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독 흰 고독

1978년, 한 산악인에 의해 세계 등반계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 진다. 알프스의 아이거북벽, 남미의 아콩가구아 남벽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3대 벽 중 하나로 꼽히는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한 산악인이 단독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이후 이 산악인은 인류 최초로 히말라야 8,000미터 급 14좌 완등이라는 신화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 세기의 등반가는 바로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이다. 등반을 철학 이상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라인홀트 메스너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에게 있어 히말라야 등반은 위대한 도전이자 산에 있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 메스너의 작품 가운데 단연 백미로 꼽히는 이 책은 세계 등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낭가파르바트 '단독 등반'이라는 세기의 도전을 그린다. 산악인으로서 8,000미터 정상을 향해 단독으로 산을 오르는 메스너의 불굴의 도전 정신과 저술가로서 8,000미터 내면의 심연으로 내려가는 메스너의 고독이 교차한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더욱더 옥죄여오는 내면의 불안과 고독, 그러나 정상에서 자신의 진정한 존재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메스너 특유의 문학적 감각으로 녹여내면서 '왜 산에 오를 수밖에 없는가!'라는 본질적인 의문과 해답을 써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