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이 책은 조선 회화를 기존의 연대기적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문화적 기반과 기록들을 추적하고 대외관계를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선 회화는 동아시아 서화 전통의 맥락에서 '동화(東畵)'로서의 특성을 이룩하고 근현대의 한국화를 탄생시킨 의의를 지닌다. 고려시대를 통해 성장한 신흥 엘리트 문사들의 서화취향과 미학을 계승 발전시켜 조선시대의 미술문화를 주도했을 뿐 아니라, 한국화의 직계 원류로서 각별한 것이다. 한국회화사 또는 한국미술사의 통시적·공시적 실체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근간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그러나 조선 회화는 근대 일본과 현대 한국의 타율적 시각과 내재적 시각에 의해 양극적으로 표상되었는가 하면, 서구미술의 발전사를 보편성으로 삼아 평가하고 그 모형에 맞추어 재현하는 등, 조선시대 사람들의 사상적·문화적·사회적 삶의 문맥에서 사실과 부합되는 실상의 규명과 해명이 아직도 미진한 실정이다. 이 책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1999년에 펴낸 『조선시대 회화사론』 이후부터 2013년 6월까지 집필한 논고 중에서 주제별로 묶을 수 있는 것을 골라 25편을 4부로 나누어 수록한 것이다. 제Ⅰ부는 조선에서 그림이 왜 그려지고 어떻게 소비되었는지를 기능과 용도, 장소성과 지역성, 담당층의 제도적 속성과 회화적 인식 등을 통해 다룬 논고들을 실었다. 제Ⅱ부는 같은 '천하'를 이룬 동아시아의 시각에서 조선 회화의 중국 및 일본과의 대외관계를 규명한 논문을, 제Ⅲ부에는 안견과 강 희안, 정선, 최북, 김홍도, 신윤복과 같은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들의 작가상을 기존의 직업화가와 문인화가의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 새롭게 규정하고 재구성한 글을 수록했다. 그리고 제Ⅳ부에는 조선의 회화세계를 방고산수화와 실경산수화, 고사인물화와 풍속화, 계회도, 동물화, 민화, 춘화 등의 작품과 그 갈래별·유형별 역사와 주제의식 및 화풍을 통해 살펴본 것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