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인도네시아 투자인가?
여러 투자 및 경제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경제가 앞으로 약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일례로 골드만삭스는 2022년 12월 《2075년으로의 길(The Path to 2075)》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2050년과 2075년에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전망했다. 이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2050년에 인도네시아가 독일, 일본, 영국 등을 제치고 GDP 규모 세계 4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전망은 여러 측면에서 설득력이 높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한 현 국제 정세에서 미국과 중국의 세력권이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가치가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이자 중위연령 30세로 인구구조가 튼튼하며, 니켈을 비롯한 각종 주요 천연자원이 풍부한 지역이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내부적으로는 2014년 조코 위도도 대통령 당선 이후로 탄탄한 경제 성장율을 유지해 왔다. 약점으로 꼽히던 인프라 문제와 공직 부패를 비롯한 각종 부조리들을 적극적으로 그리고 꾸준히 개선해왔고, 2045년 세계 경제 규모 5위 안에 들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주요 산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중산층의 소득과 소비력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본격적인 경제 성장의 기로에 서 있기에 고수익의 투자 기회들이 잠재해 있다.
그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한국전력의 투자다. 한국전력은 2010년에 6,180억을 주고 바얀리소스라는 회사의 지분 20%를 샀는데, 바얀리소스는 2021년부터 주가가 빠르게 상승해서 배당금이 이미 투자금을 넘어섰다. 보유 지분의 가치는 2024년 1분기 기준 10조 7,000억으로 원금의 15배가 넘었다.
투자자와 사업가에게 필수적인 인도네시아 상식
본격적인 투자 정보에 앞서, 어떤 종목이 왜 주목할 만한지 이해하고 향후에 인도네시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의 경제, 정치, 사회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그런 정보들 중에서 투자자나 기업가에게 필요할 만한 것들을 추려서 다섯 가지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그동안 인도네시아에는 왜 일본이나 한국에서 배출한 것과 같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오지 못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는 상황이 달라질까? 투자자 입장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이런 의문을 풀어가는 실마리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 기업사를 응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살림그룹이다. 살림그룹의 창립자 수도노 살림은 여러 면에서 삼성그룹의 이병철과 비교된다. 둘 모두 제당업 제분업이라는 수입대체식품가공 경공업에서 출발했고, 그렇게 번 돈으로 다른 여러 산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재벌 그룹을 일구었다.
삼성그룹과 살림그룹이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삼성은 ‘사업보국’을 기치로 내걸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살림은 독점권의 보호를 받는 내수 시장에 안주했다. 수도노 살림은 푸젠성 푸칭 출신의 화교였기에 애국심을 가질 수도 애국심에 호소할 수도 없었는데, 그 때문인지 지대 추구에 집중했다. 그렇기에 살림그룹에 각종 독점권을 준 독재자 수하르토 대통령이 실각하자 수도노 살림은 인도네시아 민중의 분노를 피해 해외로 피신해야 했고, 인도네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BCA은행의 경영권을 포기해야 했다.
살림그룹을 통해서 우리는 인도네시아 경제와 기업의 한 단면을 이해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3%인 화교가 국가경제의 70%가량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인도네시아는 과거와는 달리 세계 경제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확정적인 답은 불가능하지만 인도네시아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면 나름의 판단은 할 수 있다. 이 책은 다른 여러 이야기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여러 면모를 보여준다.
인도네시아 주식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문화와 생활 방식이 다르듯, 인도네시아 증권 시장도 한국과는 다르다. 그렇기에 주식 투자에 접근하는 방식도 조금 달라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한국보다 주식을 매매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가 비싸고 매매할 수 있는 최소 단위도 크다. 거래 수수료는 매수 또는 매도 금액의 0.45%이고 최소 수수료가 350,000루피아, 한화로 약 3만 원이다. 최소 매매 단위는 100주다. 수수료가 만만치 않고 최소 매매 단위가 크기 때문에 거래를 빈번하게 하는 건 현명한 투자 방식이 아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반자본주의적일 수 있다는 편견과는 달리 한국보다 금융 시장 규제가 많지 않고, 세금도 무겁지 않다. 바로 옆에 금융 허브인 싱가포르가 있어서 기업과 자본을 잡아두기 위해서는 각종 세금과 규제를 강화하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상속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기업의 주가를 억누르고자 할 유인이 많지 않고 배당도 많이 한다.
저자는 이렇게 증권 시장의 여러 면모들을 보여주며, 두 가지 결론을 내린다. 첫째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는 한 번 매매해서 오래 보유하는 장기 투자의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며, 둘째 각 산업에서 규모와 실적이 좋은 단단한 기업들, 일명 ‘대장주’들을 위주로 살피는 것이 좋다.
6개 산업에 걸친 유망 종목 11개 분석
앞서 말했지만 인도네시아, 더 나아가 아세안은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인프라를 개선하고 산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또한 빠른 속도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있으며 소비력 역시 늘어나고 있다. 기초소재, 에너지, 필수소비재, 금융, 인프라, 테크 6개 산업에 걸쳐서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고도성장의 수혜를 볼 기업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중에서 각 산업별로 탄탄하다고 평가할 만한 기업들을 골라 상세히 살펴본다.
기초소재에서는 아네까땀방과 짠드라아스리를 소개하는데, 전자는 인도네시아 대표 니켈 국영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폴리올레핀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이다. 저자는 짠드라아스리를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롯데케미칼과 비교한다. 인도네시아가 앞으로 경제 강국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플라스틱을 비롯한 기초소재들을 내재화해서 원가를 절감해야 하는데, 그 길을 앞서 가며 25년간 탄탄한 성장을 했던 것이 롯데케미칼이었다. 다른 여러 기업들도, 이미 고도성장을 경험했던 한국 기업의 사례를 보여주고, 이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기업들을 소개한다.
에너지 산업에서는 유나이티드트랙터스와 TBS에너지우따마를 소개한다. 전자는 탄탄한 실적과 재무구조를 갖춘 석탄 기업으로, 기후 환경 문제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주목할 만하다. TBS에너지우따마 역시 전력 발전과 석탄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기업이지만, 전기차라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사업에 뛰어들어 수백만의 캡티브 마켓을 확보했다.
필수소비재 산업에서는 미뜨라끌루아르가와 유니레버인도네시아를 분석한다. 전자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병원 기업으로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고 할 때, 그것에 대응할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하고 비용 관리가 뛰어나 가장 유망하다고 평가된다. 유니레버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사람이 사용하는 대부분의 생필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중산층 성장의 수혜를 보는 영역으로 금융 산업도 빼놓을 수 없는데, 뱅크센트럴아시아를 제외하면 민영은행이 없어 하나만 다루었다. 이 뱅크센트럴아시아는 인도네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다.
인프라 산업에서는 자사마르가와 텔콤인도네시아를 살펴본다. 자사마르가는 도로인프라 대장주인데, 점유율이 압도적이고 재무구조가 건실해서 현재 도로 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상황에서 그 수혜를 가장 많이 볼 기업으로 꼽힌다. 텔콤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통신인프라 시장 독과점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