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사회학·사회과학 분야의 고전이자 명저인 뒤르케임의 『사회분업론』 국내 최초 완역
프랑스 사회학의 창시자이자 막스 베버와 함께 고전사회학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는 에밀 뒤르케임의 대표 저서 『사회분업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완역 출간되었다.
『사회분업론』(1893)은 뒤르케임이 소르본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이자 『종교생활의 원초적 형태』(1912)와 함께 그의 가장 빼어난 대표작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오늘날 현대인들이 관심을 갖는 사회통합에 관한 뒤르케임의 생각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저서이기도 하다.
20세기 후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사회학의 정체성 위기와 문제의식 실종에 대한 학문적 대안으로 뒤르케임 사회학과 그 전통의 중요성이 다시 크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국제 사회학 공동체에서는 뒤르케임 학파 제2세대인 마르셀 모스와 모리스 알박스, 셀레스탱 부글레 등의 저작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중이다. 고전사회학에 관한 착실한 기초적 전통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현실을 고려할 때 이번 『사회분업론』의 완역 출간이 한국사회 공동체와 한국 사회학계에서 갖는 의미와 의의는 그만큼 특별하다.
‘유기적 연대’와 ‘도덕적 개인주의’,
현대사회 공동체의 통합을 위한 새로운 시대정신을 제시하다
『사회분업론』의 핵심 테제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과 사회적 연대 사이의 관계이다. 책은 어떻게 해서 사회구조의 부피와 밀도의 증가가 사회분업을 낳고, 또 이 사회분업이 사회 구성원 사이의 상호의존 관계를 더 심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전통사회의 ‘기계적 연대’와 대립되는 ‘유기적 연대’를 낳는가를 경험적·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뒤르케임은 생물학, 생리학, 의학, 철학, 경제학, 인류학, 심리학 등의 모든 분과학문들을 총괄적으로 동원하여 19세기 말 근대 산업사회 등장의 원인과 사람들의 연대의식 변화 형식을 규명하려 시도한다. 즉, 도시화로 특징되는 사회분업과 사회분화에 의해 전통사회가 산업사회로 옮아가고, 사람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원리가 ‘기계적 연대’에서 ‘유기적 연대’로 바뀌어가는 것을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을 뛰어넘는 모든 학제 간 지식들을 종합하여 밝히고 있다.
저자는 급격한 산업화와 계급갈등으로 진통을 앓던 당시 프랑스 사회의 위기에 대한 두 가지 학문적 모델을 제시한다. 하나는 특정 시대의 사회변화 추세와 시대정신을 읽을 수 있는 학제 간 협력을 통한 통합과학적 모델이다. 또 하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이념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공화민주주의 모델이다. 그 모델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 개념이 ‘유기적 연대의식’과 ‘도덕적 개인주의’이다. 여기서 ‘도덕적 개인주의’란 현대사회에 적합한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윤리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그 특성은 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배려문화의 형성, 소외된 계급에 대한 박애정신의 생활화, 산업화에 따른 새로운 직업윤리의 정착, 공정한 사회관계 정립을 위한 분배적 사회정의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사회분업론』은 19세기 말 문명의 전환기에서, 현대 산업사회의 등장에 걸맞은 새로운 도덕성과 가치관을 찾아야 한다는 ‘도덕사회학’ 목표를 가지고 집필된 책이다. 뒤르케임은 사회분업의 경제적 효과만을 강조하는 주장과 사회분업이 계급적 불평등을 만든 원인이라는 두 주장 모두를 반박하며 인류의 문명발달사를 독해할 수 있는 제3의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분업의 발달은 사회 성원 간 상호의존 관계를 심화시킴으로써, 전통사회의 집단지향적·권위주의적인 ‘기계적 연대’와는 구분되는 ‘유기적 연대’ 즉 개인의 존엄성과 그 권리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회 성원 간의 호혜적 평등 관계를 낳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덕적 개인주의’가, 전통적 종교를 대체하는 현대사회의 새로운 보편적 시민종교의 위상을 차지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을 검토해보면, 『사회분업론』은 ‘자유와 평등 정신의 통합’ 위에 새로운 공동체적 시민도덕과 가치관을 만들어 사회통합을 이루어내는 것이 당면 과제 중의 하나인 한국의 지식인들에게는, 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금광과도 같은 책이다. 뒤르케임이 평생을 고민한 주제가 바로 오늘날 한국의 지식인들이 고민하고 있는 현대 산업사회 구조에 어울리는 가치관과 그것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통합’의 문제를 통합과학적 관점에서 다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한국사회에서의 『사회분업론』 독해하기:
후기 현대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의 가치관 확립에 풍성한 이론적·현실적 자원을 제공
『사회분업론』은 현대사회에 어울리는 사회통합 의식과 사고방식을 과학적·경험적 기반을 가지고 연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최초로 한 사회학 저서이다. 도덕사회학이라 불리는 뒤르케임의 문제의식은 21세기 후기 현대사회의 가치관을 찾아야 한다는 한국 지식인 공동체의 문제제기와 문제의식을 같이한다. 이는 곧 경험적 연구를 기반으로 전통사회와 구분되는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시민적 가치관을 도덕과학(또는 도덕사회학)의 이름으로 탐구하겠다는 사회학 탄생 시기의 소명의식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21세기 들어 세계화와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에 함몰되어 중심 가치가 실종이 된 한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회분업론』과 뒤르케임의 사회학은 ‘가치’에 대한 고민 없이 경제적 수단만으로 한국사회의 누적된 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한국사회의 지식인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뒤르케임 사회학의 도덕사회학적 논의는 후기 현대사회에 진입한 한국사회의 가치관 확립에 아주 풍성한 이론적·현실적 자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현대 산업사회가 시민 사이의 관계에 대해 더 큰 정의를 요구한다는 뒤르케임의 학문적 근거에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사회정의와 복지국가의 등장 및 경제민주화 추세와 관련한 이론적 기초도 마련해볼 수 있다.
뒤르케임 사회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인 민문홍에 의한 완역 출간
『사회분업론』의 옮긴이 민문홍은 뒤르케임의 사회학에 대한 사상사(지성사)적 배경 연구로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박사학위(1988)를 받았으며 『에밀 뒤르케임의 사회학』(2001)이라는 저서를 출간하기도 하는 등 30여 년 가까이 뒤르케임과 뒤르케임 사회학, 뒤르케임 학파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해온 뒤르케임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책 끝 부분에 실린 99쪽 분량의 ‘옮긴이 해제’는 『사회분업론』 해설만이 아니라 에밀 뒤르케임의 생애와 사상, 뒤르케임과 그의 사회학이 현대 사회학과 인류에 미친 영향 등을 체계적·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완결성 뛰어난 논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어째서 21세기에 뒤르케임을 다시 읽는가?’(721쪽)는 『사회분업론』의 현대적 독해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학과 한국사회가 처한 정체성의 위기와 그 극복 방법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