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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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괴담이 현실이 되는 곳 ‘괴담’. 이치에 어긋나는, 상식 밖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를 가리킨다. 일상에서 괴담을 체험하기 가장 쉬운 곳이라면 아무래도 직장이다. 직장에서는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변하곤 한다. 신입 사원의 사수는 업무가 아닌 설거지 인수인계를 하고, 동료의 협조 요청을 받았던 직원은 바빠서 아무것도 처리하지 못했다는 말을 가볍게 던진다. 부하 직원의 기획서를 받아 본 상사는 이럴 거면 아예 일하지 말라며 손에 잡히는 물건을 집어 던지기 바쁜데, 계약직 사원은 그런 상사가 있는 직장조차 붙잡아야 한다. 직원들의 삶이 이토록 고달프건만 회사는 고객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노라 약속한다. 모두 《오피스 괴담》 수록작에 담겨 있는, 실로 현실적인 사연들이다. 과감한 복수와 억울한 죽음이 드러내는 현실 세계 속 두려움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있다면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우리는 괴이한 일이라도 상상해 가며 울분을 삭여야 한다. 《오피스 괴담》 속 다섯 작품의 인물들은 불합리를 받아들이라는 압력에 순순히 끄덕이는 대신, 직장 생활을 망가뜨린 원흉에게 복수할 방법을 찾아 나선다. 복수의 양상은 호러라는 장르에 걸맞게 통쾌할 정도로 과감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시도가 성공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현실을 살짝 넘어서 있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도 대갚음은 어려운 일이다. 다섯 편의 수록작 전체에 억울한 죽음이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이 사회의 업무 환경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 선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가 자연히 그런 형태를 띠게 되어서인지도 모른다. 잘 만들어진 환상은 현실에 기반을 둔다. 작품집 뒤에 실린 ‘작가의 말’을 읽어 보면 각 작품이 생생한 경험과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야기라는 도구를 통해 이 시대를 비춰 온 작가들의 통찰이, 지금도 일터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을 독자들에게 깊이 다가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