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중국 최고 권위의 ‘마오둔문학상(제7회)’ 수상작, 『백년의 고독』에 비견되는 걸작!
소수 민족 어원커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 들려주는 4대 100년에 걸친 가족사
중국 문학을 대표하는 ‘놀랍고 대담한 이야기꾼’ 츠쯔젠이 다룬 중국 동북부 소수민족인 어원커족의 생존방식 및 최근 100여 년간의 변화상. 어원커족은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현재 내몽고 자치구)의 아르군강 오른쪽 연안에서 몇 백 년째 살고 있는 부족으로 흔히 ‘중국 최후의 수렵민족’이라고 불린다. 소설은 어원커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이 화자가 되어 그녀의 입을 통해 부족이 혹한·맹수·역병과 싸우며 거친 자연에 적응해 살아온 이야기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문화대혁명의 광풍 등 여러 현대 문명의 격랑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과정을 그리고 있다. 4대에 걸친 ‘나’의 가족사는 곧 어원커족의 최근 1세기 동안의 이야기인데, 작품 전반에 걸쳐 운명에 맞서 싸우는 비장함과 작은 문명이 큰 문명에 의해 소멸되는 슬픔이 잘 드러난다. 신령한 동물로 존중하는 순록과 함께 삶을 꾸려가는 소수민족의 독특한 풍속과 사상 또한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츠쯔젠은 중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는 작가로서 ‘루쉰문학상’, ‘빙신(氷心)산문상’, ‘좡중원(壯重文)문학상’ 등 권위 있는 문학상을 두루 수상했을 뿐 아니라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관하는 ‘제임스 조이스 창작기금’의 수혜 작가에 선정되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루쉰문학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작가로서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츠쯔젠의 여러 작품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 번역·출간되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녀 자신 한족이면서도 중국 변방지역의 소수민족을 심도 있게 조명해온 덕에 중국에서는 “주류 정치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대담한 도전이자 음지에 있던 갈등과 모순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츠쯔젠이 작가적 역량을 응축한 대표작으로서 인간에 대한 깊은 탐색과 생명 전반에 대한 통찰 후에 얻을 수 있는 깊은 슬픔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츠쯔젠은 이 작품으로 중국 문학의 최고 영예로 손꼽히는 ‘마오둔문학상(제7회)’을 수상했다(2008). 심사위원들은 이 소설을 두고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작품의 풍격이 뚜렷하고, 독자들에게 심원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작가의 사상 및 작품의 예술성을 두루 갖춘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독자의 가슴을 울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장, 인간의 보편적 정서를 건드리는 깊은 울림과 함께 중국 동북부 어원커족의 삶을 만날 수 있는 빼어난 작품을 독자 여러분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신神은 깊은 산속에 있다
중국 동북부 산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어원커족은 ‘문명화한 삶’을 선택하여 결국 숲을 떠난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어원커족 마지막 추장의 여인’(화자)은 손자 안차오얼과 함께 산에 남는다. 한밤중에 깨어났을 때 시렁주 천장에 생긴 구멍으로 별을 볼 수 없으면 눈이 멀 것 같아서, 물 흐르는 소리처럼 울리는 순록의 방울소리를 듣지 못하면 귀머거리가 될 것 같아서, 이주민을 위한 부락에는 인간의 마음과 눈을 밝게 비춰줄 태양빛도 달빛도 없을 것 같아서다. 여인은 다짐한다. “내 몸은 신령이 준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산에서 살다가 신령에게 몸을 돌려주어야 한다.”고 말이다.
우리는 모르지만 그들은 알고 있는 삶의 방식
츠쯔젠은 이 여인의 일대기를 통해 부족의 삶을 들여다본다.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사랑과 증오가 맞닿아 있는 어원커족의 독특한 세계관과 신비로운 사유방식을 파고든다. 이들의 세계에는 빈부의 격차나 살인, 개인의 소외 같은 사회적인 병폐가 없다. 선량함을 바탕으로 감정에 솔직하고, 사념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에게 시련을 안겨주었던 일본군을 압송해가면서 멧돼지 고기를 대접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 때문에 굳이 죽어가는 나무를 찾아 목을 매달고, 새의 깃털을 하나하나 모아 화려한 치마를 만들어 평생의 마음속 연인에게 선물하고, 우연히 만난 ‘팔려가는’ 러시아 여인에게 애잔함을 느껴 부부의 연을 맺고…. 이처럼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현대인의 계산적인 관점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
『어얼구나 강의 오른쪽』은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긴 소설이다
대자연의 만물에 영성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어원커족은 자연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함부로 강물에 침을 뱉지 않고, 아무 나무에나 소변을 보지 않는다. 신과 인간의 중재자인 무당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운명을 거부하지 않는다. 비극적인 숙명에 절규하는 니두와 니하오 두 무당의 삶은 독자의 가슴을 절절하게 만든다. 박수무당 니두는 사랑하는 여인을 평생 뒤에서만 바라보고, 니두의 뒤를 이어 무당이 된 니하오는 사랑하는 자녀를 잃게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타인의 영혼을 구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인다. 생명에 대한 존중, 자연과의 소통, 다른 문명의 생태에 대한 존중과 따뜻한 인간미 없이는 구현될 수 없는 캐릭터들이다. 중국의 작가 쑤퉁은 츠쯔젠을 ‘온유한 마음을 지닌 작가’라고 평하면서 “츠쯔젠의 소설에는 가장 인간적인 체온이 담겨 있다”고 극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