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만화가 = 만화시편
귓가에 맴도는 詩의 소리와
닿을수록 새겨지는 만화의 온도
만화시편; 그래픽 포엠이라는
낯선 텍스트의 낯익은 온도
이 책에는 서윤후 시인의 첫 시집에 수록된 시 10편과 미수록 시 10편을 담았습니다.
각각의 편은 〈만화〉―〈시 전문〉―〈시인의 코멘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수 한 수 읽고, 보고, 느끼고, 사색하시기를 바라며 책을 만들었습니다.
편집자의 말
그동안 주로 만화가분들과 일을 했습니다만, 지난해 문득 시인과 작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가와 시인, 시인과 만화가… 이렇게나 좋은, 두 재능이 만나면 뭐가 돼도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간 시를 소재로 한 만화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시를 그 자체로 만화에 녹여 냈다기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즉시 수소문했고, 지인을 통해 서윤후 시인을 만났습니다. 시인을 처음 만났을 때 저는 “저도 뭐가 나올지 모르지만 함께하실래요?” 하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결과물이 나올지 전혀 짐작 못 한 상태였고, 그래서 그다음에 만난 노키드 만화가에게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만화시편’이라는 단어가 탄생했습니다. 합체! 크로스! 같은 분위기로 시와 만화가 정면으로 부딪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일단 ‘이름’이 생기자 그릇 할 몸집의 윤곽이 아주 조금 떠올랐습니다.
이후 우리는 손발이 잘 맞는 용병들처럼 흰 옷 같은 캔버스에서 모험을 즐겼습니다. 맛이 별로인 사탕은 걸러내고 건더기만 모아서 책에 구겨 넣기도 하고 웅크림이라는 도형에 손뼉 치기도 했습니다. 굳이 각자의 포지션이 뭐였냐고 묻지 않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심판 없이도, 우리는 새로움을 위한 거짓말을 잘 펼쳤습니다. 정체되어 있는 구간에서는 서로에게 통행료를 나눠주기도 하면서요.
초기에는 이 책에 만화만 실릴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업하는 사이에 시 전문이 추가되었고, 시인의 코멘터리가 붙었습니다. 사실, 코멘터리 부분은 사상 초유의 작업을 맡게 된 만화가에게 시인이 보내는 상냥한 편지였습니다. 근데 내용이 덜컥 좋아서 독자들과 나눠야겠다고 저와 만화가는 마음먹었습니다.
이 책이 언젠가 여러분도 잘 아는 안부가 되리라 다짐해봅니다.
어느 누구도 주인인 척하지 않는 세계에서,
어둠보다 더 깊어져야만 살아낼 수 있는 세계에서,
안녕히 또 안녕하시기를.
만화시편은 내일도 독자를 구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