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복을 읽는 아침

이원재 · 에세이
2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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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을 만들며 5 글을 열며 8 1부 새로운 선생이 태어나는 시간 새로운 세상으로의 진입 19 내 남편을 서방님이라고 부르는 년은 죽여버릴 거야! 28 건강한 빗자루는 꺾일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38 스스로에 대한 믿음은 고기를 부른다 43 경계에 있는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49 오빠도 술이 웬수다 56 어두운 바다에 홀로 오징어 배를 띄워놓은 것 같던 그 시간은(1) 64 어두운 바다에 홀로 오징어 배를 띄워놓은 것 같던 그 시간은(2) 74 손이 졸라 고우시네요 90 마지막 종례의 전달 사항 99 담배가 준 상 112 2부 아이들을 내려두고, 다시 탈출, 그리고 125 학생부장을 하라고요? 134 아마도, 우리 사이는 비즈니스 140 된다고 말하게 146 그대 이름은 장미 155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162 흰자위가 슬픔을 불러오는 걸까 173 그저. 잘. ‘살아’ 있기를 186 뱃사공이 널 떠난 이유 203 3부 선생이라는 이름의 친구 세잎 클로버 행복이 세 장 217 안전 교육은 드웨인 존슨과 함께 222 4.12 급식대란 230 사랑한다고 말하면 빵 한 조각을 주지 238 B컬과 S컬의 각도 차이를 구하시오 250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260 당신에게 돋아 있는 가시는 273 마음 하나 젖지 않을 법한 우산 283 책 한 권을 마치며 291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아침 등굣길에 음악을 틀고, 호떡을 굽고, 어묵을 삶고, 코코아를 나누는 ‘이상한’ 학생부장이 전하는 뜨끈한 위로 첫 발령지, 특성화 고등학교 처음 발령받은 곳은 집에서 대중교통으로 8시간이 걸리는 특성화 고등학교였다. 흔히 대학 입시, 특히 ‘인서울’ 진입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 고등학생이라고 여겨지는 보통의 인식을 깨부수는 경계의 학생들이 다니는 곳. 국어라는 지식을 어떻게든 가르쳐보려 하지만 인생의 쓴맛을 벌써 다 알아버린 것만 같은 아이들에게 교사의 말은 잔소리일 뿐이다. 하지만 진심은 결국 닿는 법. 지각을 줄이고 금연을 지키자는 규칙을 매일 외치고, 성인이 되어 자신의 몫을 할 수 있도록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보자는 담임 교사의 고군분투는 학생들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그리고, 한 학생의 죽음 또한 한 교사를 변화시킨다. 장지로 향하는 그의 마지막 등교에 ‘천국에서도 행복하라’며 오열하는 마음은 그때 그가 지닌 첫마음을 오래도록 잊지 않게 만들어 준다. 살아 있어야 그다음도 있는 것이다. 삶의 지속, 그것을 위해 선생이 학생에게 해줄 말은 무엇일까. 살아있기만 하면 괜찮아. 조금 힘들어도 괜찮아. 지금 남들이 너보고 뭐라고 하든 괜찮아. 그래, 너니까 괜찮아. 이 문장들의 앞 성분을 다 빼고, ‘괜찮아’만 남겨놓아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괜찮아’라고 말해 주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마지막 종례의 전달사항) 두 번째 발령지도, 특성화 고등학교. 30살 젊은 교사는 두 번째 학교에서 학생부장이 된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학생들과 직접 부딪히고 깨지는 자리인 만큼 여러 학생을 만난다.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 도벽이 생긴 아이나 갑작스러운 임신과 중절 수술로 불안한 정신 상태를 감당할 수 없었던 아이. 환경이나 상황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무기력이나 분노, 냉담함과 같은 감정의 덩어리들 앞에 설 때도 있다. 과한 업무량과 개인의 무거운 책임감에 도망치고 싶다는 본능적 욕망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그는 자신이 맡은 일에 꾸준히 성실하다. 힘들고 바쁘면 조금 외면할 만도 한데, 교사와 학생의 만남이 한 인간과 다른 인간이 맺는 유의미한 관계라는 자신의 신념에 끝까지 떳떳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교사가 수십, 수백 명의 학생 가운데 그 한 명의 이름을 정확히 부르는 일은 단순한 명사 하나를 기억해내는 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유일한 ‘자기’라는 존재를 세계가 인식하고 있다는 무척 효과적인 증명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 있어서도 학생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일은 내 마음의 한켠에 그의 방을 내어준다는 뜻이고, 그 입주자를 위해서 수업에서도, 만남에서도, 대화에서도 집주인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일인 것이다.(그대 이름은 장미) 비단잉어 코이는 어항에서 살면 10cm도 안 되는 크기로 살지만, 연못이나 강에서는 사람 크기까지도 자란다고 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영향 주는 것은 환경의 영향도 있겠지만, 믿을 만한 어른이 자신을 뭐라고 불러 주느냐에 따라, 그 이름에 맞게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그 가슴속에 어떤 이상을 품느냐에 따라 성장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나는 아직 믿는다. 우스꽝스러운 명칭일지라도, 내가 그가 그리되리라는 믿음과 함께라면, 그것이 그의 가슴속에 자그마한 희망의 씨앗으로 심길 것을 함께 믿는다.(된다고 말하게) 처음에는 누구나 잘 하고 싶고, 그 일에 열정과 열성을 쏟는다. 또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 일에 익숙해지고, 그런 만큼의 나태함과 느슨함에 몸과 마음을 맡기기 쉽다. 그 역시 마찬가지일 수도 있었겠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일에 있어서는 마음을 거두지 않는다. 그의 변함없는 모습은 그가 뱃사공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가 아닐까. 어디에서든 언제든 그저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끝까지 함께 걸어주지 못한 이 선생님은,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에 무슨 말을 더 붙일 수가 없구나.(그저. 잘. ‘살아’ 있기를) 그래. 교사는 뱃사공이다. 이것은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원하는 목적지까지 함께 갔다. 그리고 그곳에 내려다 주었다.(뱃사공이 널 떠난 이유)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하면 지역 명문이라는 인문계 여고 학생부장으로 세 번째 발령지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안 해도 아무 문제 없을 법한 일을 부러 찾아 만드는 학생부장으로. 서로 끌어안으면서 ‘사랑해’라고 외치는 미션을 수행해야만 빵을 나눠준다는 조건을 걸었다. 빵만 먹으면 목 막히니까 코코아도 한 잔씩 타서 따뜻하게 먹으라고 손에 함께 들려주기로 했다. 사랑한다는 말, 빵 그리고 따뜻한 음료. 이런 것들을 모두 집어넣어 우리가 만날 공간의 이름을 ‘사랑해 모닝카페’라고 지었다.(사랑한다고 말하면 빵 한 조각을 주지) 아침 등굣길에 음악을 틀고, 호떡을 굽고, 어묵을 삶고, 코코아를 타는 그를 학생들은 ‘이상한’ 선생님이라고 기억한다. 이상한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우는 건 기본이고 작은 부탁 하나를 거절하는 일이 없다. 등교 시간이면 어김없이 정문에서 웃으며 손을 흔들고 수업 시간엔 직접 수기로 만든 프린트를 내민다. 고등학생은 배가 든든해야 한다며 학교에 카페를 차려 음식을 나눠주기도 하고, 어느 겨울날 등굣길엔 어묵 꼬치를 잔뜩 가져와 따뜻한 국물과 함께 내민다. 졸업하고 나서야, 그가 남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제자 송현주) 신기하게도 인간은 타인이 나에게 호감 혹은 비호감이 있는지 쉽게 알아챈다. “어떻게 알았어?”라는 질문의 대답은 보통 “그냥 느낌이 그래.”가 많을 것이다. 예민할수록 더 잘 알아채는 것이 상대방의 감정이다. 인간의 일생 중 가장 예민한 한 때는 사춘기가 아닐까. 우리가 중, 고등학생이라고 부르는 아이들은 민감하게 관계에 반응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잘 안다. 이 선생이 이상하다는 것을.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한 사람이라는 것도. 그들 안에 섞여 들어가 함께 숨 쉬는 교사가 어색할 수밖엔 없다. 이 낯선 학생부장은 학교가 ‘어두운 바다’일 수 있음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 깊이도 막막함도 알고 있기에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함께 하는 존재가 있음을, 학생들의 가장 가까이에 서서 단단하게 사랑을 외친다. 학교가 너희들을 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 너희들은 충분히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아주길 바랐다.(사랑한다고 말하면 빵 한 조각을 주지) 때로는 친구로, 때로는 부모로 함께 울고 웃는 그의 이야기는 교사가 학생에게 전하는 응원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학생은 아니지만, 때때로 나도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고 싶을 때마다 나도 그 위로를 받은 뜨끈한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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