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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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견디고 인간성을 지키는 일 불평등을 넘어 모두가 안전하고 자유로운 시대를 그리다 세계적 재난이 드러낸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 우리가 재건할 재난 이후의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2020년과 함께 시작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세계 경제와 사회를 지탱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멈춰 세웠고, 이에 현 체제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이런 혼란 한가운데, 위기를 돌파할 긴급 처방이자 미래를 대비할 정치적 비전으로써 ‘기본소득’이 논의 테이블 위에 본격적으로 올랐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의 여론도 크게 변했다. 기본소득은 코로나19를 거치는 동안 70퍼센트에 육박하던 기존의 반대여론을 뒤집고 60퍼센트 가까운 찬성이란 여론의 지지를 얻었고, 이에 힘입어 기본소득에 가까운 형태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일시적으로 시행되어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에 기본소득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저성장과 불평등을 타개할 정치적 가능성을 가진 정책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2022년 차기 대선을 판가름할 가장 뜨거운 정책 공약으로까지 떠올랐다. 과연 기본소득은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 발달한 기존 사회정책과 기본소득의 본질적인 차이를 짚어보고, 현재의 논의 속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주요 쟁점들까지 한 권에 담은 책 『기본소득 시대』는 현재 기본소득 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관점으로 담론을 주도하고 있는 다섯 전문가의 시선을 통해 기본소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팬데믹 시대를 통과하는 우리가 재난 이후의 사회를 이전보다 더욱 자유롭고 공정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는 현실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정책적 토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요컨대, 기본소득은 또 하나의 복지정책이 아니라,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로 특징되는 오늘의 세계에 대한, 인간성의 한계와 가능성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으로 연결되는 단초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_홍세화(장발장은행장, 소박한자유인 대표) “모두에게 실질적인 자유를!” 자본주의적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아이디어 기본소득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처음이 아니다. 가까운 역사를 짚어보자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 세계적으로 진보와 보수 등 정치적·경제학적 입장을 불문하고 각자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시대에 맞게 재정의하고 제안했으며, 이후 실제 미국, 캐나다, 핀란드와 같은 국가에서 실험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기본소득은 좌파 진영의 ‘꿈같은 이야기’ 혹은 ‘존재감 없는 비전’으로만 여겨졌으나,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흐름이 달라졌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적인 바둑기사 이세돌의 대국에서 이세돌이 패배한 사건은 인공지능에 의해 사회경제체제에서 소외될 인간의 미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알파고 쇼크’라는 단어로 명명되기도 했다. 그 전후의 한국은 비정규직과 정규직, 세습되는 부와 가난 등 심화되는 불평등의 양극화라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여기에 ‘알파고 쇼크’는 거의 모든 직업이 기계로 치환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가속화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흐름 속에서는 누구도 영원히 안정된 삶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체감했고, 그렇게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점차 고조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사회정책이 그 대상을 ‘절박한 가난에 처한 이들’로 국한하고 그들의 ‘근로 의욕’을 줄이지 않는 선에서 선별적이고 제한된 지급을 지향한다면, 기본소득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현금’을, ‘개인’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정책이다. 이런 정책적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전제는 바로 ‘공유재산’인데, 원래는 ‘신의 것’이었으나 개인이 울타리를 치는 바람에 공동체가 영위하지 못하고 특정 계층이 독식하게 된 ‘토지’는 물론, 인류가 발전시킨 금융, 지식재산, 전파, 데이터까지도 바로 이 공유재산의 시각에서 다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즉 기본소득은 ‘공유재산’ 개념을 기반으로 ‘노력으로 얻은 개인의 재산’ 이전에 존재하는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재산’에 주목하게 한다. 그리고 기존 자본주의사회에서 상식처럼 통용되었던 ‘소유’에 대한 생각을 근본적으로 뒤집어 우리 모두가 안전한 생계를 보장받고, 이제 그 이상의 삶을 함께 상상할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그려내고 있다.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기본소득의 방향성 우리가 함께 새롭게 정의하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 ―기본소득은 같은 현안을 공유하면서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크게 달라지는 정책이다. 정치경제학자이자 전환사회연구소 공동대표인 홍기빈은 『기본소득 시대』를 통해 기존 자본주의사회에서 대규모로 등장한 비정규직 시대를 넘어,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더욱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린 ‘프레카리아트’의 출현을 짚으며 “완전고용의 노동시장과 안정된 자본?노동 관계를 전제로 마련된 사회복지 정책이 사실상 무의미”해졌기에 합당한 사회정책으로 기본소득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경제학자 김공회는 코로나19 사태에서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보여준 효용성과 “인구 대다수의 삶의 안정성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기본소득 요구가 집중적으로 터져나왔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삶의 기반을 잃은 사람들이 사실상 ‘즉각적’인 반응으로 국가에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재난 지원 방식의 현금이라는 점과 코로나19가 심화될 때 유엔개발계획(UNDP)이 복지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저개발국들에게 한국식 긴급재난지원금을 권고한 것과 달리 발달한 복지국가에서는 보편적 현금 지원책을 쓰지 않았음을 지적하며, 더욱 강력하고 효율적인 복지국가의 구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은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에 따라서 극명하게 방향성이 달라지는 정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재난 기본소득’을 최초로 제안한 정책 연구자 윤형중은 『기본소득 시대』에서 한국에서의 기본소득 논의가 주로 찬반 논쟁의 구도로만 진행되었음을 짚으며, “기본소득은 찬반 논쟁으로 충분히 논의되기 어려운 주제”라고 말한다. 기본소득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따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지금의 논의에서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을 시행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보다,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어나갈지에 대한 솔직하고 구체적인 대화와 선택이라고 말한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 정치학자인 안병진은 1960년대 미국 뉴딜 시기에 구체적으로 논의되었던 ‘모든 시민의 품위 있는 삶의 권리’를 위한 기본소득 논의부터 2020년 4차 산업혁명 흐름 속에서 ‘양갱 신드롬’을 일으킨 앤드루 양의 기본소득 논의까지 훑으며, 실제 기본소득 논의가 등장한 시대와 아이디어를 제기한 인물의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에 따라 사회정치적 방향성이 얼마나 첨예하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그동안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삶과 공동체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게 하는 토대이다.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인 백희원은 기본소득 정책의 수혜자가 될 평범한 시민의 눈높이에서 기본소득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탈가정 청소년들이 참여한 기본소득 실험에서 불안을 딛고 일어나 자립심과 자존감을 회복하는 청소년의 사례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워크숍에서 안정성에 대한 욕망 너머에 있는 관계지향적인 내면을 스스로 발견한 한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려주며, 우리 모두의 삶을 변화시킬 단초로서의 기본소득을 하나의 ‘관점’으로 제안한다. 동시에 “여성이 가정에서 돌봄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여전한 사회에서 기본소득은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 의욕을 꺾고 오히려 성별 분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심을 타당하게 받아들이며, 기본소득이 선한 방향으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