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제공 책 소개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공감각
여섯 가지 감각의 미로를 따라가는
경이롭고도 황홀한 인간 감각의 지도
감각은 우리의 진화 이전, 바다에 살던 때의 유물이라고 한다. 다이앤 애커먼에 따르면 우리의 정맥은 조류와 비슷하며 우리의 피 역시 농도가 소금물과 엇비슷하다. 우리의 몸과 감각은 태고의 모습에서 거의 변한 게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언어화되지 않은 기억과 인상을 표현하는 공감각까지, 우리 감각의 모든 것을 풀어놓는다.
’냄새’는 우리를 순식간에 과거의 시간으로 옮겨놓는다. 그렇다면 ‘소리’는 어떤가, 귀에 익은 노래 역시 우리 머릿속의 기억들을 헤집는다. ‘촉각’은 생물학의 커다란 수수께끼 중 하나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신체 접촉을 필요로 하지만, 때로 육체를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미각’은 쾌락의 근원이다. 인간은 맛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매일같이 다른 생명을 취한다. 인체 감각수용기의 70%는 ‘눈’에 모여 있으므로, 우리는 세계를 봄으로써 그것을 평가하고 이해한다. 감각의 뒤섞임인 ‘공감각’은, 환각을 일으키는 신생아의 세계이면서 예술가들에게는 강력한 창조성을 부여해준다.
키스의 진화, 18세기 영국의 사디즘적인 요리법,
고통의 화학작용, 사향노루 냄새의 호르몬 효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매력적이고 때론 맹렬한 탐구
인간은 감각을 통해 세상을 지각하는 존재다. 저자는 인간의 행동과 정신의 비밀을 알려면 먼저 감각의 지도를 이해할 것은 권한다. 감각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그 한계는 무엇이며 인간은 감각에 대해 어떤 금기를 부여해왔는지 이해할 때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를 한껏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한 예로 ‘키스’를 들 수 있다. 키스는 어떻게 시작됐을까? 이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두 영혼을 하나로 결합하는 방법으로서 원시인들의 키스, 엄마가 아이에게 음식을 씹어 입에 넣어주는 양육 방식에서 유래된 프렌치 키스, 고대 로마인들의 ‘마지막 키스’, 허쉬초콜릿사의 ‘키세스’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인 로댕의 <키스>까지 몸과 마음을 아찔한 감각으로 채우는 키스의 기원과 변화 과정 및 다양한 양상을 고찰하고 있다. 그 밖에도 사디즘과 마술의 유희에 빠진 18세기 영국의 가장 기이한 요리법과 인간의 테스토스테론과 매우 흡사하여 생물학적 영향을 미치는 사향, 완전한 인공 향을 바탕으로 만든 최초의 향수인 샤넬 N°5 등 예술과 철학, 문학, 과학을 종횡무진하며 감각 세계의 풍성한 향연으로 우리를 이끈다.
모든 존재의 영혼이 다르듯이
모든 존재의 감각이 다르다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 그리고 공감각. 지구상의 수많은 지역과 문화, 개인마다 필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이 감각들을 즐긴다. 역사상 가장 감각적 경험을 즐겼던 사람은 클레오파트라, 매릴린 먼로, 프루스트처럼 육체적 쾌락에 빠진 이들이 아니라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고, 말을 할 수 없었던 헬렌 켈러다. 삼중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의 많은 이들에 비해 훨씬 더 살아 움직이는 삶을 살았던 그녀는 생의 압도적 향기, 맛, 촉감, 느낌에 대한 글을 썼다. 나폴레옹은 조세핀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에서 “당신의 체취를 맡고 싶으니 다시 만날 때까지 2주일간 목욕하지 말라”고 했다. 조세핀은 제비꽃 향이 나는 향수를 자주 뿌렸고, 그녀가 죽은 후 나폴레옹은 무덤가에 제비꽃을 심었다고 한다.
또한 마사이 족은 소의 피를 즐겨 마시고, 독일인은 지독한 냄새가 나는 양배추(사워크라우트)를 먹는다. 미국인들은 삭힌 오이(피클)를 먹고, 이탈리아인들은 새를 통째로 기름에 튀겨 먹는다. 베트남에서는 발효시킨 생선(느억맘)을 먹고, 프랑스인들은 달팽이를 먹는다. 식인풍습이 있는가 하면 소를 성스럽게 여겨 먹지 않기도 한다. 소음 속에서도 애인이 처음 보는 사람과 노닥거리며 나누는 대화는 마치 귀에 줌 렌즈가 달린 것처럼 들을 수 있다. 북극곰의 털은 투명하지만 공기방울이 반사하는 흰빛 때문에 하얗게 보인다. 이처럼 모든 존재의 영혼이 다르듯이 모든 존재의 감각이 다른 것이다.
시와 철학으로 지은 아름다운 성전,
감각의 모든 것!
마음은 뇌에 있는 것이 아니며, 호르몬과 효소를 따라 몸 전체를 여행하면서 냄새, 감촉, 맛, 소리, 빛이라는 복잡하고 경이로운 자극을 분주히 인식한다. 그리고 그것을 뇌에 전달한다. 즉, 뇌는 값비싼 초콜릿을 맛보거나 알싸한 제비꽃향을 맡거나 현란한 바이올린 선율을 듣거나 짜릿한 애무를 받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전기 자극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듯 눈멀고, 귀먹고, 말 못 하고, 느끼지 못하는 뇌는 인간 존재의 커다란 모순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감각을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을 느끼고 인식한다. 그래서 감각은 우리를 이 지구상에 살았던 모든 이들과 연결시키는 유전의 사슬이 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간과 비인간, 영혼과 다른 많은 영혼, 개인과 우주,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감각인 것이다. 이러한 감각은 정신을 확장시키기도 하지만, 의식의 경계를 규정함으로써 구속하기도 한다. 인간은 어떤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잘게 쪼갠 다음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하여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간 스스로가 감각을 고양하기 위해 창조해내는 것이 예술작품이다. 다이앤 애커먼은 이와 같이 다양한 감각의 경계를 능란하게 넘나들며, 세계를 인식하고 나아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기 위한 인간의 오랜 발자취를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 내용 소개
1장 후각―침묵의 감각, 인간은 냄새를 가장 잘 기억한다
모든 시대, 모든 문화에 걸쳐 사람들은 냄새에 집착했다. 냄새는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잠자는 감각을 일깨우며, 욕구를 채워주고, 매혹하는 동시에 경고하며, 열정을 부채질하여 유혹에 무릎 꿇게 하고, 쾌락에 젖게 한다. 숨 쉴 때마다 냄새를 맡고 만 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이지만,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냄새는 신비에 싸인 채 언제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문화마다 냄새에 대한 판단 기준이 다를 뿐 아니라 사람마다 풍기는 냄새 또한 다르다. 또한 후각 세포는 끊임없이 재생된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플로베르가 사로잡혔던 냄새, 방귀와 페로몬, 동물의 후각, 향수의 역사를 짚어내면서 황홀 또는 혐오스러웠던 냄새의 지도를 그려내고 있다.
2장 촉각―가장 친밀한 감각, 나와 세계 사이에 놓인 피부
인간의 피부는 호흡하고 배설할 뿐 아니라, 빛과 세균을 막고 비타민D를 합성하며, 열과 추위를 막고, 스스로 복구하고, 성적 매력을 주고, 내부를 보호하며, 무엇보다 촉각을 느끼는 바탕이 된다. 촉각은 최초로 점화되어 최후에 소멸하는 감각이다. 눈이 배신한 후에도 손은 여전히 세계와의 연결고리가 돼준다. 특히 촉각은 생명체의 깊이와 모양, 스스로와 상대방을 인식하게 한다.
애무와 성감대, 털의 역할, 일본의 화려한 문신, 통증을 느끼고 견디는 것, 키스의 의미를 통해 신체 접촉의 중요성과 의미를 탐구한다.
3장 미각―사회적인 감각, 정신과 육체를 지배하는 음식에의 유혹
음식은 쾌락의 근원이며 생리적, 감정적 만족을 주지만, 무의적으로 이루어지는 호흡과 달리 열정과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음식을 나누는 식탁에서 관습과 언어와 사상은 다듬어지고 발전하고 전수된다. 인간은 살아가기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하여 향연을 벌이지만, 혀에 감도는 맛은 그런 죄책감을 씻어주고 공포조차 달콤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맛은 이성으로는 합리화할 수 없는 모순, 달콤한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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