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투명한 눈물의 서정시, 홀로서기 330만부 판매 기념 개정판 출간 1987년에 출간된 후 지금까지 330만부라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를 기록한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홀로서기는 80년대 폭력과 저항의 시대로 규정되는 살벌한 얼음판 같은 시대에 외로운 자아의 떨리는 음성, 은밀한 사랑의 속삭임에 온기를 느끼고 위안을 얻은 독자들에 의해 사랑을 받았다. 외로움, 사랑, 그리움 등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씌인 시의 의미는,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쉽게 퇴색하진 않는다. 이번 개정판은 장정도 새로이 하여,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시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그의 시는 읽기에 아주 편한 장점이 있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고급 문학이론을 습득한 시인이었지만, 그는 시를 어렵게 만드는 이러한 요소들을 멀리 떨어뜨려놓고 평이한 시어와 담담한 어조로 시를 엮어 나갔다. 또한 그의 시는 사랑의 세계를 평이한 시어로 드러내면서 결과적으로는 삶에 대한 통찰이라든가 어떤 깨달음, 일종의 인식과 각성을 전달하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이 시집이 쉬운 사랑노래만으로 그치고 말았다면 통속적인 대중시의 차원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서정윤 시에는 바로 이러한 정신적 가치와 삶의 예기자 담겨 있어 국민적 애송시로서 읽힐 수 있었다. 시인은 개정판 서문에서 “내 시를 읽고 ‘나와 같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이 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다시 살아보자는 결심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면 시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홀로서기는 시대를 뛰어넘은 현대시의 고전으로, 지금의 많은 이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시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