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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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한 세상에서 몸 비빌 수 있는 작은 거점은 어디인가? 적막한 세상을 응시하는 깊은 눈, 김훈 장편소설 “세상은 무섭고, 달아날 수 없는 곳이었다” 20세기 한국 현대사를 살아낸 아버지와 그 아들들의 비애로운 삶!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우리 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굵직한 사건들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사건들은 마씨(馬氏) 집안의 가장인 아버지 마동수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성장한 아들들의 삶을 통해 드러난다. 작가는 만주와 길림, 상하이와 서울, 흥남과 부산 그리고 베트남, 미크로네시아 등에서 겪어낸 등장인물들의 파편화된 일생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그 신산스러운 삶을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을 드러낸다. 일제시대, 삶의 터전을 떠나 만주 일대를 떠돌 수밖에 없었던 아버지가 겪어낸 파란의 세월,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시간과 연이어 겪게 되는 한국전쟁, 전후의 피폐한 상황 속에서 맺어진 남녀의 애증과 갈등, 군부독재 시절의 폭압적인 분위기, 베트남전쟁에 파병된 한국인들의 비극적인 운명, 대통령의 급작스런 죽음, 세상을 떠도는 어지러운 말들을 막겠다는 언론통폐합, 이후 급속한 근대화와 함께 찾아온 자본의 물결까지 시대를 아우르는 사건들이 마씨 집안의 가족사에 담겨 있다. 광야를 달려야 할 말이 고삐에 걸려 있던 자리로 되돌아와야 하는 것처럼,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고삐에 삶이 얽매여 있는 이들의 비참하고 비애로운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는 이다지도 막막한 세상에서 몸 비빌 수 있는 작은 거점이 존재하는가를 처절하게 되묻는다. 장편소설 『공터에서』는 두렵고 무섭지만 달아나려 해도 달아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 자신이 어떤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를, 우리의 영혼을 쉬게 할 작은 거점이 어디인가를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