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인간은 왜 ‘우리’에 집착하고 ‘타인’은 배척하는가? 세계적 진화생물학자와 심리학자가 해부하는 인간의 무리 짓기 본능 그리고 가족가치의 재발견 인종문제에서부터 정치와 경제, 종교적 근본주의까지 폭넓은 지구문명 진단과 처방 인간에게 ‘우리 대 타인’이라는 프레임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인종, 민족, 계급, 종교, 사회집단을 막론하고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에 집착하고 타인을 배척한다. 인간사회의 모든 분쟁과 갈등은 바로 우리 대 타인이라는 프레임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와 타인을 구분하고 알아보는 것일까? 로버트 새폴스키의 말처럼 생쥐라면 냄새라는 본능으로 자신의 편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이성과 감정과 본능이 복합적으로 공존하는 인간에게 이 문제는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세계적 진화생물학자로 손꼽히고, 노벨상 과학분야에서 제외된 부문에 수상하는 크라포르드 상을 역시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과 함께 수상한 폴 에얼릭과 심리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온스타인, 이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생물학, 뇌과학, 인류학, 역사를 아우르면서 인류의 무리 짓기 본능, 공감, 협력 등의 문제를 파헤친다. 저자들은 ‘공감’과 ‘협동능력’ 때문에 나약한 생물종에 불과했던 인간종이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고, 지배적인 생물종이 되었으며 또 역설적으로 지금 우리 인류가 처한 위기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먼 옛날 아프리카에 살던 수백만에 불과했던 우리 선조들이 지구 곳곳으로 흩어져 오늘날처럼 70억 인구로 번식하고, 국가와 종교와 거대도시를 건설할 수 있었던 배경에 ‘공감’과 ‘협력’이 있었지만, 역설적이게도 공감과 협력은 크고 작은 전쟁, 나치와 르완다의 대학살, 문화상대주의, 종교 간의 갈등, 인종문제, 경제적 불평등, 환경오염 등 수많은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생물학, 뇌과학,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파헤친 공감 그리고 가족관계의 패턴 저자들은 ‘우리 대 타인’의 프레임, 공감, 협력의 문제를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조망한다. 첫 번째는 다양한 과학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과연 인간이 가진 공감의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를 밝힌다. 태어난 지 불과 1시간도 되지 않은 아기가 갖고 있는 모방능력,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알아보는 안면인식세포, 타인의 행동을 보면 자신이 행동하지 않아도 뇌에서 먼저 반응하는 거울신경세포, 마음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성과들을 통해 인류에게 특별한 능력인 공감능력이 실재함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가족관계의 패턴’을 진화인류학적으로 조망한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가족관계의 패턴이 인류가 지배적 동물이 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으며, 우리의 두뇌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과정에서 갖추게 된 가장 결정적 요인으로 꼽고 있다. 저자들이 대략 150여 명으로 추정되는 수렵채집사회의 가족집단에서부터 현대의 핵가족 그리고 아주 거대한 국민국가나 지구촌 가족까지 두루 살피는 이유는 가족이야말로 인간이 ‘우리’를 발견하고, ‘타인’을 만드는 가장 핵심적 단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수렵채집사회 식 ‘우리’ 대 ‘타인’의 논리에 갇혀 있다 인간은 ‘우리’를 인식하고, 이들과 공감하고 협력하는 동물이다. 그 배타적 ‘우리’가 인간이라는 생물종의 존속에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다. 자연에 맞서고, 흉포한 동물에 맞서고, 타인들에 맞서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훌륭한 무기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류역사는 우리 밖에 있는 타인들을 만들고 그들과 갈등하고 대립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르완다에서 후투족이 투트시족을 집단학살한 사건이나 우리의 윤리에 갇혀 수백만의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들, 테러리스트들, 종교적 타인은 가차 없이 배척하는 종교근본주의자들, 피부색이 다른 인종을 차별하는 인종차별주의자들 등. 물론 저자들은 역사적이거나 철학적으로 이를 논하기보다는 다양한 실험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실제 작동하고 ‘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준다. 피부색은 인간의 사고, 판단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른 종교를 가진 이라크 포로를 미군은 왜 고문하고 학대하는지, 선거에서 정치인들은 타후보를 어떻게 비방하는지, 간단한 표시만으로 인간집단들 내에서 어떤 차별과 억압과 배척이 쉽게 이루어지는지 풍부한 실험사례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실험결과는 현대사회에도 얼마나 우리가 수렵채집사회의 ‘우리 대 타인’의 논리에 지배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리적, 경제적, 정치적 경계가 사라져가고 진화한 네트워크로 촘촘히 서로 연결된 70억 지구인들은 아직도 수렵채집사회 식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70억 지구인은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런 분열과 갈등을 딛고 과연 70억 지구인은 과연 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의 궁극적 물음은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전혀 불가능한 허황된 질문이라고 여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전쟁과 테러, 환경오염, 기후변화, 골 깊은 인종갈등과 종교분쟁 등등 세계 전역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분열 현상을 보면 이들 지은이들의 질문이 가당치 않은 것이라 여기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의 질문이 헛된 희망에 그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인류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로 지금 지구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들은 잘라 말한다. ‘지구인은 외줄 위에 서 있다. 공감을 확대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이 70억 지구인이 한 가족이 될 가능성을 논할 바로 그 순간이다. 저자들의 지극히 건전한 문제의식과 현 지구문명이 처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저자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방법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