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국 사회의 특수한 집단 ‘농민공’, 경제 발전 주역이지만 차별 대상 혼란과 방황을 딛고 ‘신노동자’로 불려야 하는 이유 중국에서 1980년대부터 나타난 ‘농민공’은 호적은 농촌에 있지만 도시로 이주해 일하는 노동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농촌 출신으로서 호구제도에 따라 도시민과 엄격히 분리되며 농업에 종사하지 않아도 신분은 변하지 않는다. 중국 개혁개방 이후 40여 년이 지난 현재, 주로 제조업과 건설업에서 활약하며 중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주역으로 인식되지만 그들의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2016년 농민공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농민공 수는 무려 2억81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인민의 무려 20퍼센트를 차지하는 이들에겐 취업차별, 저임금(월 평균 54만 원), 임금 체불 등의 불이익은 물론 농촌에 남은 자녀와 생이별하거나 도시로 데려오더라도 부모의 이직에 따라 이리저리 유동을 겪게 할 수밖에 없는 가족 전체의 고난이 있다. 교육이나 의료, 주택 등 도시민이 적용받는 사회보장제도에서도 배제된다. 하지만 이들은 오로지 고향에 있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또는 자녀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좁은 방을 전전하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품팔이’ 인생을 이어간다. 그리고 어느덧 80년대 이후 태생의 ‘2세대 농민공’이 전체 농민공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다. 농업이 피폐해진 후에 태어난 젊은 농민공들은 1세대와 달리 농업으로 생계를 꾸린 경험이 거의 없다. 도시에서 태어난 3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도시 생활을 더 희망하고 쭉 도시에서 살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결국은 언젠가 농촌으로 돌아가겠지’라는 ‘농민공’으로서의 막연한 불안을 안고 산다. 이렇게 ‘농민공’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도시민과 구별되는 편견이자 이들의 정체성을 옥죄는 굴레로 작용한다.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호적에 따라 ‘농민’이고,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지만 사회주의 계획경제 시절의 ‘공인工人(노동자)’과도 같지 않다. 호적이 다르므로 생활수준의 차이와 정책적 차별이 따르는 도시에서 계속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거리가 없는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 거대한 모순과 혼란을 어찌할 것인가. 이것이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의 저자 려도가 ‘농민공’이라는 용어를 거부하는 이유다. 몇 년 전부터 중국의 사회학자들은 농민공 집단 내부의 성격 변화나 전망, 이들을 둘러싼 제도 등에 주목해 왔다. 그리고 이 연구 분야에서는 ‘농민공’ 대신 ‘신노동자’라는 개념이 자리 잡았다. ‘신노동자’ 연구의 선두주자인 려도는 이 책에서 ‘품팔이’와 ‘신노동자’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데, 도입부인 총론에서 이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농민공’이라는 과도기적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첫째, 이들이 공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며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는 점, 둘째, 시대에 부합하지 않는 신분 차별의 근거라는 점, 셋째, 평등한 노동자가 아님을 함축한다는 점, 넷째, 그들 스스로의 요구에 걸맞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집단을 호명하는 데 심사숙고하고 이들을 농민공으로 부르지 않는 것으로부터 그들의 주체성을 북돋아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한다는 시도다. 국유기업 시절의 ‘노동자’와 달리 새롭게 출현해 염가 노동력으로 간주되는 이들 품팔이는 과거 30여 년 동안 그 숫자를 형성했고 앞으로는 사회 진보와 지위 향상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와 발전 방향을 대표하는 용어로 적절한 것이 ‘신노동자’다. “도시에서 계속 살 수도 없고, 농촌으로 돌아갈 수도 없어요” 신노동자의 노동과 삶, 심리 상태까지 살핀 생생하고 끈질긴 연구 저자 려도는 네덜란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회학자이지만 자신을 늘 ‘북경 노동자의 집’ 활동가로 소개한다. 대학 교수직을 내려놓고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한 2008년부터 그의 관심은 노동자의 권익 향상, 노동자와 지식인과의 연대, 대안 공동체 등에 있다. ‘북경 노동자의 집’은 ‘신노동자 예술단’으로 시작해 대안학교, 박물관, 농장, 상점에 이르기까지 북경의 피촌에서 대안 공간을 확장한 단체로, 현재도 활발한 활동을 벌이며 중국 당국의 철거 위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저자에게 품팔이 노동자들은 연구 대상이기 이전에 친구이며, 그들의 생활상을 가까운 곳에서 깊이 들여다 본 경험은 품팔이 노동자들을 조사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퍼즐 연구법’에 따라 이들의 증언을 일정한 논리로 결합하고 정리했는데, 수년에 걸친 려도의 관찰과 인터뷰, 끈기있는 추적과 연구는 이 시대의 중국 ‘신노동자’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이다. 중국의 비판적 지식인 왕휘(왕후이) 교수는 려도가 “다른 학자들처럼 ‘품팔이’를 ‘대신’해 말하지 않고 그들의 운명 내부로부터 문제를 제기한다”고 보았다. 이 책의 제1부는 ‘살 수 없는 도시’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품팔이는 도시에서 일하지만, 일자리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사회보장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한, 도시에서 생활하지만 도시에서 집을 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주거 상황도 매우 열악하다. 대다수 품팔이의 자녀는 도시의 공립학교에 입학할 수 없으며, 고향에 남겨져 조부모 손에 양육된다. 이들은 부모의 운명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중국의 도시는 품팔이의 생존과 발전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만큼 급속도로 확장 발전하고 있으며, 도시에서 진행되는 개발의 물결 속에서 품팔이는 더욱 주변화되고 있다. 제2부는 ‘돌아갈 수 없는 농촌’에 관한 내용이다. 노동자들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일지 물으면, 그들은 “더 이상 일할 수 없을 때 가야죠. 지금 돌아가면 뭘 먹고 살아요”라고 말한다. 따라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단지 상상 속의 퇴로일 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다. 농촌의 경작지 규모는 품팔이가 귀향해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 현재 농촌의 연간 수입은 외지에 나가 6개월간 벌어들이는 수입에도 못 미친다. 따라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선택이다. 부모가 외지로 품팔이를 나가 농촌에 남겨진 아이들은 ‘잔류 아동’으로 불린다. 쇠락하고 고령화된 농촌이 여전히 숨을 헐떡이며 도시를 위해 염가 노동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제3부는 ‘도시와 농촌 사이에서 길 잃음’을 다루며, 사회구조적 현상 및 품팔이의 미래에 대해 분석했다. 품팔이의 소위 ‘길 잃음’ 상태는 ‘기호로서의 집’에 불과한 허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 이들에게 ‘길 잃음’이 초래된 이유, 여성의 역할 변화와 결혼관계의 변화, ‘구인난用工荒’ 분석, 산업 이전과 도농격차 문제 등이 서술된다. 제4부는 ‘신노동자 주체의식의 형성’을 다룬다. 여기서는 공평, 자유, 도덕이라는 세 가지 개념과 품팔이의 진정한 ‘집’에 관해 논하며 노동자의 시각에서 그들의 현실에 가장 근접한 분석을 시도한다. 저자는 노동자와의 교류를 통해 소박하면서도 심오한 이치를 배울 수 있었다고 평하면서 이 책의 분석과 결론이 신노동자 주체의식 형성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저자는 북경과 중경을 비롯한 5개 도시 노동자 54명, 하남성과 사천성 등 농촌 5개 마을에서 36가구를 인터뷰했으며 평균 2시간에서 길게는 6시간까지 대화하는 등 노동과정은 물론 가족관계나 생활방식까지 대상을 심도있게 조사했다. 특히 신노동자들의 육성이 그대로 실려, 이들의 처지와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왕휘 교수는 “이 책은 일상생활과 제도적 배치 등 각 방면에서 신노동자의 객관적 존재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신노동자의 생활세계를 드러냄으로써 그들의 체감과 의식 및 판단 과정에서 현재 축적되고 있는 집단적 자각을 탐색한다”고 평가했다. 계급의식을 형성하고 있는 ‘신노동자’ 집단 노동자의 미래를 가늠하고 중국의 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