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소확혐,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이 주는 두려움 우리는 어떻게 나쁜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나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좋은 기억이 없는 사람도 없다 ‘좋은 경험하기’와 ‘좋은 기억으로 왜곡하기’가 주는 망각의 기술 이 책을 먼저 읽은 추천인들은 “최고의 통찰을 담은 책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라도 손색없는 의학 교양서가 국내에서도 나왔다”며 감탄을 내뱉었다. 저자는 성균관대 의대 학장으로서 삼성서울병원 소아과 의사이지만, 그가 쓴 첫 저서인 『기억 안아주기』에는 심리학, 공학, 경제학 등의 원리가 뇌과학의 연구와 더불어 우리 몸과 마음을 읽는 핵심적 통찰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소아청소년의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 새로운 치료 기틀을 마련해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내고 있고, 휴머니즘 진료를 도입해 약 없이 치료하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난 3년간 ‘나쁜 기억’과 관련된 연구들을 섭렵하며 이 책을 집필했고, 이는 그가 앞으로 쓸 새로운 의학 교재의 첫발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을 진료하는 의사이긴 하나 그가 늘 접하는 것은 아이와 아이 부모들의 ‘나쁜 기억’이다. 그는 기억이 어떻게 신체화장애로 나타나는지를 수천 건의 사례를 통해 파악하고 몸이 아닌 기억을 어루만졌다. 나쁜 기억은 사실 마음먹고 부딪히면 조각조각 부서지기도 하니 아주 견고한 것은 아니다. 다만 부딪히려는 적극성이 필요하고, 동시에 그걸 덮어쓸 만한 좋은 기억들도 계속 마련되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하나둘 안아주다보면 우리 뇌는 삶을, 타인을, 자기 자신을 점점 더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처럼 기억이 바꾸는 삶이 이 책 전체에 걸쳐 펼쳐진다. 기억이 만들어내는 행복과 불행 『기억 안아주기』는 ‘작지만 확실히 나쁜 기억’에 대해 다룬다. 어릴 적 버섯처럼 미끌거리는 식감이 별로였던 걸 경험한 아이들은 평생 그 음식을 멀리하며, 학교 화장실에서 볼일을 봤다가 놀림당한 아이들은 그 상처가 기억에 뿌리를 내려 회사나 공중화장실에서는 큰일을 보지 못한다. 거절을 많이 당한 사람은 특정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리려 해도 뇌가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고 행동하지 못하게 붙들어둔다. 나쁜 기억은 이상하게 잘 잊히지 않는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은 약해지건만, 안 좋은 기억만큼은 어제 일처럼 초롱초롱하다. 두려움의 기억은 편도체가 담당하는데, 그곳에 새겨진 기억은 잊으려 노력해서 더 안 잊히고, 자잘한 꼬리 기억인 주제에 몸통을 흔들어 좋은 판단을 하는 데 그르치는 역할을 한다. 뇌와 꼬리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지만 매우 강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꼬리(편도체)가 머리 행세(전전두엽)를 하곤 한다. 저자는 진료실에서 아이들의 기억에 관여하는 부모들을 만나면서 기억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신체 증상과 통증으로 나타나는지를 간파한다. 사람들은 몸이 아프고 괴로워서 병원을 방문하지만, 저자는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버림으로써 몸과 일상이 회복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반복적으로 떠올라 똑같은 일상이 누구에게는 행복으로, 또 다른 누구에게는 불행으로 각인되고,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려서도 두려움과 호기심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나타내게 한다. 젊어서 전전두엽을 충분히 이용하고 좋은 경험을 많이 한 치매 환자는 순하고 ‘예쁜 치매’로 가는 반면, 나쁜 기억에 집착하고 불안에 사로잡힌 치매 환자는 화를 잘 내는 ‘미운 치매’로 간다고 한다. ‘나쁜 기억’을 연구한 저자는 기억을 잃어버리는 건망증과 인지 장애를 앓더라도 나쁜 기억은 끝끝내 살아남는다고 말한다. 나쁜 기억에 예민해지는 우리 말수가 적은 열세 살 민재는 하루에 100번 이상 트림해서 병원을 찾았다. 트림을 하면 배꼽 주위가 아프다고 호소했고, 대변을 보면 그런 증상은 좀 가라앉았다. 진료실에 들어오자마자 통증을 구구절절 설명한 사람은 업마였고, 누나 역시 민재가 매일 게임만 하고 라면을 많이 먹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아빠도 걱정하는 눈치였지만, 정작 당사자인 민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민재가 얘기하려 하면 엄마랑 누나가 끼어들었다. 원래 입이 짧은 아이였던 민재는 가족들 사이에서 발언권이 없었고, 싫어하는 음식들을 엄마가 계속 먹이다보니 학습된 무기력에 더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복통과 트림이 나타난 것이다. 고1 성필이도 잦은 복통과 설사가 있는 데다 체중이 늘지 않았다. 인근 병원에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했더니 정상 소견이 나왔지만 복통은 계속됐다. 엄마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성필이의 복통이 시작된 것은 초5 때로,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악화되며 특히 아침에 심하다고 했다. 저자가 정황을 파악해보니 사실 성필이는 예전에 학교에서 대변을 봤다가 친구들한테 놀림감이 된 적이 있었고, 그 두려움이 나쁜 기억이 되어 신체화장애를 일으킨 것이다. 나쁜 기억에 예민한 아이는 또다시 이런 통증이 올까봐 불안해하며 미리 겁을 먹는다. 자신이 통증을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환경, 시간대 혹은 비슷한 냄새를 접하면 과거의 나쁜 기억이 섬광 기억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더욱이 신체적 통증과 사회적 통증은 오버랩된다. 심리학자 나단 드월이나 나오미 아이젠버거의 연구에 따르면 왕따를 경험한 사람의 뇌와 신체적 고통을 당한 사람의 뇌는 똑같은 부위에서 반응을 일으켰다. 즉 소속된 조직에서 왕따를 당해도 사람은 그 공포로 인해 신체적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저자는 어린아이들 소화기와 영양이 전공이지만, 소아청소년과의 주 고객은 소아 환자가 아니라고 한다. 아이들의 고통은 대개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서 시작되는데, 병이 없던 아이를 환자로 만드는 이들은 오히려 가족이나 의사라는 것이다. 아이는 오히려 나쁜 기억에서 벗어나려고 신체화장애를 나타냈다고 보면 된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 아파하는 아이와 가족들 이야기를 늘 접하는 저자는 그 원인을 분석하면서 의학 교과서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이 상황들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고민했다. 그러던 차에 수천 명의 기능성 증상을 가진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비슷한 패턴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 책의 내용은 바로 그 패턴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해 여러 방면으로 확장된 심층적인 분석을 포함하고 있다. 불안은 어떻게 우리를 잠식하는가 먼저 뇌의 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기억과 관련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뇌 부위는 해마, 편도체, 전전두엽이다. 편도체는 두려움을 관장하고, 해마는 기억을 저장하며, 전전두엽은 뇌의 정보를 모아 올바른 판단을 내린다. 다시 말해 편도체는 늘 불안해하고, 해마는 쏟아지는 기록들을 정리하기 바쁘며, 전전두엽은 뇌를 관장하는 CEO로서 중요한 것들 위주로 골라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서장이 주도하는 회식 자리에 나갔다고 해보자. 이 자리에서 내 해마와 편도체, 전전두엽은 바빠진다. 낮에 나를 괴롭혔던 상사를 보면 두려움과 분노가 일지만 옆자리의 짝사랑하는 동료를 보니 행복과 불안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편도체에서 처리되고, 과거의 관련 기억을 해마에서 받아 마침내 전전두엽이 종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정보는 단기 기억으로 저장됐다가 해마에서 여러 조각으로 분리해 담당 피질로 전송된다. 감정에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로 보내고, 새로운 단어는 측두엽에 저장하며, 색상에 관련된 것은 후두엽으로 전송하고, 촉각과 움직임은 두정엽으로 보내 저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산된 것들을 모아 하나의 기억으로 재생하는 과정에서는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내가 비상사태에 처하면 전전두엽의 재가 없이 변연계에서 빠른 반응을 유도한다. 이때 과거 사례를 참조하기 때문에 해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우리는 해마에서의 기억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게 된다. 특히 어렸을 때 겪은 복통, 메스꺼움, 멀미, 무기력 등은 두려움이라는 정서 기억으로 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