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판사 제공 책 소개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자음과모음은 지난 12월에 정통 학술 총서 ‘새로운 사유의 힘, 뉴아카이브 총서’를 선보인데 이어 올 3월에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을 그려나갈 ‘하이브리드 총서’를 펴낸다. 국내 학자들의 집필서만으로 구성되는 이 총서는 “경계 간 글쓰기, 분과 간 학문하기, 한국 인문학의 새 지형도”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통섭’의 학문하기가 한국의 환경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주목할 만한 사례가 될 것이다. 이 총서로 펴내는 책들은 지난 2~3년간 계간 문예지 『자음과모음』의 ‘스펙트라’, ‘하이브리드’ 꼭지를 통해 연재된 인문, 사회, 과학, 예술 제 분야의 원고를 대상으로 하는데, 총서 발간을 계기로 일정한 퇴고 기간을 거쳐 좀 더 핍진한 주제의식과 매력적인 문체로 짜임새 있게 가다듬었다. 국내 학자들의 야심 찬 학문적 실험과 매력적인 글쓰기가 한데 어우러진, 국내에서 자체로 생산되는 보기 드문 총서가 아닐 수 없다. 하이브리드 총서 1차분은 문학평론가이자 작곡가인 최정우의 『사유의 악보―이론의 교배와 창궐을 위한 불협화음의 비평들』,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의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성학자 권김현영 외 5인의 『남성성과 젠더』 총 3권이다. 음악, 문학, 철학, 미학, 정치학, 심리학, 신학, 윤리학 등 다방면의 이론을 교배시키며 현란하면서도 핍진한 사유의 장을 펼쳐 보이는 최정우, ‘아파트’라는 프레임을 통해 한국의 세대론과 시각문화를 통찰하는 박해천, 남성성이라는 주제 아래 젠더론의 새 논법을 제시하는 권김현영 외 5인 등, 익숙한 대상들을 낯선 시각과 실험적인 방법론을 통해 새롭게 조명해낸 이들의 탐구는 작금의 인문학도들에게 참조해야 할 중요한 판본이 될 것이다. 향후 이택광, 이현우, 박원익, 정여울 등의 근간도 준비 중이다. 불협화음의 조화, ‘남성성’을 통해 바라본 새로운 젠더 의식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성 ‘섹스’,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는 성인 ‘젠더’를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조명하고 차이의 지점을 발견해 좀 더 발전적인 담론을 찾아가자는 취지하에 기획된 『남성성과 젠더』가 자음과모음의 하이브리드 총서 세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모든 인간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이라는 이데올로기화된 담론에서 기존의 젠더 이분법의 잣대로 그려지고 있는 남성성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서 성적 소수자들을 포함한 젠더 개념을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본다. 특히 선택적, 모순적, 단절적인 역사에서 만들어진 남성성의 개념을 현재 오늘날의 시점에서 여러 가지 측면으로 분절하고 파헤쳐, 감춰지고 누락된 불협의 소리를 복원하고자 했다. 이에 대한 필자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남성은 어떻게 남성성을 체현하는가부터 성차로서 남성을 읽는 방법은 무엇인가, 의료 담론은 어떻게 남성을 발명했나, 트랜스남성은 진짜 남성인가, 레즈비언 부치는 왜 남성이 아닌가, 신자유주의 시대 남성들이 괴물 혹은 루저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까지 여섯 편의 글이 하나로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 비규범적·비정상적이라는 이유로 남자다움에서 제외된 이들의 남성성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남성성에 대한 여섯 가지 질문, 남성성의 역사를 ‘차이’ 속에서 재형상화하다 정희진 | 편재(遍在)하는 남성성, 편재(偏在)하는 남성성 정희진은 남자와 남성성, 여자와 여성성이 계급, 인종, 국적 등과 같은 범주 안에서 임의적으로 연결되는 점을 메타 젠더적 접근을 통해 해제한다. 즉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성은 어느 곳에서나 내연하지만, 젠더의 작동은 조건적이고 임의적이며 사회의 물적 기반, 언어,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성성의 구성은 편재(遍在)와 편재(偏在)를 동시에 드러낼 때 발전 가능하며, 사회적 모순들과 젠더와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것이 생산하는 남성성을 분석하는 실천이 될 거라고 역설한다. 권김현영 | 남장여자/남자/남자인간의 의미와 남성성 연구 방법 권김현영은 극동아시아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배당받아 식민과 분단이라는 시간을 살아온 근대 한국의 남성성이, 근대적 주체의 문법에 맞지 않는 모순적 자기 정체 과정을 끝없이 내파하는 가운데 어떻게 자기 분열적으로 구성되어갔는지를 살펴본다. 이를 위해 여화위남, 남장미인, 일본 남성과의 동성사회적 욕망 등 근대 초기의 ‘남성’을 둘러싼 상황을 담론장으로 끌어와 그 속에 내제되어 있던 차이 속의 남성성을 성차화된 남자인간으로 보는 연구 방법론을 제안한다. 루인 | 의료 기술 기획과 근대적 남성성의 발명 루인은 그간 섹스-젠더라는 문화적 해석에만 그쳤던 젠더 논의에서 누락되거나 축소되어 다뤄졌던 생물학적 측면에 대해 논의한다. 남성성을 의료 기술적으로 규범화한 지배 규범적 역사적 맥락을 개괄함으로써 의학-젠더-근대성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성기 혹은 호르몬의 여부를 통해 성을 판단하고 규정했던 방식이 또 다른 신체적 전환을 모색하는 방법이 된다는 새로운 가능성과 함께, 트랜스젠더 이슈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상호 구성 관계라는 점에서 젠더를 ‘다르게’ 고민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한다. 나영정 | 남성/비남성의 경계에서: 성전환남성의 남성성 나영정은 성전환남성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젠더 이분법의 사회와 남성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이중적 가치관을 동시에 겪을 수밖에 없는 성전환남성의 사회적 위치와 남성성의 고민에 대해 파헤친다. 성전환 전후의 맥락에서 변화해가는 남성의 의미를 묻고, 스스로를 ‘남성이되 남성적이지 않은 남성’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입장을 젠더 이분법이라는 규범과 권력관계에서 살펴보며, 이러한 남성성이 우리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되돌아본다. 한채윤 | 레즈비언의 남성성: 공존, 반전, 경쟁, 갈등하는 젠더 한채윤은 젠더란 만들어지는 과정에 있다는 시각으로 레즈비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무엇인지를 짚어본다. 레즈비언이 기존의 남성성을 훔치거나 모방하려고 한다는 고정관념에 맞서 만약 섹슈얼리티를 젠더에 구속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반문한다. ‘여성이되 여성적이지 않은 여성’ 레즈비언 ‘부치’들이 갖고 있는 내재된 남성성을 통해 젠더를 이성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규범이 아닌 새로운 사유 방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음을 설득한다. 엄기호 | 신자유주의 이후, 새로운 남성성의 가능성/불가능성 엄기호는 신자유주의 이후 이전처럼 위협적이지도 권위적이지도 않은 남성이 설자리를 찾기 위해 어떤 식으로 남성성을 변모시켜왔는지를 들여다본다. 노동력이 곧 권력을 의미했던 근대를 지나 자본주의하에 들어서 주체가 아닌 잉여로 남게 된 남성들이 루저처럼 변해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남성성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우리는 누군가에 의존해 사는 나약한 존재이며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으로부터 평등의 문제를 다시 사유해야 함을 역설한다. 규범 바깥과 역사의 외부에서 남성성을 다시 읽고 쓰기 이 책은 각기 다른 목소리의 각기 다른 전개 방식을 띄고 있는 듯 보이지만, ‘왜 남성성 연구가 젠더 연구여야 하는가’라는 일관된 주제하에 여러 가지 관점과 다양한 사유 거리를 던져준다. 남자와 남성성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과정에 개입된 구성적 권력과 개인들의 순치/우연성/저항을 다루는 동시에 구체적 차이들을 가진 새로운 남성성들을 풍부하게 재형상화하는 이 책은, 그간 여성학 중심의 다소 일방향으로 전개되어온 젠더 담론에 ‘남성성이라는 관점’을 부각해 젠더란 여전히 변모되고 있으며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현 시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남성의 위기’ 담론을 넘어 남성성을 읽는 인식론과 방법론까지 제안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레즈비언/남장여자/트랜스젠더 등 성적소수자들의 남성성부터 우리 시대 남성의 위기를 상징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