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일본어로 오염된 표준국어대사전. 아직도 일본 말에서 독립하지 못한 우리글. 왜 일본어는 한국어로, 한국어는 일본어로 바뀌었는가? 그 스캔들의 현장을 낱낱이 고발한다. 국어사전도 밝히지 못한 일본 말 찌꺼기의 역사와 유래를 추적한《사쿠라 훈민정음- 국어사전 속 숨은 일본 말 찾기》에 이어 생활 속에 더욱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일본 말 오용 사례를 밝히고, 이 문제에 대해 부실하고 안이하게만 대응하는 국립국어원을 비판한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삼일절, 광복절은 물론 학교의 입학식이나 졸업식, 국가 주요 행사 날에는 빠지지 않고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의례’다. 이 행사가 사실 일본 기독교단에서 제국주의에 충성하고자 만든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 구체적으로는 국민의례란 ‘궁성요배, 기미가요 제창, 신사참배’를 뜻하는 말로,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자발적으로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협력할 것을 표명한 바 있는 일본 교단이 출정군인, 상이군인, 전몰군인 및 유가족을 위해 그리고 대동아전쟁 완수를 위해 행한 기미가요 연주, 묵념 따위를 뜻한다.(본문 16쪽) 광복을 맞이하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아직도 우리 삶 깊숙한 곳에는 그 뜻을 알면 도저히 쓸 수 없는 일본 말들이 넘쳐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러한 잘못 쓰인 일본 말 찌꺼기를 거르고 올바른 국어사전을 만들어가야 할 국립국어원조차 이 문제를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단어의 어원을 알 수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태도는 국가기관으로서 보여서는 안 되는 모습이지만, 그렇다고 국어의 모든 것을 국가기관에만 의지하는 것도 옳지 않다. 국민이 날카롭게 감시하지 않은 잘못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잘못된 일본 말 사용 사례를 감시하는 감시자의 눈으로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유도리’나 ‘단품’, ‘다구리’와 같이 일본말 찌꺼기인 줄 뻔히 짐작하면서도 쓰는 말뿐만 아니라 ‘국위선양’, ‘잉꼬부부’, ‘다대기’, ‘기합’, ‘품절’처럼 우리말인 줄로만 알고 쓰던 일본말 찌꺼기의 역사와 유래, 쓰임새에 대해 낱낱이 밝히면서 국어사전을 만드는 기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작업을 통해 일본에서 온 말이니 쓰지 말아야 한다고 무턱대고 주장하기보다 일본말 찌꺼기를 순화해야 하는 필연성을 제시해 읽는 이가 스스로 일본말 찌꺼기 사용에 대해 각성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일본말 찌꺼기를 주제로 한 기존 책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저자는 오래전 일본에 한자 문명을 전파했던 우리가 지금은 오히려 일본식 한자를 쓰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 문화·예술의 측면에서 앞서 갔던 민족의 자존심까지 구겨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특히 일본 센소지 소장 <수월관음도> 등을 사례로 들며 고려 불화의 독보적인 가치와 표구 기술을 두고 예전부터 쓰던 ‘장황’이라는 말 대신 표구라는 말을 쓰는 것이나, 일본 요리에는 쓰이지 않는 갖은 양념이라는 개념을 일본 말 다대기에 대한 설명으로 국어사전에 버젓이 올려놓고, ‘여뀌’ 꽃을 설명하면서 어려운 일본 말을 쓰거나 일본 국어대사전을 그대로 베끼기까지 하는 참담한 현실을 지적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독자적인 문화와 겨레말을 가진 우리가 일본 말을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는 이외에도 일본 말로 잘못 분류한 한국어, 국어사전에 실린 일본 말과 실리지 않은 일본 말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며, 순화하라고 표시해놓고 그 이유를 밝히지 않거나 예전에 쓰던 한자를 버리고 일본 한자로 바꿔 써 일본 말로 정의 내리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무원칙을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