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애: 열두 개의 퀴어 이야기

박이은실
35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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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 ‘양성애/여성’ 주체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양성애’라는 섹슈얼리티와 ‘여성’이라는 성차와 같은 축들을 중심으로 맺어온 관계 서사, 그 관계들로 인해 구성된 삶의 서사, 그리고 그러한 서사로서 구축된 정체성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해석하는지를 살필 수 있는 마땅한 틀은 부재한 형편이다. 양성애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어떤 한 인간의 성적 양상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는가? 과연 어떤 하나의 정체성 개념으로 한 인간의 성적 양상을 온전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하는 것 혹은 그렇게 하려는 노력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한 인간의 성적 양상에 대한 이해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주된 창구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 누군가가 이성애자,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을 투명하게 ‘아는’ 것과 같은 것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왜 그것이 단순하지 않은지에 대해 이 책에서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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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저자의 말 1부 양성애 1. 들어가며 2. 양성애 인식론 2부 양성애를 말하다 1. 정체성 2. 양성애 개념 3. 양성애자? 내가 그 이름인가요? 4. 여자? 내가 그 이름인가요? 5. 매력의 요소가 어떻게 한 가지 뿐일 수 있나요? 6. 관계에 따라 수행되는 젠더 7. 불안정한 성/차와 불안정한 이성애 3부 가부장체제와 강제적 이성애화 1. ‘딸’화 2. ‘여/학생’화 3. ‘스무 살’ 되기 4. 결혼 압력 5. 이성애/남성중심적 직장문화 4부 가부장체제와 강제적 단성애화 1. 모호성 혐오 2. 양성애 혐오 3. 고립 4. 문제적 이성애 5부 다른 세상은 가능하기 1. 퀴어의 행복조건 2. 다른 방식의 관계 맺기 3. 결혼이 정답은 아니기 4. 혼자? 같이? 5. 가족? 혈연집단보다 친밀공동체 되기 6. 가난한 연애도 괜찮아 7. 살림의 구성 8. 심리적 지지대로서의 커뮤니티 9. 사회적 주체되기 6부 나오며: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횡단(橫斷)하는 퀴어 비체, 양성애/여성 참고문헌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출간 의의 1990년대 들어와 성은 한국사회에서 중요한 정치적 사안으로서 공론장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이 시기에는 남성중심의 이중적 성윤리에 기반한 성문화를 비판하며 여성의 성과 동성애적 성, 특히, 남성이 개입되지 않은 여성들 사이의 성에 대한 담론이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대항담론으로서 성 정치의 핵심에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나 양성애가 지금까지 한국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되거나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데 몇몇 드라마와 영화들이 끌었던 큰 인기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이들을 통해 재현된 성이 이성애나 동성애 담론으로 설명해 버리기에 잔여가 남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이나 논의가 한 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다는 것은 새삼스럽게 놀라운 일이다. 특히, 양성애/여성에 대한 재현은 더욱 비가시적이어서 좋게든 나쁘게든 대중매체를 통해 재현된 인물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드문 일이다. 한국사회에 ‘양성애/여성’ 주체들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들이 ‘양성애’라는 섹슈얼리티와 ‘여성’이라는 성차와 같은 축들을 중심으로 맺어온 관계 서사, 그 관계들로 인해 구성된 삶의 서사, 그리고 그러한 서사로서 구축된 정체성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해석하는지를 살필 수 있는 마땅한 틀은 부재한 형편이다. 양성애란 무엇인가? 혹은 무엇이어야 어떤 한 인간의 성적 양상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는가? 과연 어떤 하나의 정체성 개념으로 한 인간의 성적 양상을 온전하고 투명하게 그리고 전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하는 것 혹은 그렇게 하려는 노력은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한 인간의 성적 양상에 대한 이해가 그 사람을 이해하는 주된 창구의 기능을 할 수 있는가? 누군가가 이성애자, 동성애자 혹은 양성애자라는 것을 ‘안다’는 것이 곧 그 사람을 투명하게 ‘아는’ 것과 같은 것이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왜 그것이 단순하지 않은지에 대해 이 책에서 살펴보게 될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의 섹슈얼리티에 관한 논의는 무엇보다 한국사회의 가족구조와 가족주의 그리고 가부장적 문화라는 맥락 안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는 ‘개인’ 개념이 등장하고 뿌리를 내린 역사가 오래된 서구사회와는 달리 한국사회가 개인 개념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가부장적 가족구조의 영향에 개인의 삶이 매우 광범위하게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양성애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단일하게 합의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뿐만 아니라 소위 ‘양성애적 주체’가 비교적 가시화된 곳에서도 대중적 공간에서든 학문적 토론장에서든 양성애가 무엇인지를 정의내리고자 하는 많은 시도가 있어왔다. 그때마다 갑론을박은 피할 수 없는 일로 등장했다. 이 책이 한국사회에서 그러한 논쟁을 이제는 좀 진지하게 시작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섹슈얼리티와 퀴어를 꾸준히 연구해 온 저자의 2010년 박사학위청구논문을 재구성, 발전시켜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될 본 저서는 국내 학계에서는 매우 미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이, 레즈비언 연구와 퀴어 이론의 자장 내에 있다. 또한 페미니즘 이론에서 다뤄져 온 여성 주체의 문제와 섹슈얼리티라는 주제에 대한 논의를 앞에서 언급한 자장과 연동시켜 확장시키고자 하는 것이기도 하다. 본 저서의 출간은 섹스/젠더/섹슈얼리티에 관한 이항대립적 인식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한 번 제기하면서 경계 넘기의 의의와 경계를 넘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확장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책의 내용 및 특징 본 저서는 페미니즘과 게이/레즈비언 성 담론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후기근대 성 이론인 퀴어페미니즘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성차(gender)를 여성/남성 혹은 여성성/남성성이라는 이분법적 성차 인식틀로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또한 자신이 향유하는 성(sexuality)을 이성애/동성애라는 이분법적인 섹슈얼리티 틀 안에서 규정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여성들의 생애사에 주목하였다. 이 책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이 책의 출간의의와 양성애에 관한 다양한 인식론을 소개할 것이다. 2부에서는 양성애가 설명될 때 그것을 구성하는 두 요소, 즉, 젠더 정체성과 성적 정체성의 요소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성적으로 끌리게 되는 것이 젠더라는 단 하나의 요소로 환원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젠더와 무관한 매우 다양한 것들이 젠더와 함께 작동한 결과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섹슈얼리티와 젠더 모두 고정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자연스러운 성애의 위치를 점해온 이성애는 오히려 그 위치를 점하게 된 과정이 질문되고 분석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3부에서는 한국사회를 이성애가족중심적 사회라고 해석하고 이러한 사회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여성’이 되도록 강제받고 이를 이어 ‘이성애화’ 되도록 강제받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4부에서는 이성애가족중심적 사회는 한 개인의 젠더를 강제하고 이항화된 두 젠더, 즉, 여성과 남성을 하나의 근본적인 쌍으로 규정함으로써 이성애화를 강제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근본적인 이항적 쌍을 이탈하는 성애를 혐오, 고립, 탄압함으로써 단성애화시키는 사회임을 드러낸다. 5부에서는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다양한 규범적 위치를 이탈하는 횡단적 주체성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것을 사회적 삶으로, 나아가 가부장체제적 질서를 교란하는 가능성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끝으로 6부에서는 양성애/여성을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닌 횡단하는 퀴어 주체’로 명명하고 그 의미를 정리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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