온 시집들 가운데 아주 색다른 첫 시집이란 것을 감히 자부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