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자격은 없어.”
마음속 어딘가 어긋나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마는 사람들
장르의 경계를 부수고 현실을 비트는 놀라운 반전!
《머큐리 테일》의 다섯 가지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모두 어딘가 엇나가고, 비합리적인 집착을 보인다. 자취를 감춘 가정부의 흔적을 찾는 미라(〈나의 테라피스트〉), 귀신의 정체를 찾느라 정작 연인과의 관계는 똑바로 보지 못하는 자연(〈들러리〉), 아버지의 연인 ‘수성’의 정체를 밝히려고 집요하게 뒤를 쫓는 연주(〈머큐리 테일〉), 정서적 교감을 나누지 말았어야 할 대상에게 연민을 느끼는 국정원 요원 산호(〈멸종 아이〉), 사춘기와 우울, 애정을 자해로 표현하는 고등학생 소녀 토리(〈토리 앤 뱀파이어〉)까지. 뭔가에 비이성적으로 보일 만큼 집착하며 결국 스스로 비극의 길을 걸어가는 그들. 그들이 집착하는 대상은 모두 ‘외부에서 온 낯선 인물들’이다. 그 낯선 인물들은 주인공의 본래 세계를 무너뜨리고, 더 이상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끝까지 긴장감을 자아낸다. 저자 김달리는 이 이야기들을 ‘바깥에 자리한 외부인’으로서 써내려갔다고 말한다.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불안이 피워낸 사랑의 모양은 무엇인지, 욕망이 결국 어떤 집착을 만들어내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시종일관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다.
“저에겐 이렇다 할 소속감이 없습니다. 우주를 떠돌다 불시착한 외계인처럼 두 가지 세계에서 늘 방황하곤 합니다. 눈치채셨나요? 제가 엮은 다섯 편의 소설은 전부 ‘외부에서 온 낯선 인물들’이 주인공입니다. 가정부, 귀신, 외계인, 멸종된 종족, 뱀파이어까지. 이 낯선 인물들은 본래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균열을 내고, 주인공들을 그전으로 되돌릴 수 없게 만듭니다. 소설 속 저는 가정부이거나 때로는 뱀파이어였습니다. 그 작업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_ 작가의 말
“넌 처음부터 이상했어. 온몸에 붉은빛이 나는 아이였다.”
SF부터 미스터리, 스릴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강렬한 이야기들
〈나의 테라피스트〉
미라의 집에서 20년이 넘게 가정부로 일한 영선. 그녀는 미라의 남편이 가정 폭력을 일삼을 때마다 미라를 위로해주던 유일한 존재였다. 하지만 남편과의 갈등으로 그녀를 떠나보내고, 아들의 팔뚝에서 영선의 초상화 문신을 발견한 미라는 소리 없이 흔적을 감춘 영선을 찾아 나선다.
〈들러리〉
자연은 어릴 적부터 귀신을 봤다. 결혼 약속을 한 애인 지호와 사랑을 나눌 때마다 나타나는 단발머리 귀신의 정체가 신경 쓰인다. 자연은 친구에게 무당을 소개받고, 단발머리 귀신에 예민 반응을 보이며 지호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을 감행하고 마는데…….
〈머큐리 테일〉
연주는 어느 날 갑자기 아빠가 연인과 함께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죽은 아빠와 달리 내연녀는 멀쩡히 살아 있었다. 연주는 ‘수성’이라는 이름을 지닌 정체불명 여인의 뒤를 쫓다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마주하는데…….
〈멸종 아이〉
기후 변화로 영하 50도를 맴도는 추운 겨울. 1900년대 초 멸종한 ‘아리’ 종족의 DNA를 복원해 되살아난 아리와 그를 키우는 연구원 산호. 유독 추위를 타는 아리는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는 산호를 아빠처럼 따른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며 아리의 생사를 장담할 수 없게 되고, 산호는 아리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연구소 탈출을 감행한다.
〈토리 앤 뱀파이어〉
고등학생 사춘기 소녀 토리는 생을 마감할 날을 카운트다운하며 비공개 계정을 운영한다. 같은 반 친구 수연이 토리의 계정을 폭로하고, 학교와 가정 그 어느 곳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토리에게 어느 날 익명으로 의문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토리는 의문스러운 존재와의 만남에서 과연 소원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