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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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선제적 대응’ : 해열제를 불법화하라! 공중보건과 안전 그리고 통제, 팬데믹 시대에 대한 가장 탁월한 후일담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이 격리된 우주선에서 눈을 감다.” 세계질병통제센터의 선포와 함께 소설은 시작된다. 강력하고 스타일리시한 소재와 이야기로 개인의 욕망과 시스템이 맞물리는 지점을 날카롭게 짚어온 소설가 김희선의 신작 장편소설 이야기다. 장르를 초월하며 독특한 이야기의 세계를 꾸려온 김희선이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발표한 신작 장편소설 《247의 모든 것》이 겨냥한 곳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의 세계다. 근미래 한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람들은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대비 시스템을 구축한다. 전염병에 대한 세계적 공조의 일환으로 세계질병통제센터가 세워지고, 바이러스 전염을 통제하기 위해 해열제가 금지 약물이 된 세상. 사방에 열 감지 센서가 설치되고 발열자를 색출하는 드론이 날아다니는 이 세상에서 발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병원을 방문해 자신이 전염병의 보균자가 아님을 증명하고 약을 얻어야 한다. 물론 치명적 전염병의 보균자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걱정할 것이 없다. 선제적 대응을 통해 세계는 한층 안전해진다. 과연 정말 그러한가?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247번 확진자는 불법으로 조제된 해열제를 먹으며 마스크도 없이 사람들과 접촉하다가 발견된다. 슈퍼전파자였던 그는 결국 인간이 보낼 수 있는 가장 먼 곳, 우주로 격리되고 거기에서 죽음을 맞는다. 247의 죽음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놓는다. 어떤 사람은 그의 이기적인 행태가 인류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우주로의 추방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어린 시절에서 그가 슈퍼전파자로 살게 된 이유를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가 마지막 순간에 모스부호를 통해 서로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말하며 그를 신격화하기도 한다. 슈퍼전파자 247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의 이름은 김홍섭, 여기에 그에 대한 기록이 있다. 《247의 모든 것》에서 소설가는 247번 확진자에 대한 무수한 기록과 인용을 펼쳐 보인다. 세계질병통제센터가 247에 대해 정리한 365개의 문헌인 <247의 모든 것>은 물론, 247의 어린 시절 친구, 선생님, 그에게 불법 해열제를 처방한 것으로 알려진 약사의 친구, 그가 색출된 후 그의 집을 치우러 갔던 일용직 노동자까지. 무수한 기록은 각자의 믿음과 신념 속에서 서로 상충하거나 서로를 보완하며 247번 확진자를 묘사한다. 이야기 사이에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진짜 247은 어떤 인물인가? 소설가는 진실과 거짓의 피아식별이 어려워지는 바로 그 지점에서 더 큰 진실을 드러낸다. 이를테면 대의를 위한 통제와 검열, 개인을 희생시키는 시스템, 공중보건과 사생활 등의 첨예한 갈등을. 즉 팬데믹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가 느낀 가장 내밀한 갈등의 지점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 나아가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닿기까지 인간이 ‘숙주’들을 어떻게 다뤄왔는지, 인간의 안전을 위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을 폐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등. 지금의 우리는 더 이상 이 문제들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기에 여기에서 팬데믹 이후 세계에 대한 가장 탁월한 후일담이 시작되는 것이다.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인류 최후의 숙주였던 247, 격리된 우주선에서 눈을 감다.” 소설은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슈퍼전파자이자 최후 숙주였던 247이 죽었다는 소식은, WCDC(World Centers for Disease and Prevention, 세계질병통제센터) 홈페이지의 공지란에 처음 게재됐다”며 시작된다. 변종 니파바이러스라는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247번 감염자는 강한 전염성 때문에 우주선에 넣어져 우주 공간에 격리되었는데, 우주선 내에 그의 생명 반응이 끊겼다는 것이다. 해열제와 열 감지 센서를 피해 많은 사람에게 변종 니파바이러스를 옮겼다는 247, 그는 정말 분별없는 혹은 악마 같은 확진자였을까? 소설은 그에 관한 증언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잠깐, 그런데 생각해보면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 주위에서 247을 실제로 본 사람이 있기나 한가? 화면 속 체념한 얼굴의 247이 아니라, 걷고 숨 쉬고 말하고 웃거나 우는 247을 본 사람은 어디 있는지? 과연 그는 정말로 존재했을까? 그에게도 가족은 있었나? 그는 알려진 대로 악마였을까? 늦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247의 모든 것을 추적해보면 어떨까? ―본문 28쪽 증언들에 따르면 247이 어떻게 변종 니파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여러 갈래로 갈린다. 혹자는 어린 시절 산골에 살았던 247이 학교에 실수로 들어온 박쥐로부터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혹자는 247의 기록을 빌려 대학 시절 유학했던 나라에서 박쥐를 만나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가 근무했던 축산연구원에서 만난 돼지들로부터 감염되었을 거라는 추측 역시 있다. 소수 의견이지만 우주에서 떨어진 운석으로부터 바이러스가 기원했으리라는 기록도 남아 있다. 그러니까 자초지종은 이런 거였어. 247 말이야, 그 악마 같은 녀석이 교실에 들어온 박쥐를 산으로 돌려보내는 대신 몰래 과학실에 숨겨둔 거야. 난들 아나? 죽여서 매달아뒀는지, 아니면 산 채로 매단 건지. 홍섭이, 아니 247 말로는 박쥐를 날려 보냈지만, 날개를 다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풀썩 떨어지더라는 거야. 그래서 과학실에 숨겨두고 치료해줄 생각이었다는데, 솔직히 당신이라면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어? ―본문 43쪽 그에게 엄연한 이름이 있는데 만약 김홍섭이라고 부른다면 그렇게도 흔쾌히 그를 우주로 쏘아 보내 격리시키자고 하지 못했겠지. 그런데 247이라고 부르니, 어때요? 뭔가 사람이 아니라 그저 숫자, 기록, 문서에 불과하게 느껴지잖아요.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난 그를 247이라고 부르지 않을 생각입니다. 김홍섭이라고, 정확히 발음할 테니, 당신도 정확히 기록해줘요. 알겠죠? 여하튼, 순서는 이거예요. 먼저 홍섭이가 박쥐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그의 몸속에서 돌연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가 나중에 돼지의 몸속에서 한 번 더 변이된 다음 다시 인간으로 종간 이동했다는 것. ―본문 62~63쪽 생물학을 공부한 놈은 이미 알았을 거야. 운석에 묻어온 우주 바이러스가 돼지들 몸속에 있던 니파바이러스를 더 끔찍하고 무섭게 변이시킬 수 있다는 것을. 그는 247이야말로 적당한 숙주라고 생각했을 거야. 축산연구소에 일하면서 일대의 모든 돼지 농장을 돌아다니는 사람이니 병균을 퍼뜨리기도 그만큼 쉽겠지. ―본문 156쪽 증언들에 따르면 247은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금지 약물로 지정된 해열제를 불법으로 구입했으며, 한 시민의 제보로 붙잡힌 후 우주로 격리당한다. 인류가 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격리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247은 우주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렇다면 247의 이야기는, 그가 보유했던 ‘변종 니파바이러스’의 이야기는 끝난 것일까? 우리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이야기가 남아 있다. “원인불명의 환자 발생!” 이렇게 시작되어 “……확실한 검사 결과에 따른 국민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3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외 마스크 착용에 대한 긴급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바입니다”로 끝을 맺는 메시지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문득 그는 어디론가 달리기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에 도착했을 때,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사서 귀에 걸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인데도 마치 수십 년은 흐른 듯한 기분이 들어 병리학자는 몸서리를 쳤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갖가지 크고 작은 바이러스의 창궐은 세계의 시공간적 구조 전체를 뒤바꾸어놓은 게 아닐까. 어쩌면 도처에 음침하게 도사리고 있는 죽음의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