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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해삼을 연구한 일본인이 있었다면 좀 놀랄 것이다. 그런데 그가 맛의 비법을 찾아 헤맨 중화 요리사나 불로장생의 묘안을 밝히고자 한 연구자가 아니라, 평생을 지역학 연구에 바친 저명한 학자라면 시간의 무게가 주는 놀라움은 주제 자체에 대한 궁금증으로 바뀔 것이다. 도대체 그는 해삼에서 무엇을 읽었을까? 해삼의 무엇이 한 저명한 지역 연구가의 관심을 20년 동안이나 붙잡았던 것일까? 이 책이 그 20년 세월의 결과다. 책의 성격을 좀 더 분명히 밝히자면 '해삼의 '눈'으로 되살려낸 새로운 시각의 아시아, 태평양 문명교류사' 정도로 볼 수 있다. 지은이는 구석기 함경도에서 처음으로 인간에 의해 식품으로 이용된 이래 수천 년의 시간을 인간과 함께 해온 해삼을 통해 인간의 역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문명 교류사를 그리고자 했다고 밝힌다. 그래도 궁금증은 여전하다. '해삼이 어떻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문명 교류사를 말해주는가? 해삼에 입이라도 달렸단 말인가?'. 지은이를 사로잡은 주제는 이렇다. 해삼 문화는 채취, 가공, 복원(조리)의 3요소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채취와 가공이 이루어지는 동남아시아, 남태평양 일대에서는 해삼을 날로 먹을 뿐 별도의 조리문화가 없다. 그렇다면 이들의 해삼 가공 기술은 밖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가공기술을 전수한 것이 중국이라면 이것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이 같은 궁금증을 갖고 철저한 현장 조사를 통해 해삼 산지, 채취와 가공, 보관, 요리법의 전파 경로와 유통경로를 추적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은 해삼의 유통에 관한 역사적 사실만이 아니다. 거기에는 해삼의 소비자였던 중화문명과 그들에게 오랑캐로 불렸던 바닷가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가 담겨있고, 기존의 역사가 다루지 않은 문자와 권력을 가지지 못한 이들의 삶이 담겨있다. 해삼을 통한 아시아 교류의 역사를 밝히면서, 해삼의 유통이 보여주듯 서구중심적 근대국가 단위의 구분이 경험적 설명력을 갖지 못함을 지적하는 부분이나 해삼은 식민주의가 완성된 19세기 이후에도 서양에 지배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자립적 세계 시장 상품이었다는 등의 해석을 시도하는 부분도 눈여겨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